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 작가, 박상영을 만나다

‘소수의 일상을 가볍고 맛있게 전한다.’

그의 작품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그는 최근 한국소설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퀴어 소설’의 대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소수의 세계를 그리지만, 세간이 투영하는 소수자 서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를 만나봤다.

 


문단의 인정을 받기까지

 

박 작가가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나 3년 동안 출품한 온갖 공모전에서의 결과는 늘 탈락이었다. 잇단 등단 실패에 생계를 위해 직장도 다녀야 했다. 고민에 고민을 잇던 박 작가는 한 동료작가의 말에 전환점을 맞았다. “네 평소 말투는 재밌고 유쾌한데 글만 쓰면 진지하고 재미가 없어진다”는 말이었다. 박 작가는 “그 후로 내게 가깝게, 내가 세상을 보는 농도와 비슷하게 쓰려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쓴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는 그의 등단작이 됐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지만, 남은 반은 너무나 험난했다. 돈이 없기에 직장은 다녀야 했다. 등단해 작가가 된 상태니 작가 일도 병행해야 했다. 박 작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새벽부터 일어나 글을 쓰다 출근하는 생활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작가와 직장인의 이중생활을 이어갔다. 그 결과 건강은 무척이나 나빠졌고,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막막함이 앞섰다. 하지만 그는 평소의 모습대로 글을 쓰라는 동료작가의 말을 잊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갔다. 본인과 가깝게 쓴 후속 소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마침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해 문단의 인정을 받게 됐다. 

 

작품 속의 박상영을 찾아서

 

박 작가가 작품으로 전하고 싶은 주제는 사실 거창하지 않다. 그의 의도는 퀴어에 대한 특별한 사명이 아닌 ‘일상을 통한 위로’다. 이런 생각은 그의 고교시절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홀로 타지에서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그는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박 작가는 전혀 다른 시대를 담은 작품에서 위로를 받았다. 소설의 가치를 느낀 박 작가는 지금 그의 작품에 위로를 담고 있다. 

박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의 일상은 다양하지만, 인물의 양상은 유사하다. 겉은 쾌활하지만 속에는 그늘을 가진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깊은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그들은 사랑도 삶도 실패한다. 이에 그는 “나의 본질이 투영됐다”고 말했다. 작가와 인물 모두 겉으로는 쾌활하나 본질적으로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박 작가는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도 끝이 있기 마련이고,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며 “즐거운 시간 뒤에도 어느 순간 죽음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그의 그늘은 캐릭터의 본질적 우울로 자리 잡았다.

박 작가가 그린 인물들은 중독적인데, 이는 소수자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가 특별히 강조하는 관념은 ‘개별성’이다. 그는 “작품 속 인물들은 소수자의 어떤 특성을 대표한 것이 아닌 개별의 일상을 살아간다”며 “그 일상들은 내가 흥미를 가지는 일상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퀴어 문학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박 작가는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이후 퀴어 문학의 대표 작가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퀴어 소설가로 호명되는 것에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퀴어 작가가 맞”고, “퀴어 소설가로 불리는 것도 좋”지만, “우려스럽기도 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박 작가가 퀴어 소설만 쓴 것은 아니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와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스타그램을 탐닉하는 이성애자 여성의 연애를 그리고 있고, 앞으로 연재될 장편 소설엔 10대의 방황기를 담을 예정이다. 박 작가는 “퀴어 소설가라는 호칭이 작품세계의 한계로 작용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내용의 소설을 썼을 때 독자들이 실망할 수 있고 오독할 여지도 크다는 설명이다. 대표성을 띠는 그의 글은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인물들의 평범한 행동이 퀴어의 문제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 작가는 “퀴어 문학이 주류 문단에서 주목받고 문학 시장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데 일조한 것 같아 퀴어 소설가라는 호칭이 기쁘기도 하다”고 밝혔다. 작품 속에 사명감이 아닌 일상을 녹이고 싶었던 박 작가는 새로운 분기점에 서있다.

 

마지막으로 박 작가는 귀를 기울여달라고 했다. 그는 “권력은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진 줄 모르므로,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일상은 존재한다. 하지만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는 다르다. 일상을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권력의 우위에 서서 소수의 일상을 내려다보면 일상의 한 면만 보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는 일상을 한 면이 아닌 공간으로 바라보며 펜을 들었다. 박상영 작가의 글 한 점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우주의 맛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글 김병관 수습기자
박진성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김봉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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