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돼

지난 10일 ‘총여학생회 폐지위원회’(아래 총폐위)는 비대위원장 박요한(신학·16)씨에게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폐지 및 총여관련규정 파기, 후속 기구 신설에 대한 학생총투표 요청안’(아래 총투표 요청안)을 전달했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1차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논의 결과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새벽 0시 29분 총투표 실시를 공고했다.

 

10일과 13일에 열린 중운위,
합의 이루지 못한 채 휴회

 

지난 10일, 1차 중운위가 개회했다. 이날 중운위에서는 ‘학생회칙 제3장 학생총투표에 관한 논의의 안’(아래 총투표 안)이 주로 논의됐다. 해당 안건에 관한 중운위원의 의견은 총투표 안건을 중운위 심의 없이 1주일 내에 총투표 실시를 공고해야 한다는 측과 총투표 안건을 중운위에서 심의해야 한다는 측으로 갈렸다. 주장의 근거는 각각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칙」(아래 회칙)의 제3장(학생총투표)과 제18장(회칙 및 세칙)이었다. 회칙 제3장 19조에 따르면 본회 회원 1/10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총학생회장은 1주일 이내에 총투표 실시를 공고해야 한다. 한편 회칙 제18장 104조는 회칙 개정안이 중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다. 중운위원 간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중운위는 정족수 미달로 휴회했다.

13일에 속개된 중운위에는 ‘총투표 요청안에 대한 연서명자 성별 인원수 정보 요청의 안’(아래 성별 정보 요청안)이 추가로 상정됐다. 중운위원들은 해당 안건에 관해 논의하던 중 총투표 요청안에 대한 연서명 명단 원본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일부 중운위원은 실제 학생의 서명 여부를 확인할 원본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총투표 요구안의 유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14일 아침 6시경, 중운위는 성별 정보 요청 안을 더는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총투표 요구 서명 원본 유실에 의한 유효성 여부의 안’(아래 서명 유효성 여부의 안)을 만장일치로 추가 상정했다. 당일 아침 8시까지 이어진 중운위는 유효성 여부에 관한 의견이 합치되지 않은 채로 휴회했다.

 

17일 중운위,
총투표 실시 공고 등 4개 안건 의결

 

지난 17일 저녁 7시 속개된 중운위에서는 ▲서명 유효성 여부의 안과 ▲총투표 안 ▲성별 정보 요청안 ▲중운위 속기록 참관인 익명화 안(아래 참관인 익명화 안)이 논의됐다.

서명 유효성 여부의 안에 대해 공과대 학생회장 권순주(기계·16)씨는 “원본이 존재할 당시 학생복지처를 통해 학적이 확인됐다”며 “원본 유실을 근거로 유효성을 의심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여학생회장 이민선(신학·16)씨는 “원본이 없기 때문에 2천6백여 명의 학생들의 총투표 실시 요구를 증명할 수 없다”며 “서명인이 본인의 서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지속되는 의견 대립 속에서 총폐위 측은 원본 파일이 CSV파일로 복구됐음을 밝혔다. 치과대 부학생회장 국진혁(치의학·16)씨는 “서명인은 복구된 CSV파일로 본인의 서명을 확인해볼 수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과대 학생회장 김예진(사회·17)씨는 “CSV파일은 엑셀 형식이기에 여전히 원본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씨는 “구글독스(Google Docs)와 CSV는 형식의 차이일 뿐 내용은 동일하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원본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2시간 동안 대립이 계속되자 많은 단위에서 박씨에게 표결 진행을 요구했다. 박씨는 “서명안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전 단위에서 표결 의사를 밝혔다”며 표결을 선포했다. 표결 결과 유효 13단위, 무효 0단위, 기권 1단위로 서명안의 유효성이 인정됐다.

표결이 끝난 후 ‘학생총투표의 안건으로 회칙개정의 안을 상정‧의결해 회칙을 개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권씨는 “회칙 제3장의 ‘본회’는 학생 전체를 의미하며 총투표라는 방식에 회칙 개정이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씨 역시 “본 안건은 총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회칙을 개정하려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회칙 제3장 17조는 총투표가 본회의 존립과 회원 전체에 대한 중대한 사항을 의결한다고 명시한다.

이에 회칙 제18장에 따라 중운위 내 심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이씨는 “총여 입장에서 ‘본회’는 총여 회원만을 의미한다”며 “해당 안건에 대해 총여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 단체의 존폐를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과대 학생회장 최승혜(독문·17)씨는 “회칙 제104조에 의해 회칙 개정 절차에 따른 심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안에 대한 논의는 총투표 공고 마감 시간인 자정이 넘어서도 계속됐다. 18일 새벽 0시 30분 경, 16개 단위 중 11개 단위의 표결 요청에 따라 박씨는 표결을 선포했다. 표결에 참여한 13단위 중 12단위가 ‘총투표의 안건으로 회칙개정의 안을 상정·의결하여 회칙개정을 할 수 있다’는 안에 찬성해 총투표 실시가 의결됐다. 이어서 표결에 부쳐진 성별 정보 요청안은 10단위 반대 3단위 기권으로 부결, 참관인 익명화 안은 12단위 찬성으로 가결됐다.

 

총투표 실시 공고 과정에 잡음 이어져

 

총투표 공고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총투표 안에 대한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 ▲중운위 속기록이 유출된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총투표 안이 의결된 후, 이씨는 ‘5시간 만에 졸속으로 의결을 진행한 중운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입장문을 낭독하고 퇴장했다. 지난 18일, 30대 총여 <PRISM>(아래 <PRISM>)은 ‘총여학생회 긴급 성명문’(아래 성명문)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PRISM>은 성명문에서 ‘회칙 해석에 있어 의견이 갈렸으나 몇몇 단위에서 17일을 기점으로 총투표 실시 공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표결을 계속해서 요청했다’며 ‘이는 총투표 실시를 전제하고 표결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본 안건이 총여의 존폐와 관련된 사항임에도 총여 회원의 의견 수렴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도 없었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서명 유효성 여부의 안과 총투표 안 표결 당시 총여·문과대·사과대 측은 이른 표결 시점에 반대하며 퇴장했다. 서명 유효성 여부의 안을 표결에 부치기 전, 김씨는 “논의를 원하는 단위가 있었음에도 표결을 원하는 단위가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표결이 진행됐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중운위원들이 다른 의견을 가진 중운위원을 설득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씨는 “중운위원들은 지난 10일부터 30시간가량 논의를 지속했다”며 “표결 요청은 해당 사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판단의 결과이므로 각 단위의 표결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운위를 더 빨리 속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운위의 마지막 개회 시점인 17일 저녁 7시는 총투표 실시 공고 마감 5시간 전이었다. 하지만 개회 당시 총투표 실시와 관련된 서명 유효성 여부의 안과 총투표 안에 대한 입장 차는 여전히 존재했다. 55대 중운위원 공필규(국문·15)씨는 “안건 자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에 쫓겨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안타깝다”며 “55대 중운위 15차 정기회에서는 이번 경우와 유사한 회칙 해석 논의를 약 46시간에 걸쳐 진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씨는 “중운위원들의 투표 결과, 유일하게 개회가 가능한 날짜가 17일이었다”며 “시험 기간이었던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추측된다”고 답했다.

중운위 속기록이 유출된 점도 지적됐다. 지난 13일 중운위에는 참관인 익명화의 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총투표 안에 대한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채 중운위가 휴회하며 해당 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참관인 익명화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16일에 중운위 속기록이 유출됐고, 일부 참관인의 실명이 공개됐다.

또한 속기자가 특정 참관인의 발언에 욕설을 포함한 사견을 첨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17일 중운위에서는 본인을 피해 당사자라고 밝힌 참관인 A씨가 발언했다. A씨는 “속기록 유출로 신상이 공개돼 이에 대한 중운위 측 사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약 1시간 동안 중운위 내부에서 논의가 이어졌고 박씨는 “폭력 사건 발생 및 익명화 논의 파행에 사과하며 이와 같은 사건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사과문 내용에 관한 논의는 이전에 상정된 안건들이 모두 의결된 후에 이뤄졌다. 박씨는 “중운위원들의 피드백과 피해 호소인의 확인을 거친 뒤 공식 사과문이 이른 시일 내에 게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투표 실시 날짜나 형식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1차 중운위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박씨는 “총투표 실시일 관련 논의는 추후 중운위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 이승정 기자
bodo_gongj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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