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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례적인 선본 자격 박탈, 준비된 선본은 없는가

신촌캠 54대 총학생회 선거가 50.02%로 마무리된 가운데 중운위는<STANDBY> 선본의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 경고 1회에 주의 6회 누적으로 인한 경고 2회를 더해 총 경고 3회를 받았기 때문이다. 투표기간을 연장해서 겨우 개표 가능 투표율을 넘겼지만 개표를 하기도 전에 두 선본 중 하나의 자격이 박탈되었고, <STANDBY>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표는 공중 분해됐다. 이번사태는 선본 자체의 역량이 미흡 한 탓이 가장 크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선거 바로 전까지 2경고 2주의 상태였던 <STANDBY> 선본은 선거기간 중 투표독려발언 불참으로 주의 1회 조치를 받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했다. 조치가 내려진 후 해당 선본 측의 변명도 당황스럽긴 매한가지다. 이로 인해 <STANDBY> 선본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권리행사가 무효화되었다.

총학 선본의 자격 논란은 어제오늘 불거진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총학 보궐선거에 출마한 선본 역시 유사한 비판을 받았고, 그 결과는 26.98%라는 투표율로 나타났다. 투표기간 3일에 연장투표 하루를 더하고서야 개표 가능 투표율을 겨우 채운 이번 선거도 이러한 비판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두 선본은 각 선본의 핵심 기조를 선명히 드러내지 못하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 오류를 범하기에 바빴다. 각 선본이 제시한 공약은 핵심 기조를 분명히 드러내지 못했고 선본 간 공약의 차별화도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두 선본 모두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공약으로 기재해 허위사실로 인한 주의 조치를 받는 등 전반적으로 충분한 검토와 고려가 부족했다.
이처럼 준비가 부족한 선본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는 학생사회 내 총학의 위상 하락이다. 총학의 위상이 하락한 이유로는 학생사회의 무관심과 예산압박을 들 수 있다. 지난 2016년 겨울 신촌캠 54대 총학 선거는 선본의 부재로 무산됐다. 이는 지난 1961년 총학이 발족한 이래 최초다. 암암리에 거론돼오던 학생사회 위기론은 이 사태를 계기로 가시화됐다. 그리고 올해 원주캠 총학 선거 또한 선본 부재로 무산되었다. 이러한 학생사회의 무관심은 비단 우리대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가톨릭대는 총학을 포함한 모든 단과대의 선본이 부재하여 학생회의 부재를 초래하였다. 혹자는 이러한 무관심을 총학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사회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그 성격이 바뀌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보다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을 두는 합리적 선택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사회에는 공동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한 문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에 개인 차원의 합리적 선택이란 말은 이기주의와 무임승차의 다른 말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도입된 자율경비제도로 인해 가시화된 학생들의 ‘합리적 선택’은 공유지의 비극을 빚었고 저조한 학생회비 납부 때문에 운영예산이 부족해진 총학은 더더욱 그 한계를 드러내었다. 재원이 부족한 총학은 학교본부의 예산 지원이나 총학 자체 사업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해야 해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워졌고 그 독립성도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취약한 재정구조 때문에 학교본부와 상의해야할 공약의 수립 및 실행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점차 무능력해진 총학을 향한 학생들의 비판은 쇄도했고 총학은 점점 작아졌다. 현재의 상황은 제대로 준비된 선본이 나타나는 것이 기적인 최악의 상황이라고 하겠다.

많은 이들이 총학을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이 나서서 그 일을 제대로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드물다. 내가 희생을 하여 우리 모두의 권리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섬김의 리더십’이 진정으로 아쉬운 오늘이다. 이러한 이들이 나서지 못하는 것은 학생사회라는 든든한 기반이 너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문제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학생 자치에 대해 나 자신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총학의 몰락은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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