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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낳은 순수과학의 ‘판구조론’이라는 산물대륙이동설이 판구조론으로 되기까지
  • 함예솔 기자
  • 승인 2016.05.14 18:35
  • 호수 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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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과학은 20세기 들어 두 번의 전쟁과 냉전 시기를 거치며 변하기 시작한다. 순수하게 지적 영역에만 머물 것 같았던 과학이 전쟁을 겪으면서 인류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 존재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과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지구과학 분야는 전쟁 이후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되는데 지구과학 학문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판구조론’의 탄생이 바로 그것이다.

전쟁이 낳은 판구조론의 서막, 지구과학을 키운 전쟁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이란 지구의 지각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고, 맨틀대류에 의해 이 판들이 움직이며 지진 및 화산활동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 덕분에 우리는 지진과 화산활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판구조론이 전쟁에 의해 탄생했다는 말은 무엇일까?

세계대전의 발발과 냉전은 군대와 지구과학자 사이에 새로운 계약관계를 만들었다. 군대는 적국의 잠수함 위치를 파악해야 했고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얻어야 했으며, 적국이 핵실험을 하는지 감시해야 했다. 이에 지구과학자들은 연구 자금이라는 대가를 얻고 국방 연구에 동원됐다. 실제로 1960년대 판구조론 확립에 기반이 된 자료들은 모두 국방부의 예산 지원으로 가능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당시 국방부는 잠수함 작전을 위해 자세한 해저지도가 필요했고, 지구과학자들 역시 해양연구를 위해 항해를 통한 탐사가 필요했다. 지구과학자들의 해저산맥과 심해 해구 관찰을 위해 필요했던 해양 연구선들은 수백 차례의 항해를 거듭하며 자료를 얻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 국방부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군대의 개입은 자유분방한 연구의 이점을 상실하게 하기는 했지만 국방부의 막대한 자본 유입 덕분에 지구과학자들은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또, 국방부는 이미 세계대전 당시 개발한 장비를 개조해 연구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는데 바로 해저음파탐지기*와 자기계**가 그것이다. 해저음파탐지기는 원래 잠수함 작전을 위해 개발됐지만 후에 석탄, 가스, 석유 매장지 탐사를 위해 사용된다. 지구과학자들은 이 음파탐지기를 통해 전 세계의 해양지도를 만들 수 있었고 해양의 거대한 해저산맥의 존재를 알게 됐다. 자기계는 원래 비행기에서 해저의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도록 개발됐던 기기를 변형한 것으로 지구과학자들은 자기계를 통해 해저의 자기극성을 측정한 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1963년에 체결된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의 이행 여부를 상호 감시하기 위해 지진관측소가 설립됐다. 지진관측소의 설립 목적은 핵폭탄실험에서 나타나는 지진파를 감지하는 것이었지만, 지구물리학자들은 지구 내부의 구조를 연구하는 데 지진관측소를 이용했다.


대륙이동설에서 해저확장설로


판구조론이라는 거대한 이론의 시작에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가 있다. 대륙이동설이란 지구의 모든 대륙이 과거에는 ‘판게아’라는 거대한 덩어리로 결합돼 있었다는 것이다. 공룡의 시대인 중생대 시기 덩어리로 결합돼 있던 판들이 판게아에서 떨어져 나와 현재의 대륙 모습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 대륙이동설의 골자다. 베게너가 제시한 증거로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모양이 유사하다는 점, 생물 화석(메소사우루스)과 암석 분포의 유사성, 오늘날과 다른 과거의 기후 분포, 빙하의 위치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베게너는 ‘어떤 힘이 대륙을 이동시키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더욱이 지질학자가 아니었던 베게너의 이론은 지구과학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겪으며 대륙이동설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대륙이동설은 전쟁을 통해 얻은 자료를 통하여 ‘해저확장설’이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대륙이동설에서 베게너가 설명하지 못했던 ‘판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근거를 해저확장설에서 실마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저확장설이란 대양의 해저산맥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솟아오르며 해양지각이 만들어지고, 이 해양지각은 해저산맥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퍼져나가게 되며 결국 해구 속으로 사라진다는 개념의 이론이다. 해저확장설은 대륙이동설에서 판구조론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대륙이동설을 해저확장설로 확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구과학자들은 해저음파탐지기를 통해 얻은 해저지도로 지구 모든 대양에서 해저 산맥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또 국방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항해에 나섰던 아틀란티스호에 승선했던 지구과학자들은 대서양 해저퇴적물이 예상보다 훨씬 얇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지구에 바다가 존재한 것이 약 40억 년 전 부터인데 해양지각은 가장 오래된 지각도 3억 년을 넘기는 경우가 없다는 사실은 지구과학자들이 의문점을 가지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또 자기계를 통해 얻은 해저의 자기극성 지도에서도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지도에 나타난 해저의 자기극성이 마치 얼룩말 무늬와 같은 규칙적인 패턴을 보이는 것이었다. 특히 지구과학자들은 해저산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정상 극성***과 역전 극성****의 띠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자기 띠무늬)에 주목했다. 자기 띠무늬는 마치 해양지각이 해저산맥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퍼지며 대칭을 이루는 것 같았다.

광범위한 해저산맥의 존재, 해양지각의 젊은 나이, 자기 띠무늬와 같은 증거를 통해 1963년 해리 헤스(Harry Hess)는 해저확장설을 제안하게 됐고 해저확장설은 해저산맥의 나이가 예상보다 젊은 이유, 자기 띠무늬가 생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해저확장설에서 판구조론으로


이후 해저확장설로 지구의 판을 움직이는 원동력에 대해 알게 된 제이슨 모건(Jason Morgan), 댄 메켄지(Dan Mckenzie)는 해저확장설을 더욱 발전시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판구조론을 완성하게 된다. 그들이 완성한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은 수백km 정도의 두께를 가진 10여 개의 판으로 덮여있고 이들 판의 움직임이 각종 지질현상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판이 갈라지거나 하나의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끼어들어가는 곳에서 지진이나 화산활동이 활발하고 두 개의 대륙판이 충돌하는 곳에서 산맥이 형성된다는 것까지 설명이 가능할 수 있어졌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은 오늘날 발생하는 지진이나 화산의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을 가능케 했다.


판구조론으로 본 지구는?


지난 4월 14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는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했다. 또 16일에는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연이어 발생한 지진에 사람들은 두 지진 사이의 연관성에 의문을 가졌고 학자들은 판구조론에 따라 두 지진의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만약 판구조론이 확립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아직도 지진과 화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현대의 과학은 없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지구과학 역시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이 기사와 관련된 읽을거리로는「야누스의 과학: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 「냉전과 대학」,「과학사속의 대논쟁10:과학사에서 가장 격렬했던 열가지 논쟁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해저음파탐지기 : 해저의 지각 구조를 탐지할 때는 인공 지진파를 일으키고 그 반향음을 포착하는 방법. 잠수함을 탐지할 경우에는 해면에서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곳을 향해 여러 개의 음파를 발사한다. 반사된 음파로부터 잠수함의 위치는 삼각측량법으로 파악하고 거리는 음파가 반사되어 온 시간으로부터 추정.
**자기계 : 주변의 자기장이 자기핵 주위로 감은 전선 코일에 유도된 전류가 미치는 영향을 관찰함으로써 자기장을 측정하는 기구.
***정상극성(normal polarity) : 자철광 성분을 많이 함유한 암석은 그 자체로 작은 나침판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 중 정상극성이란 오늘날의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자화된 상태를 말한다. 즉 암석의 N극이 현재의 북극방향.
****역전극성 : 오늘날의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자화된 상태를 말한다. 즉 암석의 N극이 현재의 남극방향.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자료사진 네이버 두산백과>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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