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강력히 대응할 것”…논의 재개될까

지난 18일 열린 학장협의회 논의 결과, 총학생회(아래 총학) 학사제도 개선 요구안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총학이 요구한 개선 방안은 크게 ▲재수강 3회 제한 제도 재검토 ▲절대평가 과목 확대 ▲영어강의 질 향상 및 자율화 세 가지다. 
 
총학은 지난 4월 2일 ‘연세인 교육권 공동행동’을 통해 위의 내용을 포함한 8개의 교육권 관련 요구안을 학교 측에 전달했으며, 이후 후속조치로서 6월 20일 총장과의 면담을 가진 바 있다. 면담을 통해 양측은 ▲재수강 3회 제한 제도 재검토 ▲국제캠 셔틀 증차 방안 마련 두 가지 사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으며 그 중 재수강 제도를 비롯한 학사제도 관련 요구안은 18일 학장협의회에서 최종 승인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1734호 2면 ‘학교-총학, 오랜 교육권 숙제 큰 틀에서 합의’>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재수강 제도와 절대평가 과목의 경우 기존의 학사제도에서 변경된 사항이 없었다. 영어강의 자율화의 경우는 교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비교적 원만하게 합의됐다.
 
재수강 3회 제한 제도에 대해 총학은 구제위원회 또는 별도의 승인 제도를 만들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학생들에게 예외적인 재수강 기회를 허용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구제위원회는 교무처와 학생처가, 별도의 승인 제도는 학장 및 학과장의 판단이 중심이 돼 예외적인 재수강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 제도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불가피한 사정’을 심사하기에는 형평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으며,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현재 3회의 기회를 허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무처장 정인권 교수(생명대·바이러스학)는 “학교가 학생들의 불가피성을 판단하는 순간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학교 교육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학사제도의 자의적 해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재수강 제도의 역기능을 제거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개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이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이한솔(문화인류·10)씨는 “학교가 학사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지난 6월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큰 틀에서 합의를 봤던 사안이고 교무처가 이를 구체화시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속이 깨진 것”이라 말했다. 또한 이씨는 “이제는 구체화 작업을 학생회가 주축이 돼 해 나갈 것이고 이를 위해 타 학교 학사제도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총학은 상대평가가 어려운 일부 과목에 대해 절대평가 과목으로의 전환과, 이를 위한 시범 운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상대평가가 어려운 과목들은 이미 절대평가로 운영되고 있으며 급진적인 평가 방식 변경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한 학기에 개설되는 2800개 과목 중에 일부의 예만 제시해 절대평가를 늘려달라는 요구는 위험 요소가 많다”며 “전체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세계 명문 대학들처럼 절대평가 수업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평가 방식 변경이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예로 ▲다수의 분반 중 절대평가 분반에 대한 수요 집중 ▲수요 집중으로 인한 수강신청 시 불만 ▲절대평가로 전환할 과목 선정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씨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급진적인 변화가 아닌 시범운영을 통한 점진적인 변화”라며 “임기 내에 단 한 수업이라도 시범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어강의 질 향상 및 자율화 요구는 강제적인 영어강의 개설로 수업의 질이 저하된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총학은 영어강의 개설에 대한 강제성을 없애고 교수 스스로 결정하도록 할 것을 요구해왔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도 교수의 자율성을 인정해왔고 앞으로도 인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현재 매 학기 30% 정도의 영어강의가 꾸준하게 열리고 있는데 이는 학교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다”며 “강제성은 신임 교원에게 영어 강의를 할당하는 데 한해서 적용돼 왔으나 이마저도 교수의 사정과 과목 특성을 고려해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 또한 “영어강의 개설을 교수 스스로의 재량에 맡기는 것은 우리가 바라던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는 학교 측과 원만하게 합의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총학 요구안 3개 중 2개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학생 사회와 학교 간의 교육권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씨는 “우리는 총장 면담 이후 학장협의회라는 합리적인 절차를 밟자는 학교의 제안을 인정해 지금까지 기다렸지만 결과가 오히려 나빠진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총학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뜻을 전했다. 한편 학교 측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나가자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학사제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고, 엄정하고 공정한 학사제도 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 
4·2 교육권 공동행동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학사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다. 그 긴 여정의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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