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모 편집국장 (언홍영·15)

프로페셔널[professional]: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
 

바야흐로 프로들의 사회다. 온갖 분야에 쟁쟁한 프로들이 난무한다. 프로 스포츠야 30년도 더 전에 창설됐으니 일단 제쳐두자. 강남의 한 유명 간장게장 식당은 상호에 본인들의 ‘프로’의식을 내걸었다. 한술 더 떠 몇 년 전부터는 온갖 단어 앞에 프로를 붙이는 추세다. 프로 불편러, 프로 걱정러, 프로 불참러… 밥도둑 간장게장과 ‘프로 ~러’ 유행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서라도, 분명히 프로페셔널은 흥미로운 호칭이다.


프로. 이 짤막한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의미는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일 것이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건 간에 프로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간다. 대가(大家)나 명장(明匠)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찬사다. 꼭 한 분야에 정통해야만 프로 소리를 듣는 건 아니다. 전공을 떠나 직장에서의 태도, 생활습관, 대인관계 등 오만 곳에 쓰일 수 있는 표현이다. 얼핏 보면 모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판단할 때 이런 모호성은 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을 시행착오 없이 깔끔하게 잘 해낸다면 프로다. 사사로운 인정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프로다. 남들보다 일을 신속하게 해낸다면 프로다.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프로다. 한두 줄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프로는 프로다. 구태여 이것저것 덧붙이지 않아도 프로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아마추어[amateur]: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직업으로 삼지 않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


뜨거운 프로 예찬은, 역으로 보면 프로답지 못함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프로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가 아마추어다. 본래 아마추어의 어원은 ‘열정적인 숭배자, 경외자,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amātōr’다. 여기에 능력에 대한 가치판단은 들어있지 않다. 면밀히 따지자면 그렇다. 그런데 요즘엔 사정이 좀 다르다. 누군가를 “아마추어”라고 부른다면 그 안엔 과연 어떤 속내가 숨어있을까. 프로보다 확연히 부족한 실력, 꼼꼼하고 빈틈없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일 처리,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태도. 모르긴 몰라도 ‘당신이 못 미덥다’는 선언일 공산이 크다.


프로다운지, 그렇지 않은지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잣대다. 후자에 속하는 개인이나 집단에는 곧잘 공격이 가해진다. 프로라면 맡은 바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그것에 실패했다면 결과적으로 할 말은 없다. 전후의 구구절절한 사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런저런 변명은 허락되지 않는다. 프로는 철저히 결과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프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원리원칙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내는 데 몰입할 뿐이다. 외풍에 좌우될 필요도, 내홍에 가슴 앓을 필요도 없다. 어쩌면 프로의 진정한 힘은 거기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일을 빠르게 잘 해내는 걸 넘어서, 자신만의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프로는 외발자전거를 탄다.

 

나는


요즘 들어 부쩍 고민이 늘었다. 팔자에도 없는 신문사 국장직을 맡고 나서다. 프로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편집국도 아니고, 40명의 아마추어가 서로 부대끼며 일을 하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가장 심란하게 하는 건 다른 기자들이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프로답지 못함이 마음에 걸린다. 익숙한 척 외발자전거에 올랐지만 이내 사람들과 사정들, 목소리와 활자 사이에서 중심을 잃었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쉬운 결정이 하나도 없다. 선택의 기로에서 가치나 원칙을 챙기기란 쉽지 않더라.


아마추어는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프로가 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외발자전거로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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