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공간·자치공간 부족으로 고전(苦戰)하는 학생들

우리대학교는 경영관을 새로 짓고 공학관·과학관의 규모를 늘리는 등 강의 건물의 신·증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생명대 ▲GLD(글로벌인재학부) 등 일부 단과대는 아직 단독 건물이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해당 전공 학생들의 교육권과 자치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10년째 ‘남의 건물’ 전전… 서러운 생명대

내년이면 단과대 개편 10주년을 맞는 생명대 학생들에게 단독 건물 축조는 숙원사업이다. 그간 생명대 전공 수업은 공학관·공학원과 과학관·과학원에서 나뉘어 진행됐다. 생명대 학생회장 최준수(생화학·13)씨는 “같은 단과대임에도 수업이 여기저기서 열리다 보니 수업 간 이동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실험기구 등 각종 집기를 단과대 차원에서 함께 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한, 과방 등 자치공간도 각 건물에 흩어져있어 단과대 차원의 교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최씨는 “건물이 없고 자치공간도 분산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끼리 뭉칠 일이 거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유원(생공·14)씨는 “생명대만의 자치공간이나 학습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전했다.
단독 건물의 부재로 인한 학생들의 소속감 부족이 더 나아가 학생들의 단과대 이탈로까지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최씨는 “생명대 학생들이 유독 의대·약대로 편입을 많이 하는데, 소속감의 결핍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정부가 10년 넘게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수한 학생들의 유출은 생명대는 물론 국가의 발전에도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학교 본부도 생명대에 단독 건물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건물을 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실 기획팀 손성문 과장은 “생명대의 경우 건물 신축이 필요하지만, 백양로 공사 등 먼저 진행된 사업에 순위가 밀린 것이 사실”이라며 “차후 학교가 여건을 갖춘다면 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씨는 “학교의 본분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학교 본부가 교육환경이 아닌 다른 곳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을 투자한 점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GLD, 규모는 커지는데 공간은 없다

지난 2015년 신설된 GLD 역시 단독 건물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GLD의 수업은 상경대 등 다른 단과대의 건물을 빌려 진행되는데, 강의실 확보에 한계가 있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17학년도 GLD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선본 <디딤돌> 정후보 김동현(GLD한국문화·15)씨는 “다른 단과대의 공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개설되다 보니 강의실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때문에 개설되는 수업의 정원이 학생들의 수요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에 손 과장은 “공간 활용이 떨어지는 단과대에 협조를 부탁하고 있으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유휴 공간이 있는 단과대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치공간의 부재 또한 심각한 문제다. 김동현씨는 “GLD의 자치 공간은 스팀슨관에 위치한 작은 방 하나가 전부”라며 “때문에 학생들이 조모임 등을 이유로 모일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이어 김동현씨는 “해를 거듭하며 학생들이 많아지면 점점 더 공간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손 과장은 “신생 단과대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기에 장기적으로는 건물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여의치 않다는 학교 본부…
단과대별 형평성 문제도 불거져

각 단위의 학생회는 단과대 사무실 및 학교 본부와 소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단독 건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본부의 반응은 다소 소극적이다. 손 과장은 “학교 본부로서도 공간 확보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으나, 당장은 재원도 부지도 모자란 상황에서 건물을 신축하기가 어렵다”며 “기존 건물의 빈 곳을 찾아 임시로 제공하려 노력 중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단과대의 협조 또한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당분간은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단과대 간 형평성 논란 또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있었던 강의동 신·증축이 정작 필요한 단과대가 아닌 다른 단과대에 치중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손 과장은 “학교 본부의 건축기금이 부족한 실정이라 건물을 지으려면 단과대 차원에서도 기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줘야 한다”며 “경영대·공과대·이과대 등은 관련 기금을 직접 확보했기 때문에 공사가 이뤄진 것”이라 해명했다. 이에 최씨는 “신생 단과대의 경우 동문 층이 얇아 기금 확보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씨는 “단독 건물 신축은 단과대 신설의 주체인 학교 본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기금을 모으기 힘들어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발언은 무책임한 것”이라 비판했다.

한편 학교 본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단과대를 신설한 것이 문제라는 비판이 있다. 사과대에 재학 중인 ㄱ씨는 “단과대를 신설할 때 강의동의 확보는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학교가 이에 대한 계획도 없이 단과대를 신설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최씨는 “우리는 다른 단과대 학생들은 당연히 누리고 있는 권리에서 소외된 것”이라며 “해당 단과대뿐 아니라 많은 연세인이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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