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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복되는 지적에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대학 내 서열문화

과거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군대식 문화의 영향을 받은 대학 내 서열문화는 그 동안 끊임없이 그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지적돼 왔고 오랫동안 대학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언론과 SNS를 통해 대학 내 서열문화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는 사례는 특히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마치 연례행사처럼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구성원간의 평등과 민주적 관계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해 대학 사회의 의식 수준이 이에 한참 못 미친 채 구시대적 서열문화에 매몰돼 있음을 반증한다. 사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신입생에게 오물 섞인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거나, 모든 선배들의 이름을 외울 때까지 자기소개를 시키는 등의 폭력적 사례들은 서열을 중시하는 군기 문화의 근원인 군대 내에서도 사라져가는 모습들이다.
 
매번 이런 사건들이 불거질 때 마다 관련 학과나 단체에서는 ‘해가 갈수록 서열문화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변명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들 당사자들의 인터뷰와는 달리 대학에서 펼쳐지는 서열문화 관련 문제점들은 매년 대동소이하게 반복되고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의 과도한 음주 및 폭력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건사고는 매 학기 초마다 언론에 끊이지 않고 노출되고 있고,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단속하는 학과들은 대학을 가리지 않고 SNS 커뮤니티 게시판 상에서 고발되고 있다. 멀리서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최근 우리대학교 특정 학과의 ‘새내기배움터’에서 발생한 가혹행위는 대학 내 서열문화가 소수의 특정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대학사회 전반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때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군대식 서열문화가 사회적 부정에 비판적 지성으로 저항해야할 대학에 여전히 잔존하며, 소멸돼 가던 사회적 병폐가 지성의 공동체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내 서열문화의 현상들이 더 이상 대학생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 무엇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대학생에게 남겨지는 서열문화의 트라우마는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여지를 애초에 차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예·체능 계열이나 보건계열과 같은 특성화학과는 대학 내 선·후배가 대학 졸업 이후에도 같은 직종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 내에서 체득된 서열문화가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동일하게 되풀이될 여지가 높다.

대학 내 서열문화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와 대학원생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 만연한 악·폐습이라 것은 그리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학부생 단체에서 발생하는 서열문화 문제는 담당 교수의 암묵적 동의나 묵과가 선행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특히 교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경직된 서열관계를 악용해 대학원생 조교에게 과도한 업무를 강요하는 ‘갑질’의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부끄러운 민낯은 대학 내 구성원들 모두가 서열문화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서열문화는 노동 집약적인 근대 관료제 사회에나 어울리는 구시대적 폐습이다. 개인의 능력과 창의력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수직적인 서열관계는 조직과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대학 내 서열문화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서열문화가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우리대학의 학풍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반민주적 악습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대학의 학문적 역량을 저해하는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의 민주적 공동체에서 선·후배가 서로를 존중하고 학문에 대해 토론하며 서로를 이끌어 갈 때 건강한 선·후배 문화가 만들어지고 학문의 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 서열문화의 기형적인 권력구조는 당장은 경직된 질서를 가져올지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자유로운 학문 및 교육적 풍토를 말살하고 말 것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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