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양상을 바꾼 ‘온라인 정치’

▶▶ 지난 17일, 빌링슬리관에서 <온라인 정치와 대중 민주주의의 두 모습>을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됐다.

지난 17일 빌링슬리관에서 ‘온라인 정치와 대중민주주의의 두 모습’ 강연이 열렸다. 해당 강연은 아이오와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강지연 교수가 진행했으며 우리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BK21 플러스’가 공동 주최했다. 

 

폴리스, 데모스를 사로잡다

 

강 교수는 청중에게 ‘2007년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불과 6개월 만에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해당 현상을 데모스(demos)와 폴리스(police)라는 개념으로 해석했다. 데모스와 폴리스는 각각 ‘지위가 없는 사람의 모임’과 ‘대중의 지위와 역할을 결정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는 현실에서 각각 ‘대중’과 ‘정치인’에 대응되는데, 정치인은 대중의 욕망을 포착해 역할을 분배한다. 

강 교수는 폴리스가 데모스를 사로잡는 과정을 ‘캡티베이션(captivation)’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은 캡티베이션을 통해 대중의 욕망을 포착하고, 이를 자신의 목표로 내세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캡티베이션으로 읽어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경제개발을 향한 대중의 욕망을 포착해 ‘CEO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대중에게 주입했다. 강 교수는 “정치가는 대중의 욕망을 장기간 감당하지 못한다”며 “따라서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지율이 급락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대중에 주체성을 불어넣다

 

위와 같은 정치지도자의 ‘대중 매혹’은 계속돼왔다. 하지만 대중이 항상 정치지도자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이 일며 일부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일어난 촛불 집회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기존의 통치 원리가 전복된 대표적 사례다. 강 교수는 “촛불 집회는 대중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를 향한 비판”이라며 “제도 정치가 대중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 집회에도 적용된다.

강 교수는 “조직되지 않은 행위자가 폴리스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의 존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보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 도입되며 정보 생산·유통은 용이해졌다. 더불어 캡티베이션의 양상도 변했다. 강 교수는 “캡티베이션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양상으로 변모했다”며 “그 사례로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리트윗이 많은 트위터 게시물이 있다”고 말했다. 대중은 인터넷 플랫폼에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정치가의 일방적 캡티베이션에서 벗어났다. 그 결과 대중은 주체성을 획득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방식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개인은 서로 모여 하나됨을 경험한다”며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며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변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럼에도 인터넷을 통한 데모스의 규합이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 참여한 펑 보어(지역학·15)씨는 “지역학에서는 매체의 역할이나  영향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어 강연에 참석했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매체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서는 올바르고 투명한 정보가 담보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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