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예견을 뒤로하고,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18년 노벨평화상을 드니 무퀘네와 나디아 무라드에게 수여했다. 무퀘네는 콩고에서 의사로 활동하며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내전 중 수만 명의 여성 강간 피해자를 치료해왔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IS)가 성노예로 삼은 수천 명의 여성 중 한 명으로 다행히 마수(魔手)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 모두 목숨을 걸고 전시(戰時) 성폭력이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다양한 기회에서 전 인류를 향해 고발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무퀘네와 무리드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함으로써 노벨위원회는 성 추문으로 얼룩진 노벨문학상 수여의 ‘일시 정지’ 조치와 같은 방향을 취했다. 전시와 비전시를 막론하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성폭력의 만행을 단죄하는 데 동참한 것이다.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선정 이유에서 여성이 전쟁 무기로 사용되는 현실을 규탄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무라드는 강간밖에 없고 일상이 강간인 곳이 있음을 증언했다. 문이 열리면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또 다른 폭력을 당할 뿐인 그곳에서 내일은 더 비참한 무엇일 뿐이라는 것을 증언했다. 무퀘네는 자신의 수상을 매일매일 폭력을 마주하고 멍드는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바쳤다.

지난 유엔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저지른 전시 성폭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권이 감행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정이 엉터리임을 전 인류 앞에서 밝힌 것이다. 일본의 천인공노할 조직적 성범죄의 희생자로서, 아픈 상처의 말을 용기 있게 전한 할머니들은 또 다른 무라드들이다. 이번 노벨평화상은 이 무라드들에게도 보내는 심심한 위로이며, 책임질 줄 모르는 일본 사회에도 평화의 이름으로 울리는 커다란 경종(警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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