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움, 리움미술관, 그리고 가구거리를 탐험하다

시끌벅적한 파티, 휘황찬란한 거리의 조명, 그리고 외국인과 함께 즐기는 클럽. 듣기만 해도 화려함이 느껴지는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젊음의 집결지 이태원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이태원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 이태원 곳곳에는 사실 화려함에 익숙해진 청춘들을 위한 숨겨진 안식처가 존재한다. 시끄러운 번화가와는 달리 조용한 매력을 지닌 민낯의 이태원 구석구석을 찾아가봤다.

도심 속 나만의 주크박스, ‘스트라디움’

이태원역 2번 출구로 나와 한강진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고급스러운 외관의 음악 체험 공간 ‘스트라디움’이 등장한다.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된 이곳에서는 추억의 노래부터 우리가 매일 흥얼거리는 노래들까지 다양한 음악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입장료 1만 원을 지불하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조용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에 기자는 홀린 듯이 헤드셋을 집어 들었다. 1층의 사운드 갤러리에서는 음악에 ‘전시’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더해져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보고 읽는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음악과 전시회를 정신없이 즐기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내려가 본 지하 1층. 지하 1층은 작은 서재처럼 꾸며진 개별 ‘알코브*’와 여러 명이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2개의 ‘뮤직 룸’으로 구성돼있다. 1층에서 눈과 귀를 모두 열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면, 지하에서는 오롯이 귀로 들어오는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음악에서 빠져나온 기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가깝게 교감할 수 있는 2, 3층의 ‘스트라디움 스튜디오’로 눈길을 돌렸다. 최고급 녹음 및 감상 시스템을 갖춘 이 스튜디오에는 연주회부터 토크콘서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마지막으로 4층의 카페에서는 커피 또는 차가 무료로 제공되니 야외 테라스에서 음료를 마시며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보시길!
한가로운 오후, 스트라디움에서는 시끌벅적한 바깥의 이태원과는 달리 음악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고요함’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신없는 일상에 지친 당신, 이태원의 스트라디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다루다. ‘리움미술관’

스트라디움에서 나와 아기자기한 카페를 구경하며 5분 정도 걷다 보면 수려한 외관의 리움미술관이 나타난다. 그곳엔 미술관이 가까워질수록 그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외형전시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리움미술관에서의 예술작품 감상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우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외부건축물에서부터 시작된다. 리움미술관은 지난 2004년 개관했으며 한국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전시관1과 한국과 외국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관2로 구성돼있다. 다양한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들을 조명하고 전통과 현대미술을 망라하고 있는 점이 리움미술관만의 장점이다.
특히 전시관1의 고미술 전시는 현대 미술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움을 안겨준다. 한국 고미술의 신비로움 때문인지 전시관1에서는 많은 외국인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전시는 4층에서 시작되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한 층씩 내려오면서 감상할 수 있다. 로비로 이어지는 빛의 통로에서는 마치 모빌처럼 매달려있는 최정화 작가의 ‘연금술’이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니 마치 하늘에서 보석이 내리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1층에 내려오면 고미술관과 로비를 연결하는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천정과 전면 벽을 거울로 덮어 무한히 확장된 우주공간을 연출하고 반원의 LED 고리가 거울에 비친 환영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를 뒤로하고 마주친 전시관2에서는 현대미술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 2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법한 유명 작가인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백남준, 이중섭 등의 작품이 있었다. 전시관1에서 느꼈던 고미술에 대한 무지함에 지쳐가던 즈음 드디어 어딘가에서 봤던 작품이 등장하니 숨통이 트였다. 기자는 전시관1에서 차분함을 느꼈던 마음이 어느새 현대미술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주제로 인해 다시 파도처럼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리움미술관은 ‘아름다운 것’을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이국적인 이태원과 조용한 골목길의 만남, ‘앤틱 가구 거리’

마지막으로 리움미술관에서 나와 간선버스(400번)를 타고 세 정거장만 이동해 이태원의 뜨고 있는 명소, ‘앤틱 가구 거리’로 가보자. 이태원 앤틱 가구 거리는 1960년대 인근의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군인들이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사용하던 가구들을 팔려고 내놓은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점차 시장이 활성화되며 아시아, 유럽, 미주 등지의 다양한 고가구 상인들이 모인 것이 지금의 앤틱 가구 거리. 상점마다 진열된 아기자기한 찻잔, 시계, 가구 등의 각종 장식품은 길을 지나던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한 곧 다가오는 성탄절을 맞이해 상점 밖에 진열된 소품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이태원의 밤을 밝히고 있었다. 이태원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조용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앤틱 가구 거리를 한번 걸어보는 건 어떨는지. 마음에 드는 상점에 들어가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말이다.

비 오는 날 괜스레 감성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태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위에 소개한 장소들에서는 평소 생각하던 이태원의 화려함이 아닌 한적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움이란 익숙함 속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코브: 방 한쪽에 설치된 오목한(凹) 장소. 침대, 책상, 서가 등이 있어 침실, 서재, 서고 등의 소공간으로 사용된다.

주은혜 수습기자
함예솔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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