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욱 작가가 우리 세대에게 전하는 격려

▲고정욱 작가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 비록 동화일지라도 유년기를 보낸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책들이다.

아무리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어린 시절 마음속에 담아둔 동화책 한 권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에게 동화는 추억이고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따라서 동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아이들의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장애’를 디딤돌 삼아 장애라는 소재를 동화에 도입한 작가가 있다. 그는 바로 동화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맞서는 고정욱 작가(아래 고 작가)다. 지난 10일, 성북구 정릉동 고 작가의 자택 근처에서 장애인을 소재를 한 동화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그를 만나봤다. 힘차게 휠체어를 밀며 호탕하게 웃으는 고 작가는 작은 체구와 그의 장애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호인’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동화작가로서의 ‘고정욱’
 

고정욱 작가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다. 성균관대에서 문학도로서의 대학 시절을 보낸 그는 이후 자연스레 등단의 꿈을 꾸게 됐다. 굵직한 동화 몇 편들로 한국이 자랑하는 동화작가가 된 그이지만 그의 등단은 동화작가가 아닌 소설작가로서였다. 그는 지난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선험』이라는 단편 소설로 등단했다.

소설을 쓰던 고 작가가 동화를 쓰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본인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녀들에게 읽어줄만한 책이 없다는 것을 느끼자, 그는 직접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자신만이 쓸 수 있는 동화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제일 잘 담아낼 수 있는 소재인 ‘장애’를 떠올렸다. 이런 고심 끝에 처음으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다. 이 책은 고 작가의 첫 번째 동화 작품이었음에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를 위한 권장도서로 지정되는 등, 일명 ‘대박 친 작품’이 됐다.

고 작가는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겨 계속해서 후속작들을 써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동화들이 바로 『안내견 탄실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이다. 고 작가는 “이러한 동화를 통해 어린 아이들이 장애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루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고 작가는 동화를 쓰면서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동화를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고 작가는 인기에 대응하는 막중한 도덕적 책임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나의 글이 아이들에게 매우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통감했다”고 말하며 동화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크나큰 책임을 강조했다. 또한 고 작가는 “동화는 아이들의 가치관을 만든다”며 “그렇기 때문에 동화 작가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더 엄격한 도덕적 의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모범적인 글은 작가의 모범적인 삶에서 나온다”며 “언제나 모범적인 태도를 갖추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글쟁이로서의 신념과 바람

 

고 작가는 글을 쓸 때 지식, 정보, 재미 3가지 부분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작가를 ‘공부 대리인’이라고 정의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나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새로운 ‘정보’ 또한 글을 통해 전해야 한다”며 정보 제공을 통한 방향 제시를 글의 중요한 기능으로 꼽았다. 동시에 그는 “‘지식’이나 ‘정보’를 흥미 있게 전하기 위해서는 ‘재미’ 또한 신중히 고려해야할 점이다”라고 전했다. 이는 그가 자신이 쓰는 모든 작품에 대해 가진 확고한 신념이다.

고 작가는 작가가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작가의 역할을 논하며 ‘탄광에 들어가는 앵무새’를 언급했다. 고 작가는 “옛날에는 탄광에 들어갈 때 앵무새의 상태를 보고 독가스 누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앵무새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갔다”고 말하면서 “작가들은 앵무새와 같이 다가올 시대적 어려움을 감지하고 이를 글을 통해 경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세상에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이야기하는 고 작가는 최근 서가의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요즘 베스트셀러들의 판매 수가 너무 적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그 원인을 작가들의 부족함에서 찾았다. 고 작가는 “치열한 문제제기를 위한 작가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작가들이 꾸준한 노력을 통해 사람들이 다시 책을 많이 찾는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외치는 강사 ‘고정욱’

 

고 작가는 장애로 인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려 애쓰고 있다. 기본적인 이동부터 교통수단 이용까지 비장애인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인 일도 그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탓에, 전국 각지로 강연을 다니는 일은 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고 작가는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강사로서 강단에 선다. 고 작가는 “독자들과 직접 만나면 책으로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무릅쓰고 강연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이 가지는 간접성이라는 한계를 강연을 통해 뛰어넘을 수 있다”며 강연이 갖는 현장성의 힘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강연에 나가면 사람들에게 ‘나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도 여기까지 왔으니 당신들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력하게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강연의 의미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혼란스러운 현재 시국에서 고 작가는 청년들이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시대는 언제나 혼란스럽다”라고 말하면서 “청년들이 시대에 휩쓸려서 자신의 정체성을 놓치거나 노력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시대가 혼란스러울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스스로 중심을 잡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서 나아가라, 그리고 삶의 주인은 항상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마라”고 전했다. ‘학교를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가 자랑하는 사람’이 되라며 2만 연세인에게 특별한 노력을 촉구하는 당부를 남기는 점도 잊지 않았다.

 

대화 내내 고 작가의 밝은 에너지와 힘이 강하게 전해져 왔다. 수많은 동화들로 이 시대 어린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온 그는 이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동화 작가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장애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동화작가로 거듭난 고 작가에게선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굳은 믿음과 세상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이 느껴졌다. 올바른 생각의 기준을 가지고 올바른 글을 쓰는 일, 누구보다 먼저 사회의 흐름을 느끼고 글로써 이를 사회에 제시하는 일, 다음 세대의 주인이 될 어린이들에게 동화로써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 고 작가에겐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책임이고 자부심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작가에 대한 굳은 신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영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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