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활동가 이정민씨를 만나다

▲참여연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힘이라며 참여연대 사무실 내의 '회원의 벽'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정민 씨

미국의 경제학자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국가와 시장만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필요한 또 다른 한축은 바로 시민사회”라고 말했다. 이렇듯 시민사회는 국가와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개인의 참여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민씨. 그는 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시민사회를 함께 열어가고자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에서 인턴교육과 청년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입사한 지 1년도 채 안됐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는 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범한 학생에서 시민단체 활동가가 되기까지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에 가득 차 자정을 넘겨 퇴근할 때가 비일비재한 이씨.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그는 업무로써가 아니라 삶 속에서까지 항상 사회 변화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사회 변화를 꿈꾸던 것은 아니다. 이씨는 “학창시절 나는 술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이런 그에게 사회 변화를 꿈꾸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군대에서였다. 그는 복무 중 탱크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이때 군대는 보상은커녕 다친 이씨를 귀찮은 짐처럼 취급하며 사고의 책임을 이씨에게 떠넘겼다고 한다. 그는 “이 사고를 계기로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그저 집단을 위한 하나의 부속물로 취급하는 것을 경험했다”며 “사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유니세프(unicef)에 후원하기 시작한 이씨는 “변화를 위한 작은 행동을 통해 삶의 보람을 느꼈다”며 사회 변화를 꿈꾸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군에서 전역한 후 이씨는 장애인특수학교인 성베드로 학교에서 근무했다.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그는 “성베드로 학교에서의 생활은 장애인들의 삶을 유지시키는 것에 불과했다”며 “장애인들의 삶을 유지시키기 보다는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는 생각에 시민단체 활동가가 됐다”고 말했다. 군대에서의 깨달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했던 경험이 그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밑거름이 되어 준 것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산다는 것

이씨는 인턴교육을 비롯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민교육, 청년공동체 관련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스케치북 프로젝트 with 20’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20대 청년들이 모여 노동, 등록금, 청년정책 등의 의제를 함께 공부하고 이에 대한 직접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의 삶에 대해 이씨는 “시민단체는 회사 조직보다 자신의 소신대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며 활동가의 장점을 소개했지만 “일이 많을 땐 세월호 특별법 문제와 같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완벽히 대응하기는 힘들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지친 활동가들에게 3년에 한 번씩 한 달간의 안식월을 제공한다. 이렇듯 강도 높은 업무량에 대해 이씨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이씨는 “활동가들끼리 서로 그만 일하라고 말려야 할 정도”라며 웃음을 보였다.
활동가의 덕목에 대해서 이씨는 ‘공감’을 꼽았는데 “활동가는 삶의 희망보다는 고통과 함께 하는 순간이 많은 직업으로 뭔가 변화를 이끌어내기 이전에 사회의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결국 그에게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 청년공동체로

참여연대에서 청년사업을 맡고 있는 이씨에게 요즘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 물었다. 요즘 청년들은 스펙과 학점에만 매달린 채 공부하다가 졸업과 동시에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러한 청년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이씨는 “그런 청년들에게 사회문제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며 청년이 아닌 기성세대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요즘 청년들이 정치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훈계하는 기성세대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잘못됐다”며 “청년들을 그렇게 만든 기성세대를 탓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세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나 시민단체는 청년들이 정치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학생이었던 이씨에게서 현 시대의 청년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씨는 “청년 두세명이 모여 자유롭게 정치적인 의견을 나누는 공동체를 기획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내 최종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청년참’*과 같은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의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이씨의 눈은 마치 ‘제 꿈은 대통령이에요!’이라고 말하는 발랄한 초등학생의 눈처럼 반짝였다. 그런 그에게 참여연대 활동가로서의 삶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판 중 하나다. 자신을 서울 촌놈이라고 표현한 그는 “전국적으로 공동체를 기획하면서 지방에 살아보는 것 또한 작은 목표 중 하나”라며 소박한 희망을 전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입가에는 수줍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지만 그의 눈은 자신의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보이는 듯 했다.

청년들과 더불어 아래로부터 세상을 바꿔나가고 싶다는 이씨. 그는 이를 위해 청년들이 ‘공부다운 공부’를 하길 바란다. 그는 “주위 친구들과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며 서로의 한계를 인지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은 학점을 따기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사상과 가치를 찾아가는 큰 공부를 하는 공간”이라고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젊은 세대와 교감하며 그들과 더불어 세상을 바꿔보려는 젊은 활동가, 이정민씨의 앞길이 궁금하다.

*청년참 :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제도로 청년 세 명 이상이 모인 커뮤니티에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여 커뮤니티 내의 소통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


글 문세린 수습기자
이승학 수습기자
최명훈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이정민 참여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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