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TO 부족 등 매 학기 발생하는 고질적 문제

 수강신청은 수업권 취득을 위한 필수 매개인 만큼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와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매 학기 수강신청 기간에는 각종 고질적인 문제가 재발하며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학기에는 수강신청과 관련해 ▲수업계획서 미등록 ▲수업계획 변경 시 미흡한 공지 ▲재수강 및 전체 TO 부족 ▲수강과목 폐강 ▲HE 과목 수요·공급의 불균형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일부 과목은 수강신청 전까지 수업계획서 자체가 등록되지 않아 해당 과목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1학년 주아무개씨는 “수강신청 불과 며칠 전까지도 수업계획서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수업이 있어 시간표를 미리 짜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업계획서가 사전에 등록되더라도 수업계획서와 실제 수업 내용 및 담당교수 등의 변동사항이 발생한 경우 효과적인 사전 공지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김수진(정외·14)씨는 “수업 변경에 대해 아무런 연락이 없었는데 첫 수업을 가니 다른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수업 내용과 방식도 완전히 달라 당황스러웠다”며 “결국 수업을 바꾸기는 했지만 번거롭고 불편했다”고 전했다. 또 구용주(도시공학·14)씨는 “사전 연락도 없이 담당 교수를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바꾼 것에 대해 이의제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에 학부대 측은 “개강 이전에 담당교수가 바뀌는 경우에는 수강편람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이를 확인할 것이라 판단했으나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면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2013학년도 이전 입학생들에게는 공식적으로 재수강 제한이 없지만 재수강생을 위한 TO의 부족으로 재수강에 실질적인 제약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13학년도부터 재수강 과목은 각 학년 신청일이 지난 후 전체수강신청일에만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과목은 전체수강신청일에 수강 TO가 전혀 나지 않아 재수강이 필요한 학생들이 수강에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학사지원팀 박병록 팀장은 “학기 초 각 단과대와 학과에 안내문을 내려 재수강 TO를 따로 두는 것을 권장하기는 했지만 결정은 각 단위의 몫”이라고 전했다. 총학생회(아래 총학) 교육지원기획국장 유현아(신방·12)씨는 “재수강을 위한 수강 TO를 따로 두는 것이 이 수업을 처음 신청하는 학생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재수강생과 초수강생을 포괄할 수 있는 수강신청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수강과목 폐강으로 인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법과대 전공과목의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이후로 순차적으로 폐지되고 있다. 법과대 학생회장 주정호(법학·08)씨는 “매 수강신청 전에 수요조사를 하고 법과대 사무실과 논의해 수업 개설 여부를 결정한다”며 “하지만 일부 과목의 경우 대체과목이 지정되지 않은 채 폐지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법과대 사무실 측은 “전공기초·필수과목의 경우 일반 학부대 교양 수업으로 대체과목을 지정하고 있지만 담당수업 교원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며 “재수강 수요가 있는 전공수업을 타 학과 대체과목으로 지정하게 되면 해당학과 학부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일부 과목은 공식적으로 폐강되지는 않았지만 교수의 부재 등의 이유로 개설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폐강에 가까운 상태인 경우도 있다. 실제로 몇몇 교양수업은 1년 이상이 지난 뒤에도 다시 열리지 않아 재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3학기째 개설되지 않은 교양과목 재수강을 희망하는 김다솔(아동가족‧12)씨는 “인기가 많은 교양 수업이라 재수강이 열릴 줄 알았으나 폐강처리도 되지 않고 대체과목도 없어 곤란하다”고 전했다.
 
국제캠에서는 Holistic Educa tion(HE)과목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지속적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RC 교육 대상 학생들은 HE1, HE2, HE3  중 두 개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이번 학기 HE TO는 ▲HE1 1천39명 ▲HE2 1천330명 ▲HE3 1천324명이었다. 세 분야의 HE TO를 합해 3천693명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RC 교육 대상자의 수(3천699명)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또한 HE1에서 개설된 한 봉사 수업은 실제로 봉사 기관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학생 수보다 많은 수강 TO를 열어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해당 수업을 수강한 양아무개씨는 “수강신청 당시에는 30명 정도 TO가 열렸는데 실제로 봉사할 수 있는 학생은 20명이었다”며 “학교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수강신청 TO를 남겨도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부대 측은 “이 문제는 담당 교수님과 센터 간의 문제인 것 같다”며 “수강을 희망하는 인원이 많아 최대한으로 정원을 늘리다 보니 센터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학생 수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수강 TO의 부족은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수요가 많은 수업의 경우 학생들 사이에 수강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에는 특정 과목을 사고팔겠다는 게시글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일례로 지난 9월 3일 게재된 세연넷 게시글 ‘진보와 보수 삽니다’의 게시자는 ‘원하는 대로 드리겠다’며 돈을 지불하고 해당 과목을 양도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교무처장 정인권 교수(생명대·바이러스학)는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는 않지만 학사지원팀과 함께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수강매매가 일어났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근본적으로 수강 TO가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도 이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다수의 학생은 여전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석환일(경영·14)씨는 “학교 측은 개선방안에 대해 논한다지만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인 만큼 학생들에게 더 많은 수업을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TO 부족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으로는 교원 확충이 거론되고 있다. 총학생회장 이한솔(문화인류‧10)씨는 “부족한 과를 중심으로 조사해 교원임용 증가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수업 규모 확대를, 중‧장기적으로는 교원 수 증진과 수업 개설을 통해 수강 TO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수요를 단기간에 충족시키려 하다 보면 교원을 많이 임용해야 하는데,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어 점차적으로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신청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실현할 수 있는 첫 단추인 만큼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서현 기자
bodowoman@yonsei.ac.kr
이채린 기자 
hot_issu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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