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 연설문 비서관, 강원국 작가를 만나다

여기, 성실함으로 승부를 본 사람이 있다. 일생 동안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온 결과,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다 한 사람이 있다. 그렇게 잘나지도, 특출 나지도 않지만,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람이 있다. 청와대 전 연설문 비서관이자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 작가이다. 이력은 화려하지만 자신은 한사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그. 지난 3일 수서역 인근에서 우리신문사는 강 작가를 만났다.

 

시작은 우연히, 끝은 창대하게

 

강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직장인 대우증권에서 강 작가는 사보 발간 업무를 맡았다. 평소처럼 업무를 하던 강 작가는 우연히외부 기고에서 표절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를 사측에 알렸다. 즉각 외부 기고자와의 계약을 해지한 사측은 촉박한 발간 시기 때문에 강 작가에게 그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한 강 작가는 2년 간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연설문 비서관을 맡았다.

김 회장의 연설문을 쓰던 그에게 지난 2000년, 청와대로부터 경제 연설 행정관 직을 맡아달라는 이메일이 날아왔다. 곧 있을 광복절 경축사를 써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이후 강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 비서관직도 맡게 됐다. 대통령 연설을 쓰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 게 그 시작이었다.

대통령 연설문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강 작가가 되새긴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과의 교감’이었다. 강 작가는 “8년 동안 청와대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쓰는 능력보다 대통령의 마음을 읽는 능력 덕분이었다”며 “대통령 연설을 쓴다는 것이 글 쓰는 사람으로서 커다란 명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맞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글쓰기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서는

 

당연스럽게도 ‘요즘 세상’의 글쓰기가 강 작가에게 주요한 관심이다. 강 작가는 SNS 문화의 확산에 따른 글쓰기 퇴보를 우려하고 있었다. 강 작가는 “SNS가 확산되면서 ‘글쓰기’가 아닌 ‘말 옮겨적기’를 하고 있다”며 “SNS에서 쓰이는 단조롭고 문법을 파괴하는 어휘로 인해 어휘력이 감퇴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휘력이 떨어지면 독해력뿐만 아니라 사고력도 감퇴되기 마련이다. 일례로 ‘발전’이라는 단어만 아는 이는 ‘성장,’ ‘진전’, ‘융성’, ‘학진’의 미묘한 어감 차이를 알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강 작가는 글쓰기를 통한 어휘량 증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글쓰기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강 작가가 내놓은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습관이다.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의식을 치르고 글을 쓰라는 것이다. 특히 의식을 강조한 강 작가는 “안경을 고쳐 쓰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작가는 이어 “짧으면 30일, 길면 60일 동안 습관적으로 글을 쓰다보면 오히려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불편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둘째는 좋은 문장을 위해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강 작가는 “일단 좋은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는 문장”이라며 한 문장의 예시를 통해 글쓰기의 재미를 설명했다. 강 작가는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를 ‘빈 산 잎은 지고’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뺄 수 있는 단어를 다 빼면 문장이 좋아지는데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글쓰기는 쇠하지 않는다
강원국도 멈추지 않는다

 

강 작가는 글쓰기를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강 작가는 “말하고 쓸 때에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며 “글을 쓰지 않는 삶은 ‘내’가 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작가는 “글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고 큰 쾌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온 강 작가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과업이 있다. 누구보다도 글쓰기를 잘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강 작가는 “죽기 전에 글쓰기 책 10권을 내고 싶다”며 책을 통한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강 작가의 최종 목표는 그의 모든 노하우를 담아 강원국의 글쓰기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글쓰기 교육에 대한 열정만큼, 강 작가는 글공부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작가는 “내 공부가 제대로 돼야 교육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문예창작과 공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비록 혜성같이 등장하진 못했지만 묵묵히 자기 걸음을 내딛었고 어느새 그 정점에 이르고 있었다. 『회장님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의 뒤를 이어 이제는 강원국의 글쓰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글 김강희 수습기자
노지운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제공 강원국>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