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의 미세먼지 상황은 국가재난 수준이다. 위성사진들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유입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의 노력은 무엇보다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중국 내 미세먼지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집중됐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 정부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일차적인 국외 원인에는 두 손 놓고 있었고, 부차적인 국내 원인만 닦달하는 모습만 보였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중국도 인정하고 있고 걱정하고 있다는 언급이 환경부 장관의 빈약한 업무 보고이다. 그마저도 중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부인됐다.

중국의 태도는 치졸하다. 지난 8일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 탓을 하는 한국 여론이 지나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한반도 악영향을 부인했다. 중국 측의 “한국 여론은 충동적이고, 너무 쉽게 격분하거나 비장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인의 의식에서 민족주의의 역할이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더욱 크다”는 언사는 동문서답형의 궤변이다. 현재 중국은 한국과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석탄발전소 2천927기를 운영 중이다. 이는 한국이 가동 중인 79기의 40배에 육박한다. 더욱 암울한 것은 향후 수년 내 467기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계속될 뿐 아니라 심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우려가 아니라 기정사실에 가깝다.

미세먼지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취임 후 지금까지 미세먼지 공약은 공수표가 됐다. 대통령이 환경 재난 대책에 매진해야 하는 본질적 이유는, 국민 생명이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하루빨리 비상한 각오로 제대로 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범정치권도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중국 눈치는 충분히 봤다. 가능한 모든 차원에서 실질적 국제 협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민 생명은 양보할 수 없는 국가의 기본이다. 뒷짐 지고 바람 불기만 기다리는 정부라는 언론의 비아냥은 근거없는 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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