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티비의 정재원 대표를 만나다

만나기만하면 아옹다옹 티격태격 싸울 것만 같은 연·고대 학생들이 한데 뭉쳤다. 지난해 설립된 ‘연고티비’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며 어느덧 유튜브 구독자 5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신문은 대학생 크리에이터 신화를 쓰고 있는 연고티비의 정재원 대표를 만나봤다.

'연고티비'의 정재원 대표

Q. 본인과 연고티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 14학번 정재원이고, 연고티비의 대표직을 맡고 있어요. 연고티비는 연세대와 고려대 재학생들이 크리에이터가 되어 유튜브를 기반으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뉴미디어 채널이에요. 제가 ‘인사이더스’라는 연고대 연합학회 활동을 하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죠.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연고티비를 설립했습니다.

 

Q. 왜 사업 모델을 유튜브 채널로 결정했나?

A. 연고티비가 지금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아프리카TV를 사용했었어요. 스트리밍 채널 컨셉으로 아프리카TV와 제휴를 맺고 일주일에 3번씩 제 자취방에서 영상을 찍었죠(웃음).

 

Q.제작(사업)을 시작할 때 두려움은 없었는지?

A. 저는 빚만 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고티비 같은 콘텐츠 제작 비즈니스는 인건비를 제외하곤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아서 두렵지 않아요. 망하면 군대 가야죠(웃음).

 

Q.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A. 첫 번째로, 저는 영상을 편집할 줄 몰라요(웃음). 저는 모든 영역에서 어떻게든 팀원들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편집 부분에서 그러지 못하는 점이 꽤나 난처해요. 두 번째로는, 영상을 제작하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고 그 색깔을 유지해 나가야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고 신경 쓰여요. 각자 다른 팀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일관된 색깔을 유지하는 것 말이죠.

 

Q. 학벌주의를 이용한다는 비판도 존재하는데?

A. 학벌주의 비판은 연고티비 설립 초기부터 받아왔어요. 연고티비가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계획대로 MCN*이 설립된다면 연고대생이 아닌 대학생 크리에이터들도 양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학벌주의를 이용하는 사업은 아니라고 밝히고 싶네요. 그리고 이 자리를 통해 밝히자면, 연고티비의 연고는 연대·고대 연합 창업학회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연고대 연합 창업학회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연고티비라고 지을 수 밖에 없었지요.

 

Q. 직원들의 구성은?

A. 먼저, 연고티비에서는 ‘직원’보다는 ‘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요. 제가 상사이고 나머지가 부하직원이 되는 문화는 아니니까요. 저는 그런 회사문화는 지양합니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저는 서열에서 중간 아래일 듯해요(웃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대부분의 팀원들이 대학교 방송국 출신이에요. 아무래도 언론홍보영상학부나 미디어학부 친구들이 많아요. 우리 과 선후배도 있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희망하는 팀원들도 있어요. 여담이지만, 다가오는 5월 말에 팀원을 새로 모집하는데 아마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팀원 대다수가 학생인데, 학업과의 병행은 힘들지 않은가?

A.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지금 연고티비는 과도기를 겪고 있어요. 팀원들이 늘어나고 콘텐츠를 더 개발하고 입지를 다지는 중이라 바쁘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업과 병행 가능한 수준으로 업무 강도를 낮출 계획이에요. 실제로 시험기간에 너무 바빠서 영상 제작에 참여할 수 없는 팀원들은 덜 바쁜 팀원과 역할을 바꿔서 진행하기도 해요. 어떻게든 연고티비가 잘 돌아가고 있는 건 모두 팀원들이 잘 버텨주는 덕분이에요(웃음).

 

Q. 인기 있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나 조건이 있다면?

A. 영상 제작자는 기성 방송을 만드는 프로듀서와 크리에이터로 나뉘어요. 저는 결국엔 미디어 체제가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개편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희는 크리에이터에 집중하고 있어요. 프로듀서와 구별되는 크리에이터의 특징은 본인이 영상에 직접 나온다는 거예요. 따라서 크리에이터들은 영상에 비춰졌을 때 매력적이어야 해요. 예쁘고 잘생긴 걸 떠나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야한다는 거죠. 그 다음으로는 그 매력을 영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고, 영상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왜 대학생 크리에이터를 고집하는가?

A. 대학생만큼 문화의 중심에 있는 계층이 없어요. 그만큼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죠. 뿐만 아니라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요구되는 방송의 질은 그리 높지가 않아서 대학생들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 생각해요. 또 대학생만큼 유튜브 채널을 많이 보는 계층이 있나요? 트렌드를 읽고 그것을 흐름에 맞춰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우리 대학생들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대학생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생들의 가장 큰 장점은 위험부담(risk taking)이 적다는 것이죠. 알다시피 유튜브 채널은 당장은 돈이 안돼서 생활에 대한 압박이 있는 직장인들은 아무래도 도전하기 힘들죠. 하지만 대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같이 할 수 있어요.

 

Q. 팀원을 선발할 때 주의 깊게 보는 점이 있다면?

A. 첫 번째로 앞서 말한 크리에이터로서의 능력을 봐요. 당연히 매력적인 사람을 뽑고 싶죠. 예쁘고 잘생긴 사람보다는 본인만의 매력이 있는 사람을 원해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어야 하구요. 마지막으로, ‘선한 사람’을 뽑으려고 해요. 우리 비전에 공감하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의도지요. 이게 바로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대표로서 생각하는 현재 연고티비의 점수와 연고티비의 성공 요인은?

A. 사실 연고티비를 운영하면서 욕심이 커져서 그렇지,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100점 만점에 99점을 줄 것 같아요. 저는 재미와 교훈을 추구했지 높은 수익성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어요. 가끔 광고 들어와서 돈 벌면 좋은 거고(웃음). 하지만 냉정하게 현재의 상황으로 판단해본다면70점정도 주고 싶네요. 아, 물론 우리 팀원들은 100점이에요.

연고티비의 성공 요인이라기보다는 ‘망하지 않은 요인’으로 질문을 바꾸고 싶네요. 연고티비가 망하지 않은 이유 중 8할 이상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즐겁게 임해주는 팀원들 덕분이에요. 이 분야에서는 당장 내일 나오는 콘텐츠의 조회수조차 예측할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연고티비의 비전에 공감하고 힘든 일에도 묵묵히 버티면서 열심히 일해 준 팀원들 덕분이죠.

 

Q. 연고티비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A. 아무래도 연고티비의 주요 타겟층은 중고등학생인데 학교에 등교하면 핸드폰을 제출해서 유튜브를 볼 수 없잖아요? 그게 좀 아쉽죠. 실제로 학기 중에는 조회수가 좀 낮게 나와요(웃음). 그리고 한 달 전에 개인적으로 유튜브 데이터들을 리뷰하고 중간점검을 해봤는데, 산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고티비의 목적은 분명 교육 콘텐츠의 제공인데, 초심을 놓쳤던 것 같아요. ‘연고대답’ 시즌1의 경우 처음엔 학생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내신공부 방법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교육컨텐츠에 접근하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연대VS고대 치킨의 고수는?! ▲과잠 있고 패션쇼?! 와 같은 재미 위주의 콘텐츠로 치중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연고대답 시즌1’을 종료시키고, 수험생들이 자유롭게 질문 할 수 있는 ‘연고대답 시즌2’를 새롭게 시작했죠. 연고티비에서 제작하는 ‘티처’처럼 공부 방법 관련 콘텐츠 늘리고, ‘4년’이라는 학과소개 콘텐츠도 새로 시작해봤어요. 이번 달에는 학생들에게 100초 동안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콘셉트의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에요. 대통령 당선 후 변화하는 교육정책처럼 수험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 말이죠.

 

Q. 연고티비와 정 대표의 장기적인 목표는?

A. 지금의 연고티비를 발전시켜서 MCN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미 투자유치를 위한 가치평가도 끝난 상태에요. 투자를 받아 MCN을 설립하게 되면 가장 먼저 대학생 크리에이터들을 키우려고 해요. 당장 이번 주만 해도 투자 미팅을 가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투자가 성사되면 법인 설립도 준비해야 하고 경영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아마 저는 다음 학기부터 길게 휴학을 하지 않을까 해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따져 보니 아마 3년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법인 설립 후에는 3년 동안 대학생 크리에이터 양성을 목표로 회사를 운영할 것 같아요. 회사가 잘 크면 더 오래 할 수도 있는 거고, 내가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저보다 더 능력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 싶으면 졸업하고 군대에 가지 않을까요?(웃음)

 

Q. 마지막으로 연고티비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A. 먼저, 시청자분들께서 채널 구독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연고티비를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MCN: 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를 흔히 ‘다중 채널 네트워크’, 줄여서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고 부른다.

 

글 정준기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출처 정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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