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 1년 전이다. 백양로재창조사업에 반대하던 천막이 사라지고, 공사는 재개되었다. 백년이 넘는 연세의 역사와 함께해 온 백양로의 재창조사업으로 캠퍼스가 들썩거렸으나, 어느덧 우리는 공사소음과 분진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서 구성원들 간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해결할 수도 있었을 문제는 부끄럽게도 교문 밖으로도 많이 알려진 이슈가 되었다. 천막농성, 공청회, 사업설명회, 간담회, 토론회, 찬반투표 등을 거치며, 상호간 소통보다는 백양로사업단 그리고 교수평의회와 연세캠퍼스를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 등 각각의 목소리만 들렸으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하려는 노력보다 문제점 지적과 일회성 대응이 더 큰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러 차례 학교에서 벌어진 의사표현의 기회에 침묵으로 응대한 적지 않은 구성원들의 문제도 있었다. 내년 여름이면 완성될 새로운 백양로의 모습에 걸고 있는 기대에 못지않게, 아직 우려도 남아있는 이유다. 


이 시점에 와서 다시 논란을 들추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향후 학습을 위해 돌이켜보자면, 백양로를 둘러싼 학내 논란은 학교 내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한 방안모색보다는 지하개발공사의 찬반에 대한 프레임에 맞추어져 왔다. 이는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와 매우 대조적이다. 일본 동경대학교 캠퍼스는 기본적으로 차량운행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동경의 대중교통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기에 교직원이든 학생이든 학교에 차량을 가져오려면 사유를 제시하고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최근 서울의 대중교통 역시 스마트사회답게 자가용만큼이나 빠르며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다. 교내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학교구성원들에게 생활방식을 바꾸는 노력을 독려하고, 대중교통과 캠퍼스를 잇는 셔틀 시스템을 보완하며 백양로를 재정비했더라면 어떠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다. 많은 예산도 절약하고, 백양로의 추억도 보전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는 않았을지 하는 아쉬움이다. 

이처럼 공공갈등의 문제에 있어 설정되는 의제는 매우 중요하며, 그 해결을 위한 상호간의 수평적 소통을 통한 이해가 그 계획의 첫 단추여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개발계획수립에 있어 시간의 프레임에 구속되어도 안 될 것이다. 구성원들의 의견수렴과 지하공간의 공사에 7년씩이나 걸렸던 길 건너 이화여자대학교도 캠퍼스 공사 후 찬반양론으로 갈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스마트사회가 수평적 교류의 힘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바른 의제 설정도, 빠른 해결방안을 찾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환경에 대한 문제는 환경보전만을 고집해서도 안 되고, 과거 불도저 개발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수 없다. 특히나 오늘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인터넷문화에 힘입어 급속히 수평적이며 투명하고 개방된 사고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정책결정자로부터 사회구성원들로의 하향식(top-down) 정책은, 구성원들의 상향식(bottom-up) 참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구성원들이 정책결정과정에 함께하며 참여의식을 갖게 된다면, 상향식 자발적 참여 자체가 훨씬 수월해져 개발과 환경이 함께 가는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사회의 위기를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왔듯이, 최근 우리에게 있었던 공공갈등의 위기가 개발과 환경을 조화시킬 패러다임을 찾는 사회적 노력에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백양로재창조사업에서 겪은 경험이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학내갈등의 해결을 위한 건설적 방안을 찾는 데 초석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사회의 성숙, 민주적 의사결정시스템의 도입과 정착, 그리고 구성원들의 참여의식이 필수적이다. 대학 측에서도 학교의 향후 장기계획과 의제들을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해야한다. 지난 격론의 현장들이 백양로사업단의 여러 결정과정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믿는다. 새로이 조성되는 백양로가 연세의 역사를 이어나가며, 구성원들의 박수 속에 지속가능한 우리 연세의 미래를 보여주는 길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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