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독수리’ 티셔츠를 만드는 곳, 조구만 스튜디오를 만나다

사진제공_로건로그(instagram: im_loganlogue)

 스튜디오에서 그들은 항상 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한다. 장난으로 그린 그림들이 사랑받는 일러스트가 되고, ‘아무 말 대잔치’ 속 이야기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변하기도 한다. ‘조디’와 ‘홍구’라는 닉네임으로 ‘조구만 스튜디오’를 꾸려 이태원에서 활동하는 강현지·홍성연 디자이너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구만 스튜디오를 만들기까지

 

 “퇴사해!”, “응!” 조구만 스튜디오는 티슈 위에 적힌 이 대화로부터 시작됐다. 연세대 테크노아트학부에서 처음 만난 조디와 홍구는 원래 단순한 과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생활을 하던 홍구와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휴학을 하던 조디의 만남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다.

 지난 2016년 겨울 조디와 홍구는 그림을 주고받기 위해 만났다. 당시 홍구는 외주 회사 특성상 클라이언트에 좌우되는 디자인을 하는 데 다소 지쳐 있었고, '내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갈망을 품고 있었다. 이런 홍구의 모습을 본 조디는 “퇴사해!”라는 말을 티슈에 써서 건넸다. 잠시 후 돌아온 티슈에는 “응!”이라는 대답이 적혀 있었다. 퇴사에 대한 홍구의 막연한 생각은 조디가 대신 적은 이 한 마디로 실현됐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4월 1일 만우절, 둘은 마치 장난처럼 ‘조구만 스튜디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된다. 둘을 그저 과 동기로만 알고 있었던 주변 사람들은 놀라고 의아해했으나 동시에 그 용기를 부러워했다. 그렇게 잔잔한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홍구와 조디만의 ‘조구만 스튜디오’가 시작됐다.

조구만 스튜디오 作 가로엽서

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는 조구만 스튜디오의 이야기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맣지만 안 중요하단 건 아냐”

 조구만 스튜디오는 응원 티셔츠, 타투 스티커 등 일러스트 기반의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 회사다. 자조적이고 우울한 면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내비치는 솔직함이 조구만 스튜디오의 매력이다. 이들은 이를 드러내기 위해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각각의 프로젝트에 얽힌 일화를 카드뉴스로 게시해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동시에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조구만 스튜디오가 브랜드 정체성으로 ‘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는 조구만 스튜디오’를 내미는 이유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팔로우수도 점점 늘어가고 제품 또한 생각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는 등 시작한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지금까지의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고민은 스튜디오의 ‘경제적 자립’이다. 조디는 “아직까지 우리끼리 수익 배분을 해본 적이 없다”며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삼아 모든 업무 시간을 스튜디오 작업에 투자하지만 생활비에 도움이 될 만큼의 수입은 아직 없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현재의 판매 수익으로는 새로운 일러스트 제품의 제작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워 틈이 나는 대로 디자인 외주를 받아 부수입을 벌고 있다고 한다.

 ‘처음’이어서 겪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첫 프로젝트였던 아카라카 티셔츠 제작 때, 100장 정도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고 손수 라벨을 붙이려 했는데, 실제로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700여장의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이에 직접 재봉틀로 티셔츠 소매에 라벨을 박느라 이틀 밤을 새며 고생했다고 한다. 홍구는 “프로젝트마다 늘 크고 작은 실수가 있다”며 “모두 큰 교훈으로 생각하고 배우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후 모든 티셔츠 제작에 있어 라벨 부착은 공장에 맡기기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제공_로건로그(instagram: im_loganlogue)

조구만 스튜디오가 그리는 미래

 

 조구만 스튜디오의 10월 목표는 스튜디오의 색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이다. 외부 업체의 외주를 맡았을 때 그들의 요구에 맞춰 공장처럼 찍어내는 갑을관계를 넘어, 수평관계에서 회사와 ‘조구만’만의 색이 ‘콜라보’ 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바라기 때문이다.

 경영과 회계를 맡아줄 멤버도 물색하고 있다. 조구‘만’의 미처 채워지지 않은 ‘만’을 채우기 위해 이름에 ‘만’자가 들어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또한, 조디와 홍구의 생일은 각각 8월 8일과 7월 7일이다. 이들은 “기왕이면 우리처럼 생일의 월과 일이 같은 숫자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아마 쉽게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웃었다.

 이 모든 바람들을 뒤로하고 조디와 홍구가 가장 하고자 하는 일은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진입장벽 없이 모두가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일러스트’라는 무기를 통해 ‘차별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그들은 말한다. 때문에 조디와 홍구는 스토리가 담긴 동화책을 만드는 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잔잔한 감동이든,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내용이든, 피식 웃게 만드는 사소한 이야기든 뭐든 다 좋다”며 “동화책에 담기는 내용이 굳이 심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조디와 홍구는 서로를 바라보고 웃더니 한 장의 엽서를 꺼내 보여줬다. 그 엽서에는 조구만 스튜디오의 일러스트와 함께 ‘때려쳐!’라는 문구가 정중앙에 새겨져 있었다. 홍구는 “그만두고 싶을 때는 그만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다음 단계에 최선을 다 할 자신이 있다면 굳이 현재를 괴롭게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 또한 회사를 ‘때려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당하게 현실을 때려칠 수 있는 그들의 용기와 함께라면, 조구만 스튜디오의 미래는 결코 조그맣지 않을 것이다.

 

민승용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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