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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공과대, 혁신을 말하다우리대학교 공과대의 미래를 보다
  • 노원일 기자, 서한샘 기자, 신동훈 기자
  • 승인 2017.03.19 00:18
  • 호수 1788
  • 댓글 0

카이스트(KAIST)와 포항공과대학교(아래 포스텍)와 같은 이공계 특화 대학교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교 공과대는 지난 몇 년간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주춤했다는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04년과 2009년, 2010년 차례로 개교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역시 정부 지원을 받아 급격한 속도로 발전해 오면서 우리대학교 공과대의 입지를 조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QS 평가와 같은 대학 평가 지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연구 지원 사업인 BK21+사업 선정 현황에서도 우리대학교 공과대의 어려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BK21+사업 선정 현황을 보면 카이스트는 19개, 포스텍은 12개의 사업이 선정된 반면 우리대학교 공과대는 6개의 사업만이 선정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대학교 공과대에 지원되는 연구비 역시 몇년 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연구재단에서 매년 발표한 ‘대학연구 활동  실태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공과대의 연구비는 지난 ▲2011년에 3위(1천297억) ▲2015년에 6위(938억) ▲2016년에 6위(948억)로 순위가 하락했다. 서울대의 경우 1위를 유지했으며,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 공과대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혁신을 계획하고 있을까? 우리신문사는 공과대가 위기의 타개책으로 내놓은 ▲학부·대학원 학제 개편 ▲총량시수 자율운영제 ▲연구비 수주 ▲융합 연구 ▲총액예산제 ▲스타교수 발굴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학부·대학원 학제 개편
- 필요한 수업만 남겨 체계를 갖추다

 

현재 공과대 학부교육은 전 세계적 협약에 의거해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제시한 ‘ABEEK 인증제’라는 공통의 틀에 맞춰져 있다. ABEEK 인증제를 취득하기 위해 각 학과는 일정 시간의 수학·과학 교육과 전공 교육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러한 ABEEK 인증제에 대해 공과대학장 홍대식 교수(공과대‧차세대통신시스템)는 “ABEEK 도입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현재 우리대학교의 교육환경과 ABEEK 인증제 사이에 맞지 않는 내용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과대에서는 ‘공학교육혁신센터’를 통해 올해부터 ABEEK 인증제와는 다른 새로운 공학 학부교육 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공학교육혁신센터는 공학 전공 이외에도 교육학‧사회학 전공자들이 함께 모여 공학 교육의 방향을 연구하는 곳이다. 홍 교수는 “현재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는 ABEEK 인증제와 같이 공학교육의 제도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지만, 언젠가 ABEEK 인증제를 벗어날 시점이 오면 선도적으로 공학교육을 이끌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것의 일환으로 공과대 소속 학과들은 현재 7개의 교육 혁신 프로그램 교과목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대학원의 경우에는 ABEEK과 같은 틀마저 없어 오랜 시간 학제가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등 학부보다 더 열악한 상태였다. 공과대 기획부학장 김태연 교수(공과대·건축환경공학)는 “학제가 오랜 기간 방치돼 있다 보니 교수별로 겹치는 내용의 수업이 개설되는 경우도 있었고, 시대에 맞지 않게 오래된 내용의 수업들도 남아있었다”며 “전면적 개편을 통해 약 10% 정도의 대학원 수업을 통폐합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896개의 수업이 744개로 줄었으며, 교수 1인 평균 개설과목도 3.86과목에서 3.18과목으로 줄었다. 공과대는 2017학년도부터 학부 수업도 개편할 예정이다.
 

책임시수 총량자율운영제,
핵심 업적 평가 제도 시행
- 공과대에 자율성을 불어넣다

 

학제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수업 시수에 대한 교수들의 부담이 줄어들자 공과대는 ‘책임시수 총량자율운영제’가 실시 가능해져 이를 2017학년도 1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책임시수 총량자율운영제’는 공과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의 비율을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의 제도 아래에서는 교수들이 12시간의 수업시수와 함께 할당된 연구량을 반드시 채워야했다. 하지만 ‘책임시수 총량자율운영제’를 도입한 이후, 1인당 수업시수를 9시간까지 줄여 2016년 대비 연간 개설학점이 425학점 감소됐다. 홍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교수들의 교과준비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수업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학교육 혁신 기반 조정을 위해 교과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업무 평가 방식도 기존과는 다른 공과대의 자율적인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우수한 교수로 평가받기 위해 연구, 교육, 국제화 등 다양한 업무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했다. 홍 교수는 “교수마다 연구·교육 분야별 강점이 모두 다른데,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이 업무를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학교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공과대 내에서 업무 평가에 대한 재량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교수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업적으로 업무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홍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더 유연한 공과대 운영이 가능해져 연구와 교육의 질을 함께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융합 연구
- 지리적 인접성을 기반으로 
의료원-공과대의 융합을 꾀하다

 

연구 내용적 측면에서 공과대가 가장 중점적으로 여기는 키워드는 ‘융합’이다. 그중에서도 공과대는 의료원과의 교류 증가를 핵심 과제로 하고 있다. 이제껏 공과대 소속의 교수가 의료원에서 여는 강의는 의무 시수로 인정되지 않았고, 별도의 강사료도 지급되지 않아 공과대와 의료원의 학문적 교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공과대는 의료원과의 교류를 위해 학교본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학문적 왕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할 예정이다. 홍 교수는 “의료원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이 우리대학교의 장점 중 하나인 만큼 이 장점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스텍 기계공학과 황운봉 교수는 “연세대학교는 종합대학교인 만큼 포스텍과 같은 이공계 중심 대학보다 학제 간 융합 분야의 연구 면에서 좋은 환경”이라며 “한 캠퍼스에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답했다.

또한, 공과대는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연구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4개로 나뉘어 있던 연구원을 올해 연세 공학연구원으로 통합했다. 홍 교수는 “같은 학과 소속의 연구원들끼리만 연구를 진행하는 것보다 다양한 학과의 연구원들이 함께 연구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연세 공학연구원 통합으로 연구원들이 유연하게 다양한 연구 조직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연세 공학연구원 내에는 의료관련 연구 클러스터로 ▲영상기반 의료 클러스터 ▲치과학 미래기술 클러스터 ▲첨단 심혈관기기 클러스터 ▲수술용 내비게이션 클러스터가 있다. 각 클러스터에는 40~80명의 공과대와 의과대 교수가 참여하고 있으며, 워크숍, 발표회, 공동 심포지엄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연세 공학연구원에서는 사과대와 문과대와도 융·복합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공학인 양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비
- 공과대, 연구에 색깔을 입히다

 

‘융합’ 연구를 비롯해 많은 연구에 있어서 대형 투자를 필요로 하는 공학 분야에서는 주로 외부 펀딩을 통해 연구비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외부 펀드는 정부 지원과 민간 기업의 펀드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 지원에 많이 의존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6년 연구비 수혜 실적’에 따르면 현재 우리대학교 공과대에 할당된 연구비는 총 835억 원인데, 이 중 정부의 지원은 약 670억 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대학교 공과대 역시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형 사업과 정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우리나라의 다른 주요 대학의 공학 분야 연구 패턴과 내용이 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대형 사업별 평가 기준에 따라 정량적 지표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사업에 맞춰 연구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홍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구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뿐더러 우리대학교 공과대만의 정체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대학교 공과대에서는 기존의 펀드 방식을 유지하는 한편, 우리대학교 교수들이 연구한 결과물을 외부로 기술 이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홍 교수는 “정부에게 연구비 지원을 받을 때에도 학제 간의 융합을 통해 더욱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액예산제
- 자율성을 확보해 기초체력을 키우다

 

총액예산제는 김용학 총장이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 ‘미들 업-다운(Middle up-down)’의 일환이다. 우리대학교에서는 현재 ‘미들 업-다운’ 정책에 따라 단과대가 학교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체제를 유지하는 ‘독립채산제’ 도입에 앞서 총액예산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총액예산제가 시행된다면 당초 학교본부가 예산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각 단과대에 항목별로 예산을 나눠주던 것과 달리 각 단과대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총액예산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공과대다. 공과대는 향후 3년간 교육혁신과 연구역량 강화, 산학협력강화 등에 총액예산제를 활용함으로써 공과대의 기초체력을 키울 예정이다. 홍 교수는 “총액예산제는 공과대에서 학교본부에 먼저 제안한 것이며,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단과대 권한과 관련해 학교본부와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타교수 발굴사업
- 스타교수로 대외적 위상을 높이다

 

공과대에서는 총액예산제를 통해 단과대 권한을 확보하는 한편, 외부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에 공과대에서는 7명의 교수를 선발해 외부 인지도를 높이려는 ‘스타교수 발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의 일환으로 최근 CBS TV에서 방영되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프로그램에 공과대의 교수들이 출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교육 분야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실을 다지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 ‘스타교수 발굴 사업’은 단기적으로 공과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김 교수는 “우리대학교 공과대 교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혁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현재 공과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혁신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혁신안의 지속가능 여부 ▲혁신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수용 여부 ▲추가적인 연구비 확보 가능 여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현 공과대학장의 임기 이후에도 혁신안들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년이라는 짧은 임기 안에 지속가능한 혁신안의 기반을 다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홍 교수는 “혁신안의 제도적인 내용은 올해 안으로 다 정리할 예정”이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혁신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 공과대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홍 교수는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교수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설득 과정을 거쳐 현재는 교수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지원되는 연구비 이외에 추가적인 연구비를 어떻게 수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홍 교수는 “외부에서 산학 연계를 할 수 있는 교수를 채용해 기업·민간들로부터 연구비를 수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공과대는 위기의 바람에 맞서 현재 교육과 연구 분야를 비롯해 운영 전반에 걸쳐 혁신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홍 교수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우리대학교 공과대의 뿌리를 지킬 수 있는 공학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안 가운데 하나”라며 “학제 정비와 더불어 융합 연구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면서 과감히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층기획팀>
노원일 기자
 
bodobono11@yonsei.ac.kr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신동훈 기자
 bodohuni@yonsei.ac.kr
김홍준, 오서영, 김은솔,
 박기인,  장호진, 전예현 기자

그림 김지연
자료사진 <우리대학교 공과대 제공>
 

노원일 기자, 서한샘 기자, 신동훈 기자  bodobono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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