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부인들이 학내에 떨어진 도토리를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대학교 내에 분포한 참나무류 1천780여 주 중 일부는 9월 말부터 10월 초에 식용 열매를 맺는데, 이를 채취하기 위해 음악대 건물 주변과 청송대 인근에 외부인이 몰려들고 있다.
도토리를 채취하는 외부인들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인근 주민 유아무개씨는 “가끔 학교에 산책을 나오면 도토리를 주워간다”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심한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 지난 24일 낮 12시, 외부인들이 청송대 인근에 떨어진 도토리를 채취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도토리 채취행위는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다람쥐, 청설모 등의 야생동물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 굶주린 채 겨울을 나다 죽어가기도 하며 숲에서 먹이가 부족해져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 강창희 국장은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도토리를 채취하다 보면 숲에 서식하는 동물이 겨울을 날 먹이가 부족하다”며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동물과 공존하고자 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도토리 무단채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또한 부정적이다. 이수령(전기전자·14)씨는 “도토리를 줍기 위해 학교 내부에 외부인들이 계속 돌아다니는 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으며 이아무개씨는 “도토리는 엄연히 학교의 재산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 먹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20여 개의 경고 현수막을 부착하고 불법 채취가 잦은 지점에 경비를 배치하는 등 단속을 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적다. 등산객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불법 채취를 하러 온 사람인지 분간이 어려울 뿐더러 낮 시간 뿐 아니라 인적이 드문 새벽에 채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청송대 외곽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추연철(56)씨는 “도토리 줍는 사람들을 경비들이 쫓아내고 있지만 그 순간만 잠깐 피해 가거나 못 들은 체 하고 계속 줍는다”며 “심지어 새벽 3~4시경에 손전등을 켜고 도토리를 줍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총무팀 서기환 과장은 “모든 장소와 시간대에 경비를 다 배치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동의 없이 임산물을 채취하다 적발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우리대학교와 같은 사유지의 경우 절도죄가 적용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러나 서 과장은 “임산물을 채취해 가는 사람들을 고발할 수는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더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법적인 제재 또한 어려워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이 시급해 보인다. 서 과장은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 외부인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행동을 근절하고, 학생들도 캠페인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로드킬 : 주행 중 야생동물의 갑작스런 침입으로 발생하는 차량 사고
 
글 정서현 기자 
bodowoman@yonsei.ac.kr
사진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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