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감축, 명예실추 예상돼… 학교는 ‘도마 위’

지난 8월 23일, 원주캠은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아래 대학 진단평가) 2단계 평가 가결과로 ‘역량강화대학’ 판정을 받았다. <관련기사 0호 ‘‘하위 36%’ 성적표 받아든 원주캠’> 원주캠은 가결과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한 상황이며, 최종결과는 9월 초에 나온다. 

이번 대학 진단평가는 1단계와 2단계 평가 합산점이 80점을 넘는 학교를 역량강화대학으로, 그렇지 못하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한다. 원주캠은 1단계 평가 소계 75점 중 66.5점, 2단계 평가 소계 25점 중 21.7점을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총점 100점 만점에 88.2점을 받았다.

 

원주캠,
무엇이 문제였나

 

앞선 1단계 평가의 주요 감점 요인은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교육과정·강의 개선,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 ▲학생 지원(학생 학습역량 지원, 진로·심리 상담 지원, 취·창업 지원) ▲교육 성과(교육 수요자 만족도 관리)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정성적 평가* 위주의 항목이었다. 

 


결국, 그동안 꾸준히 학내외에서 문제가 제기된 ▲강의 개선 ▲취·창업 지원 및 상담 ▲교육수요자 만족도 관리가 1단계 평가에서 발목을 잡았다. 교무처장 박영철 교수(과기대·신호처리)는 “대학 진단평가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자료로 진행됐다”며 “2017년 ACE+ 사업 선정 이전까지의 교육과정 개선 지표가 미흡했던 점을 낮은 점수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교과목의 개발·평가 등에 대해 피드백 체계를 명확히 제도화할 것”이라며 “원주캠 교육과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원주캠은 학생 지원 항목 중 ▲학생 학습역량 지원 ▲진로‧심리 상담 지원 ▲취‧창업 지원의 진단 등에서도 감점을 받았다. 학생 학습역량 지원 항목에선 전문성을 갖춘 지원 조직을 구성했는지 판단한다. 진로‧심리 상담 지원 항목은 체계적인 학생상담 및 지도체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심리 건강과 진로 탐색을 지원했는지 평가한다. 취‧창업 지원 항목은 관련 프로그램 개발·운영 및 지원 체계 구축 여부 등을 진단한다. 지난 2017년 9월, 원주캠은 대학일자리센터 개소 및 취‧창업지원 공간 일원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인재개발원장 이상인 교수(인예대·서양고대철학)는 “대학일자리센터 사업은 최근의 일이라 정성적 우수성을 입증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학생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 ▲학생참여혁신단(가칭) ▲Y-CAP+** 운영 ▲대학진로지도회(위원장 윤영철 원주부총장) 구성 등의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수요자 만족도 관리는 학부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교육수요자의 만족도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통해 교육의 질적 개선이 이뤄졌는지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원주캠은 타 대학에 비해 전체 교육수요자 대상 만족도 조사 시행체계가 미흡하다”며 “이를 학교 운영에 반영하는 체계 또한 부족하기에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주캠이 평가 준비에서 다소 안일하게 임한 점도 대학 진단평가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학 진단평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A 교수는 “1단계 평가 보고서 준비과정에서 방심한 부분이 있었다”며 “ACE+, LINC+ 등 대형 국책 사업을 수주해왔기에 원주캠의 경쟁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A 교수는 “교무나 학제 관련 보고는 신촌캠의 자료만을 이용해 제출하기도 했다”며 “원주캠만의 자료를 자체적으로 준비하지 못해 평가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2단계 평가는 주로 정성적 평가**로 이뤄졌다. 1단계 평가에서 정성적 평가에 발목을 잡힌 원주캠은 2단계 평가에서도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전공 및 교양 교육과정(교양 교육과정, 전공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기여(지역사회 협력·기여) ▲대학 운영의 건전성(구성원 참여·소통) 항목에서 1점 내외의 감점을 받았다. 결국, 학교 본부가 1단계 평가 탈락 이후 목표로 했던 ‘자율개선대학’은 이루지 못했다.

 

‘역량강화대학’ 주홍글씨,
학교도 학생도 교수도 울상

 

지난 8월 28일, 원주캠은 교육부에 2단계 평가 중 정성적 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8월 말에 예정됐던 최종 결과 발표가 9월 초로 연기됨에 따라 현재는 가결과만 발표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의 신청이 기각돼 가결과와 동일하게 ‘역량강화대학’으로 결정된다면 ▲입학정원 감축 및 구조조정 ▲명예 실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입학정원 감축 권고 사안에 따르면 원주캠은 앞으로 3년간 입학정원 1천470명 중 10%인 147명 내의 인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B등급을 받아 입학정원의 4%인 60명가량을 감축했을 때보다 큰 수치다. 

인원수뿐 아니라 감축 방식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획처장 송용욱 교수(정경대·전자상거래)는 “단과대와 학부별로 고르게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교육부의 의도가 아니다”라며 “사회의 수요 및 단과대와 학부별 역량을 고려해 서로 다른 비율로 감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교육부는 입학정원 감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체질 개선 및 전략적 특성화를 추진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입학정원 감축은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원주캠의 재정에 치명적이다. 자연스레 앞으로의 학교 운영이 난항을 겪으리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1812호 6면 ‘악순환에 갇힌 원주캠 재정, 돌파구는?’> 지난 8월 27일 열린 ‘연세한마당’ 행사에서 윤 원주부총장은 “입학정원 감축으로 매년 약 6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적극적인 외국인 학생 유치 및 이사회의 재정지원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입학정원 감축에 따른 재정 부담에 실질적인 해결법은 아니다”라며 “보다 본질적인 해결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학 진단평가 결과에 따른 원주캠의 명예실추에 대해서도 학부생들과 교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학부생 C씨는 “대학 진단평가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받은 뒤 주변의 시선에 힘들었다”며 “학교본부는 구성원들의 대내외적 명예실추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D 교수 또한 “원주캠에서 재직하는 동안 가장 치욕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구조 개혁과 명예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주캠의 명예실추는 지원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문제가  있다. 고등학교에서 수험생 진학 업무를 담당했던 고은정(47)씨는 “수험생에게 대학 진단평가 성적이 좋지 못한 대학을 추천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원주혁신위원회’ 발족,
구조 쇄신 가능할까

 

지난 8월 1일, 윤영철 교수(사과대·미디어사회학)가 18대 원주부총장으로 임명되며 총장 직속의 ‘평가비상대책위원회’(아래 평비위)는 ‘원주혁신위원회’(위원장 신현윤, 아래 혁신위)로 개편됐다. 신현윤 교수(법학전문대학원·경제법)는 “혁신위 차원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과 본질을 파악해 다각적인 원주캠 혁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촌캠 교수 2명과 원주캠 교수 6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원주캠의 대대적인 구조개혁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혁신위는 실질적 업무 수행을 위한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매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계택(정경경영·15)씨는 “혁신위가 조직된 만큼 하루빨리 구조개혁과 명예회복이 이뤄지면 좋겠다”라며 “앞으로 진행될 혁신위는 학부생들의 의견 수렴 및 참여를 적극적으로 격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익명을 요청한 E씨는 “점수를 떠나 대학으로서 기본을 못한 것”이라며 “혁신위마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필사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학 진단평가로 인해 원주캠의 쇄신은 불가피해졌다. 혁신위 활동을 포함해 학교본부의 능동적 대처가 날로 중요해지는 가운데,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정성적 평가 : 자료나 보고를 토대로 대학 진단평가 관계자들이 해석하는 평가 방법, 대학 진단평가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2단계 평가 배점까지 합산 시 총 배점의 과반임(총 배점 100점 만점 중 57점
**Y-CAP+ : Yonsei-Career Assistant Program+, 원주캠 학부생을 대상으로 합리적 직업진로 선택 및 구직기술 향상을 위한 종합역량개발 프로그램
***정량적 평가 : 정성적 평가와 반대로 자료나 보고가 객관적이며 수량화 가능한 평가 방법

 

글 노지강 기자
zonzal@yonsei.ac.kr
정지현 기자
stophyun@yonsei.ac.kr
오한결 기자
5always@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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