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상 졸업이수학점 다 채우고도 수업 들어야 해

우리대학교 학사규정집에는 한 학기 졸업을 연기하려면 정규학기에 1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 또한 최소학점인 1학점만을 이수하는 경우, 기본 등록금의 6분의 1을 내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취업 전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은 취업 준비와 더불어 등록금까지 마련해야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안한 취업, 졸업은 저 멀리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 준비를 이유로 우리대학교 학생 중 다수가 졸업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 학기 졸업 예정이었으나 한 학기 졸업을 연기한 김종호(컴과·11)씨는 “대부분의 예비졸업생이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의 이유로 졸업을 연기하고 있다”며 “기업에서 졸업생보다는 재학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취업에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러 인턴채용공고의 지원 자격이 대부분 재학생과 졸업예정자로 한정돼 있어 취업시장에서 졸업생의 입지는 굉장히 좁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졸업을 연기하려는 재학생은 많지만 한 학기당 내야하는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이 선택마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대학교의 비싼 초과학기 등록금
 
지난 2014년 우리대학교 등록금 공시 자료에 의하면 평균 등록금은 434만원으로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이어 2위이다. 우리대학교 학칙에 따르면 ▲1~3학점 수강 시  등록금의 6분의 1 ▲4~6학점 수강 시 3분의 1 ▲7~9학점 수강 시 경우 등록금의 2분의 1 ▲10학점 이상 수강 시 등록금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은 우리나라 법령*에도 명시돼있는 사항이다.
 
한편, 고려대의 경우 학점을 다 채우고 졸업요건인 논문이나 영어 성적을 제출하지 않은 수료생의 신분인 경우 따로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대학교는 한 학기 졸업을 연기하는 데 단과대 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 5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든다. 이에 김씨는 “등록금이 비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초과학기 등록금도 우리대학교가 가장 비싸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이미 8학기 동안 적지 않은 등록금을 냈음에도 초과학기 때문에 또다시 상당한 금액을 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학사지원팀 박병록 팀장은 “졸업을 연기한 학생들이 적은 금액을 내고도 학교 수업을 듣고, 다양한 학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는 일반 재학생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재학생으로서 기본적으로 내야 하는 수준의 등록금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초과학기를 다니고 있는 허모씨는 “타대학 중에는 ‘수료’ 형식을 도입해 학점을 듣지 않고 졸업을 연기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도 하는데, 이에 비해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너무 불리한 입장에 있다”며 “초과학기까지 등록금을 책정하는 우리대학교를 보면 학생들에게 돈을 받으려는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김모씨는 “초과학기 등록금이 비싸다고 불평하기 전에 초과학기를 듣는 것 자체가 본인의 선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8학기에 졸업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이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학교가 졸업연기비용을 비싸게 책정해 재학생 수를 줄여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임교원확보율이란, 재학생 수 대비 교직원 수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졸업연기비용에 부담을 느껴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 수가 줄게 되면 재학생 수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박 팀장은 “우리대학교는 초과학기에 등록금 일부를 내야하는 방안을 굉장히 오래전부터 채택해왔기 때문에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맞춰 이러한 방안이 도입된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이런 제도를 통해 졸업연기자 몇 명이 준다고 해서 전임교원확보율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값비싼 졸업연기비용은 취업의 문턱에서 이미 좌절을 겪은 학생들에게 또 한 번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초과학기 등록금과 관련해 학생과 학교의 견해가 다른 만큼 한쪽의 입장만을 내세우기보다 서로를 고려한 대안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령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징수방법) 7항의 1. 학사학위 이하의 과정 가. 1학점부터 3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6분의 1 해당액 나. 4학점부터 6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3분의 1 해당액 다. 7학점부터 9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2분의 1 해당액 라. 10학점 이상은 해당 학기 등록금의 전액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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