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차원의 반성 및 성찰’ 표현 둘러싸고 학생들 갑론을박

지난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확대간부수련회(아래 확간수)에서 성폭력 및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더불어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아래 총학)이 게시한 입장문 중 일부 표현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다. 
 

총학은 지난 2월 8일 이 사건과 관련된 입장문을 <SYNERGY>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입장문은 ▲사건 경위와 가해자 조치 ▲2차 피해 방지 ▲공동체 차원의 반성 및 성찰로 구성됐다. 지난 1월 23일 새벽, 가해자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을, 피해자 C씨에게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는 가해자 A씨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입장문의 주된 요지는 확간수에서 발생한 성폭력·폭력 사건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우리대학교 구성원 모두의 성찰을 촉구하자는 것이었다. 
온라인에 게시된 입장문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사건 경위와 가해자 조치 ▲공동체 차원의 반성 및 성찰이다. 기성언론 기사에서 성폭력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데 반해 입장문에는 사건 자체에 대해 거의 다루고 있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 정보가 다소 부족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재준(신학·11)씨는 “총학에서 공동체 문화의 성찰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건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책임자의 사과를 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동체 차원의 반성 및 성찰’에서는 확간수에서 일어난 일을 연세 공동체 전체의 책임으로 돌린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대학교 재학생 박모씨는 “총학의 입장문은 학생회의 판단을 타 학생들에게도 강요하는 느낌이었다”며 “특히, ‘반성을 촉구’한다는 표현은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학생 사회에서는 학내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유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일부는 총학이 게시한 입장문에 공감하기도 했다. 권인혁(문화인류·13)씨는 “입장문에서는 성폭력 사건 뿐 아니라 학내 소수자에 대한 비하나 2차 피해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며 “우리 공동체 문화가 다소 폭력에 익숙해져 있으며 집단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권씨는 “댓글이 너무 비난여론으로 흘러 입장문의 본질에서 벗어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총학에서는 입장문에서 사건의 맥락을 설명하고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하는 추가 입장문을 2월 21일에 게시했다. 박씨는 “추가 입장문을 통해 본래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가 와 닿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씨는 추가 입장문이 설날 당일에 게시된 점을 지적하며 “학생들의 반발에 대해 답변하지 않다가 한참 후에 추가 입장문을 게시한 것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송준석(정외·12)씨는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혔을 경우 가해자나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됐다”며 2차 입장문 게시가 늦어진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조치에 대해 송씨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하는 도중에 첫 번째 입장문이 게시돼 조치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송씨는 “이후 성인지 교육을 확대하고 중운위 내부에서 자치규약을 만드는 등 성폭력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 정서현 기자 
bodowoman@yonsei.ac.kr
권아랑 기자 
chunchuar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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