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를 만나다

학생회관을 지나가다 보면 꼬리의 모양이 독특한, 통통한 고양이가 눈에 띌 것이다. 고양이 주위에는 고양이 집과 급식소가 설치된 모습도 볼 수 있다. 매일 같이 고양이의 식사를 책임지는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의 회장 임지훈(경영·14)씨를 만나봤다.
 

▶▶ 늘 우리대학교 학생회관 앞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 ‘하꽈니’. 통통한 몸과 하트모양 꼬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Q.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는 어떤 동아리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A.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는 학교 안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과 학교 구성원들의 공생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 활동은 고양이들에게 지속적인 사료를 제공하는 ‘급식활동’과, 다친 고양이들을 치료하는 ‘응급구조 활동’이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의 ‘중성화 작업(TNR)’도 하고 있다. 길고양이들은 번식력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정기급식만 할 경우에는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일례로 호주에서는 길고양이에게 중성화 작업을 하지 않아 개체수가 백만 마리 이상으로 크게 늘어 살처분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개체수를 줄이는 일이 없으려면 중성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Q.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가 돌보고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우리가 파악한 학내 개체수는 38마리다. 그런데 보통 한 집단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세 배 정도가 실제 서식하는 개체수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파악하고 관리하는 개체수는 30여 마리이지만, 실제 서식하는 고양이들은 100여 마리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고양이들은 주로 급식소에서 사료를 먹다가 발견된다. 

몇몇 고양이들을 소개하자면 우선 공대에는 오레오라는 뜻을 가진 ‘공레오’, 공대 순두부를 닮은 ‘공순이’를 비롯해 ‘모짜’, ‘렐라’, ‘그냥’, ‘저냥’ 등이 있다. 삼성관에는 ‘삼치’, ‘땡초’, ‘커리’, ‘치즈’ 등이 있으며 신학관에는 ‘쿠앤크’, ‘뽀또’, ‘누리’, ‘까꾸’, 그리고 코가 까만 ‘코까’가 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을 잘 따라서 유명한 ‘하꽈니’와 ‘맹고’가 있으며, 하꽈니와 같이 다니는 ‘채플린’과 하꽈니를 짝사랑하는 ‘반냥이’도 있다. 모든 동아리 구성원들이 고양이들을 다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구별이 다 가능하다.
 

Q. 동아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A. 초기에 우리 동아리의 이름은 ‘광복관 고양이 조용히할개오’였다. 지난 2016년 6월 광복관에서 한 고양이, 지금의 ‘까꾸’가 새끼 네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새끼들이 한 달도 안 된 아기 고양이다 보니 어미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소음이 발생했다. 그런데 문제는 하필 그곳이 면학실 앞이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소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경비 노동자께서 광복관 앞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내용의 자보를 게시했다. 해당 자보가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게시돼 논란이 되자,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고양이들을 보살펴 주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래서 나온 것이 ‘광복관 고양이 조용히할개오’였다. 당시에는 7명으로 활동하다가, 2016년 9월부터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로 이름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다.
 

Q. 처음 동아리를 시작할 때, 학교본부를 비롯한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가?
A.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물론 우리와 같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데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대체로 시큰둥했다. 학교본부는 우리가 활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고양이의 수가 늘어나거나 민원이 더 심해지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캠퍼스 내 시설을 사용하기 위한 공식적인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암묵적인 동의만 받은 상태다.
 

Q.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후원금을 마련하고 있고, 후원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A. 후원금은 페이스북 페이지 홍보를 통해 마련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 상단에 후원금 계좌를 공지하고 있다. 후원금은 고양이들의 급식소와 쉼터 마련, 사료 구입, 그리고 치료비와 중성화 작업 등에 쓰인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381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였으며, 337만 원 정도의 지출이 있었다. 전부 상시기부이기 때문에 매달 들어오는 금액은 제각각이다. 지난 2016년 10월에는 ‘뽀또’와 ‘쿠앤크’가 범백이라는 높은 치사율의 질병에 걸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치료비 후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당시 열흘 만에 150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여 고양이들이 성공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작년에 ‘스토리 펀딩’과 같은 펀딩 플랫폼을 이용해 후원금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동아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 다시 기획하고 있다.
 

Q. 길고양이를 돌보는 다른 동아리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교류 중인지 궁금하다.
A. 지난 2월부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대학 길고양이 돌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는 우리대학교, 고려대, 중앙대, 서울과기대, 국민대, 건대 수의대, 광운대, 삼육대가 포함돼 있다. 사업을 통해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아리들이 더 체계화되고, 연합을 통해 사회적인 파급력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도 받게 됐다. 급식소 제작, 중성화 작업, 치료비 등 일정 부분 지원을 받는다. 작년보다 동아리를 운영하는 데에 더 수월해질 것 같다.
 

Q. 최근 학내 길고양이들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고양이들에게 사료나 간식을 주는 일이 빈번하다. 학생들의 무분별한 먹이주기가 고양이들의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가?
A. 사료는 괜찮다. 우리 동아리 구성원들이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가끔 급식소가 비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빈 급식소에 사료를 채워줄 때 정말 감사하다. 그런데 문제는 간식이다. ‘차오추르’처럼 짜 먹는 간식이나 기름기가 많고 묽은 간식은 고양이들의 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고양이들의 치아에 치석이 생겨서 발생하는 구내염이다. 먹이를 직접 구해야 하는 길고양이들과 달리, 이미 충분한 사료를 급여 받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이러한 간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 길고양이들에게 양치를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 간식 급여는 자제해 주는 것이 좋다.
 

Q. 고양이는 강아지와 다른 면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료나 간식을 주는 행동 외에,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올바른 행동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
A. 감히 추정하건대,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대학교 안에서도 ‘하꽈니’, ‘맹고’, ‘꼬질이’ 외에는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가 거의 없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나도 딱 한 번 만져 봤다.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자세는 고양이에게 조금 떨어져서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만일 고양이가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조금 더 다가가 손을 내밀어 보고, 손도 피하지 않을 경우 냄새를 맡도록 몇 초 정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양이를 만질 때에는 정수리나 턱 쪽이 좋다. 주의해야 할 것은 고양이는 발이나 배를 만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이다.
 

Q.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가 동아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A. 동아리 자체에서의 목표는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대학교 구성원과 교내 길고양이들이 함께 공생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고양이가 보이면 ‘안녕’하면서 인사할 수 있고, 친구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을 때 고양이도 옆에 앉아 있을 수 있는 모습 말이다. 길고양이들과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이 좁게는 우리대학교의 모습으로, 넓게는 우리사회의 모습이 되길 희망한다.
 

Q. 끝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를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고양이들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피해를 준다 할지라도 우리가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으니 조금만 양해를 부탁드린다. 


글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사진 박은우 기자
silver_ra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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