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우리대학교와 고려대의 합동응원전이 고려대 녹지운동장에서 열렸다. 위 사진은 학생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응원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우리대학교와 고려대의 합동응원전이 열린 후 양교의 각 과·반·동아리마다 교류반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문화지만 ▲교류반 체결에서의 문제 ▲경쟁적인 술자리 분위기의 문제 ▲교류반 회장단 사이의 책임 주체 문제 ▲술자리 위주의 교류행사 등으로 인해 교류반의 ‘교류’ 목적이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교류 중!
 

교류반은 우리대학교와 고려대의 각 과·반·동아리가 양교 간의 더 깊은 유대를 위해 정기적으로 이어 온 문화다. 양교의 과·반·동아리는 자체적으로 체결을 맺고, 매년 교류반 지속 여부에 대해 논의하면서 교류를 이어간다. 교류반 행사는 주로 합동응원전과 정기 연고전 뒤풀이에서 진행된다. 이외에도 교류반의 각 과·반·동아리는 자체적으로 합동MT를 기획하거나 다른 행사들을 통해 교류를 이어왔다. 이러한 교류반 행사에 대해 최정우(AS·16)씨는 “교류반 제도를 통해 고려대 학생들을 알아가고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며 “이외에도 아카라카나 입실렌티 등 양교 축제에 서로를 초대하면서 더욱 돈독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돈독한 관계 찾다가 독이 된 교류반
 

그러나 교류반 문화는 ▲교류반 체결에서의 문제 ▲경쟁적인 술자리 분위기의 문제 ▲교류반 회장단 사이의 책임 주체 문제 등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사이의 ‘교류’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문제들이 고질적으로 제기돼 왔다.

우선, 교류반을 정할 때 교류반 간 성비를 맞추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페이스북에서는 ‘저희 과가 남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여자 성비가 높은 과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등 성비가 맞는 교류반을 찾기 위한 게시물들이 빈번히 올라오고 있다. 우리대학교 A씨는 “교류반을 정할 때, 인원수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성비까지 고려한다는 점이 불편했다”며 “교류반이 과·반 사이의 교류가 아니라, 마치 남녀 간의 만남을 제공하는 미팅의 공간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사이의 경쟁적인 분위기가 곧 술자리에서의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합동응원전이나 정기 연고전에서의 경쟁심리가 뒤풀이 술자리까지 이어져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B씨는 “응원으로 경쟁적 분위기가 과열된 상태로 만나 마찰이 있었던 경우가 있었다”며 “술을 못하는 친구에게도 강제적으로 술을 권하고, 마시지 못하면 ‘연세대 수준이 이 정도냐’며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과열돼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우리대학교 C씨는 “뒤풀이 술자리에서 경쟁적인 분위기가 과열돼 술을 과하게 마신 한 학생이 쓰러진 채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류반 회장단 사이의 책임 주체와 관련된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비교적 책임 주체가 분명한 각 대학교의 학과 모임과 달리, 교류반 모임에서는 회장단이 늘어나 책임 주체가 그만큼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D씨는 “술자리를 옮길 때 양교의 회장단이 모두 없어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던 적도 있다”며 “실제로 종종 각 과의 회장이 술자리에 남아 학생들을 챙기지 않고 먼저 집에 가버린다거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술을 과하게 마시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또한, D씨는 “만일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서로에게 책임을 지우려 한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술 없으면 교류 못 하나?
 

일부 학생들은 고려대 과·반·동아리와 교류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합동응원전이나 정기 연고전이 끝난 뒤 주로 술자리에서만 교류반 행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진정한 교류를 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E씨는 “말은 교류반이라고 하지만 술자리에서만 만나는 게 전부”라며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교류반 행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음주로만 귀결되는 교류반 문화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도 있었다. 6년째 교류반을 맺고 있는 우리대학교 사회학과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는 다양한 교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사회학과 학생회장 민승환(사회·15)씨는 “술자리에서의 교류뿐만 아니라 그 외에 다양한 교류활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과에서 축제를 진행할 때 교류반 밴드가 찬조 공연을 하기도 하며, ‘미니 연고전’으로 소규모 체육대회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단순히 친선 목적을 넘어 학술 교류를 준비하고 있는 학과도 있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교류반을 맺고 있는 우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심재용(정외·15)씨는 “단발성 만남으로 끝나는 교류반 문화가 아쉬웠다”며 “같은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학과와 교류반을 맺고 있는 만큼 학술적 교류도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학술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치규약, 건전한 교류로 한 발짝
 

이처럼 교류반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몇몇 교류반 사이에서는 ‘교류반 공동 자치규약’을 만드는 노력도 있었다. 현재 약 4년째 교류를 맺고 있는 우리대학교 철학과와 고려대 철학과는 지난 2016년 9월, 교류반 간 공동 자치규약을 만든 바 있다. 자치규약에는 ‘반(反)권위’와 ‘반(反)성폭력’, 상호 문화 존중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자치규약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당시 고려대 철학과 학생회장이었던 조윤진(철학·15)씨는 “주로 술자리에서 교류반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종종 크고 작은 폭력들이 일어났다”며 “교류의 장에서 서로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철학과 학생회장 임동근(철학·16)씨는 “자치규약으로 인해 교류 활동이 상호 존중과 이해의 바탕 위에서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조씨는 “그러나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특별한 제재의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씩 더 검토하고 공유해 모두가 동의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2017학년도 1학기 정기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총여학생회가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와 함께 ‘교류반 자치규약’(아래 자치규약)을 만들어 인준 받았다. 총여학생회장 마태영(신학·14)씨는 ”몇몇 과·반 단위 교류반에서 자체적으로 자치규약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여전히 자치규약이 없는 교류반이 많다”며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자치규약의 뼈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중앙 단위에서 자치규약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인준 받은 자치 규약은 이번 합동응원전에서부터 시행됐다. 총여학생회는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와 함께 합동응원전 뒤풀이가 진행되기 전 자치규약을 홍조하고, 포스터와 현수막을 이용해 성폭력 예방 캠페인도 진행했다.
 

마씨는 “서로에게 술을 많이 먹이는 것만이 교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교류반 문화가 더 평등하고 비폭력적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교류활동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전예현 기자 
john_yeah@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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