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40도를 넘보는 날씨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삼양동 옥탑방에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을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장 살기 어렵다는 강북구 삼양동에서 강북구민의 삶을 피부로 느끼며 강남·북의 격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박 시장은 시민의 삶의 현장은 특단의 대책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절박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러한 행보를 통해 본인이 누차 강조한 인간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박 시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잔디 보호를 위해 잠실종합운동장을 대여하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행보는 납득할 수 없다. 2018년 정기 연고전의 개최 대학인 고려대는 서울시로부터 정기연고전 럭비 경기를 위해 잠실종합운동장의 대여를 시도했지만, 서울시가 잔디가 손상된다는 이유를 들어 대여를 거부해 결국 연습용구장인 보조경기장에서 경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다. 잠실종합운동장은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운동장이다. 당연히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운동장을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운동장에 잔디를 키우는 것은 운동하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잔디가 손상되는 대신 운동선수의 부상을 방지하도록 한 것이다. 잔디는 다시 자라면 그만이다. 잔디가 손상된다는 이유로 운동장 대여를 거부하는 서울시의 행보는 그동안 인간의 삶을 고민했다는 서울시장의 행보를 위선으로 만든다. 앞뒤가 맞고 일관성 있는 서울시의 인간 중심 정책의 실천을 차제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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