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청와대는 대통령 헌법개정안에 대하여 발의를 했다. 이번에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한다면 지난 1987년 전부개정 된 이후 31년 만에 다시 헌법이 개정되는 셈이다. 이번 헌법개정안은 그동안 제기됐던 다양한 헌법적 쟁점에 대하여 정치적 답을 제시하였다. 대통령 중임제, 노무현 정부 때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던 수도 이전문제나 대법원 구성문제 등 헌법에 대한 많은 국민 관심사에 대하여 대통령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번 헌법개정안 중에서, 예컨대, 대통령의 중임제 허용은 정치권에서 지속해서 요구됐던 것으로 단임제 대통령제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점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 중임제는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를 통하여 우리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할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새로운 헌법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다만 이번 헌법개정안에 제시된 정치적 쟁점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하고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다.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졸속처리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벌써 절차적인 정당성 문제가 제기됐다. 법제처가 개헌안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3일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前文)과 137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11개 장 및 부칙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헌법 개정안을 단 3일 만에 법제처가 심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제처는 3일 만에 개헌안을 검토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

헌법 개정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절차이다. 국민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다. 조급증은 금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을 속이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법률안의 연계처리니 하는 식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다수의 법률안을 함께 끼워서 처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정치인들은 상거래에서 끼워파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인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뻔뻔하게도 정치인들은 공공연히 정치적 불공정행위를 하며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해왔다. 이번에는 지역이나 여러 계층의 이해관계가 다양하다는 점을 정략적인 수단으로 삼아 헌법 조문을 끼워팔기식으로 짜깁기하여 개정하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자신에게 직접 이익이 되거나 손해 보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에는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이해관계가 얽힌 것을 끼워 헌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게리맨더링식 헌법이 된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30여 년 만에 발의된 것이다. 헌법 개정은 동창회나 동호회 회칙개정과 다르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이 되는 법률이다. 기왕에 헌법을 개정하는 데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문 하나하나에 국민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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