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 국제학술회의 열려

지난 2월 25~26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3·1 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 국제학술회의’(아래 학술회의)가 열렸다. ‘민주공화 100년, 세계시민 100년: 보편평화를 위하여’를 주제로 진행된 학술회의는 우리대학교 김대중도서관과 우리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인간평화와 치유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3·1’의 100년,
평화의 의미를 역설하다

 

본 행사에서는 3·1운동을 세계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초국적 운동으로 정의했다. 기존의 민족주의적 관점을 타파한 것이다. 우리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 박명림 교수(대학원·비교정치학)는 개회사에서 “100년 전의 ‘3·1’을 세계시민들의 보편적 민주공화와 평화운동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오늘날 한반도와 세계 변혁의 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며 “모든 문제의 해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학술회의는 ‘평화’를 키워드로 ▲세계적 관점에서의 민주공화운동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분법을 넘어서 ▲오늘날 세계에서의 평화, 민주주의, 그리고 공화국 ▲공동체, 화해, 그리고 평화 ▲민주공화와 보편평화 총 5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각 세션은 해당 주제에 대한 ▲발표 ▲토론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본 3·1운동

 

▶▶ 학술회의에서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필립 페딧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첫날 진행된 1, 2세션에는 하버드대 역사학과 에레즈 마넬라 교수,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 이은정 교수, 몬트리올대 문학과 하이케 해르팅 교수를 포함한 5명의 연사가 참석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필립 페팃 교수는 신자유주의와의 비교를 통해 신공화주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페팃 교수는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이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국가가 부여한 자유일 뿐”이라며 “신공화주의 하에서야 말로 국민이 진정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신이 3·1운동 선언문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마넬라 교수는 1세션에서 ‘지구적 관점에서의 3·1운동’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3·1운동은 윌슨의 사상 전파, 러시아 혁명, 파리 평화회의와 같은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국제적 정세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3·1운동은 한국인들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해외 활동가가 포함된 초국적 네트워크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센트럴 미시건대 철학과 호프 엘리자베스 메이 교수는 ‘1919년 3·1운동 : 국제평화사의 붉은 실’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메이 교수 역시 3·1운동을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메이 교수는 “3·1운동은 각성된 의식과 세계시민적 감성, 국제협력에 대한 갈망을 표출했던 당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3·1운동이 비로소 국제 평화사에 중요한 순간으로 빛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
화해와 평화

 

행사 2일차인 지난 2월 26일에는 3, 4, 5세션과 특별 세션이 진행됐다. 이날 세션에서는 민족 간 화해와 세계평화를 담은 내용의 발표가 주를 이뤘다. 존스 홉킨스대 정치학과 홍호펑 교수, 튀빙겐대 신학과 위르겐 몰트만 교수를 비롯해 7명의 연사가 참석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류블랴나대 사회학과 슬라보예 지젝 교수는 “모든 인간 공동체 사이의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이뤄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도 민족성보다 보편성이 확보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민족들의 화해’를 주제로 진행된 특별세션에서 몰트만 교수는 유럽의 역사 속 민족들 간 화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국가적 정책의 실현이나 공통 지구 정치 등을 통해 민족 간의 화해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문화재단 박종화 이사는 “국가 간의 화해와 평화 도모는 역사 속에서 죄를 지은 쪽의 참회 의지가 보일 때 가능한 것”이라며 유럽과 동북아 역사의 차이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이사는 몰트만 교수에게 일본과 독일이 어떻게 다른지 되물었다. 몰트만 교수는 “독일과 일본은 세계 2차 대전에서 동맹군이었지만 다른 전선에 있었다”며 “서구의 기독교의 원죄, 용서에 대한 문화와 아시아의 부끄러움에 기초한 자존심의 문화에서 차이가 나타난다”고 답했다. 

 

학술회의에 참여한 황보미(신학·석사5학기)씨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할 수 있는 자리라 뜻깊었다”며 “그동안 인문학도로 고민했던 많은 부분이 해소된 느낌”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박 교수는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3·1운동이 거시적 관점으로 해석됨으로써 국민들의 역사 이해가 보편적 지평위에서 확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김채린 기자
bodo_baragi@yonsei.ac.kr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