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축제 문화 정착을 위해

과거 연고전은 일제강점기 민족 사학을 대표하는 연희전문학교와 보성전문학교가 양교의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때문에 ‘연보전’이라고 불렸던 이 친선전은 식민지배의 설움을 토로하고 민족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일제의 징병제로 중지됐던 연보전은 광복 이후 ‘연고전’으로 부활해 민주화 운동 시기 학생들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 부르짖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즉 연고전은 대학사회를 긍정적으로 선도하는 장이자 사회를 향한 학생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축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연고전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진행 ▲일반 학생들의 참여 불가 ▲경쟁 과열 등으로 인해 본래의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들만의 스포츠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학생들을 대표하고자 만들어진 연고전은 최근 그 대표성을 잃어간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연고전이 남자 운동선수들로만, 그 중에도 축구, 야구, 농구, 빙구, 럭비의 다섯 종목만 이뤄진다는 점이 그 점이다. 조금 더 다양한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 ‘아마추어 연고전’이 생겼지만, 여전히 ▲홍보 부족 ▲총장배 경기 우승 팀만 참여 ▲기존의 다섯 종목에 한정 ▲여학생들의 부재라는 점 등에서 한계를 보인다. 특히 아마추어 연고전은 다양한 학생 참여라는 본래의 설립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할뿐더러 학생들의 관심마저 잃었다. 우리대학교 조유진(CTM·15)씨는 “아마추어 연고전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취지는 좋지만 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선 학교 차원에서의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며 의견을 밝혔다. 이에 우리대학교 축구 동아리 ‘킥스’의 주장 김수현(체교·10)씨는 “이른 오전에 열리는 아마추어 연고전 경기 시간만 보더라도 학생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킥스의 경우 오전 7시에 경기를 치르는데 그 시간에 응원할 학우들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우리대학교 아이스하키 동아리 ‘타이탄스’의 주장 장재호(BC·14)씨는 “아마추어 선수들도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만큼 선수 명단 전단, 학교신문 및 방송과 같은 매체를 통해 홍보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아마추어 연고전의 구조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의견 또한 있다. 우리대학교 미식축구 동아리 ‘이글스’의 권상윤(GLD국제통상·15)씨는 “아마추어 연고전이 만들어진 것은 대단한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총장배 경기 우승팀들만 참여할 수 있고 다섯 종목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밝혔다. 권씨는 “미식축구의 경우 럭비와는 또 다른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참가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장씨는 “이틀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더욱 다양한 경기를 편성한다는 것은 실현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연고전과 아마추어 연고전 외에 학교 간 동아리 친선대회나 학술교류를 진행한다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연고전을 하나의 축제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가장 큰 축제인 연고전에서 학우들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 방법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학생은 전혀 참여할 수 없는 구조인데 과연 이것을 양교를 대표하는 축제라고 말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차원에서 연고전의 방향성에 대해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쟁으로 과열되는 연고전

 

라이벌전에서의 경쟁은 숙명이다. 적당한 라이벌 의식은 팀의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지만 그 경쟁심이 변질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연고전은 학생들 간의 경쟁과열로 본래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양교 학생들이 느끼기에 단순한 농담,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에서 문제가 지적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우리대학교 응원단의 현수막이 논란이 됐다. 바로 ‘세브란스도 못 고치는 안암(癌)’, ‘연세암센터 : 안암은 안 받아요’와 같은 문구 때문이었다. 고려대가 소재하고 있는 안암을 ‘암(癌)’에 비유한 것인데 고려대 학생들과 안암동 주민들 그리고 실제 암 환자들에게 큰 불쾌감을 줘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2011년에는 ‘최고의 불효는 고려대 입학입니다’라는 현수막 문구가 문제되기도 했다. 우리대학교 원서연(PSIR·15)씨는 “경쟁심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얼마나 보편적인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연고전과 같은 행사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경쟁심이 지나치게 과열돼 발생하는 모습들로 인해 매년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지양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010년에는 심판매수사건이 밝혀져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승부에 매몰돼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고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전 고려대 축구부 감독이 연고전에서 이기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위원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평소 친분이 있던 심판들을 배정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어 그는 경기 후 편파 판정을 해준 대가로 심판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고려대 축구부 감독이 기소되고 뇌물을 수수한 심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이는 본래 연고전이 갖는 양교 친선의 의미가 퇴색되고 오로지 경기 결과에만 집중한 결과다.

연고전은 학내뿐만 아니라 학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본부에서도 정기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기전의 결과가 학교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것은 바로 경기에 직접 뛰는 선수들과 이를 지휘하는 코치진이다. 이로 인해 운동부의 분위기는 연고전을 전후해 상당히 예민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대학교 A 선수는 “모든 종목 운동부의 분위기 자체가 연고전은 꼭 이겨야 하고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공동체 모두가 그런 생각을 공유하다보니 더 승부에 집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느 순간 ‘라이벌을 이겨야 한다’는 ‘이기지 못하면 큰일 난다’가 돼 버렸다. 특히 경기에서 패하게 되면 압박감은 더 심각해진다. 2014년 5전 전패 당시에 있었던 B선수는 “한동안 기숙사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밥 먹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며 “버스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숙소에 돌아왔고, 숨 쉬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고려대 출신 전 LG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과거 「STN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연고전을 이기느냐 지느냐에 따라 그해 겨울이 달라진다”며 “지고 겨울을 맞으면 정말 혹독하게 훈련하지만 이기면 학생들이 음료수도 갖다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겨울을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기를 쓰고 이기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대학교 농구부 은희석 감독은 연고전이 더 격앙되는 것은 결국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스트레스를 모두 감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은 감독은 “연고전은 일반 사람에겐 즐기는 시간이지만 성적 부진의 스트레스는 연고전을 직접 지휘하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51년의 역사를 맞이한 연고전, 시간이 흐른 만큼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의견이 많다. 이제는 연고전 방향성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경쟁과 승부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건전한 축제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김홍준 기자
khong25@yonsei.ac.kr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사진 연세춘추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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