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 어둡지만 총여학생회원들 의견 모아 나아갈 것”

지난 24일 낮 2시,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학생총투표(아래 총투표) 규탄 기자회견’(아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는 ‘총여학생회 폐지 및 총여관련규정 파기, 후속기구 신설의 안’(아래 총여 폐지의 안) 가결이 확정 공고된 지 17일 만이다. 

기자회견은 30대 총여학생회장 이민선(신학·16)씨가 성명문을 낭독하며 시작됐다. 총여 측은 성명문을 통해 ▲‘총여학생회폐지위원회(아래 총폐위)’가 총여 재개편 TFT 활동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 ▲성폭력담당위원회가 총여의 후속기구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씨는 먼저 총폐위 측이 총여 재개편 TFT가 구성되는 시점에 총여 폐지 관련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명문을 통해 이씨는 “지난 2018년 6월 말 재개편 요구의 안이 가결되자마자 총폐위 측은 총여학생회 폐지의 안에 대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며 “총여의 자체 재개편을 기다릴 용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총여 재개편 요구의 안’이 2018년 6월 15일에 가결됨에 따라 29대 총여학생회 <모음>은 ‘총여 재개편 TFT’를 구성했고, 2018년 8월 7일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이씨는 총여의 후속기구로 제안된 성폭력담당위원회에 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씨는 성명문을 통해 “성폭력담당위원회는 사건의 사후 처리만을 담당하는 기구이기에 예방을 위한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칙」(아래 회칙) 제87조는 성폭력담당위원회의 역할을 연세대학교 학생 성폭력사건을 다루고 성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함이라 규정한다. 이어 이씨는 “회칙 제87조 제1호의 ‘교내 성폭력 관련 사안에 대한 학생사회의 의견 수렴’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겪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내 여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씨는 성명문을 통해 “현재 학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를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주류”라며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지켜져야 할 가치의 기저에는 다수의 의견만으로 진행되는 담론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명문 낭독에 이어 연대발언이 진행됐다. 우리대학교 재학생 A씨는 “현재 학내에 마련된 성폭력 관련 기구와 정책 기조는 불완전하다”며 “학내 소수자들의 안전한 공간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총여의 역할을 다른 기구가 대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정해민(철학/불문·14)씨는 “제대로 된 토론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폐지 결정이 이뤄졌기에 총여가 더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이씨가 우리대학교 졸업생 202명이 작성한 ‘졸업생들은 총여 폐지에 대해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대독하며 마무리됐다.

낮 3시 30분에는 향후 총여의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서는 ▲총학과 별개로 운영되는 새로운 자치 단체로서의 총여 ▲총학의 범위 내에서 존속하는 총여 등 총여의 존속 방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일부 참석자들은 총투표 결과에 대한 총여의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참석자 B씨는 “지금으로서는 총투표 결과에 대한 총여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보이지 않아 총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총여를 지지하는 학생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총여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본 사태는 총여 폐지가 아닌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총여의 활동을 묻는 질문에 이씨는 “총여학생회장으로서 위임받은 1년의 임기는 계속 수행할 것”이라 답했다.

 

글 이승정 기자
bodo_gongju@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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