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탐사보도저널리즘의 선구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를 만나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한 것은 국가가 아니야. 분명히, 소위 애국 이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
-고(故) 리영희 선생

진실, 참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단어다. 잘못 전해진 진실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잔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4월 16일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세월호 사건만 봐도 잘못 전해진 진실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잘못된 진실이 난무하던 상황에서도 정확하고 사실적인 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김용진 대표다.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KBS 기자로서의 27년 

김 대표는 지난 1987년 KBS에 입사해 27년간 KBS 기자로 활동했다. 대학시절 경영학을 공부했던 김 대표는 “사회에 기여 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적당한 타협의 산물이 기자였다”고 말하며 언론인으로서의 길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기자 인생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김 대표가 팀장으로 있던 KBS 탐사보도팀은 이곳에서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해 보도했고, 그로 인해 몇몇 후보자들이 낙마했다. 그 여파로 당시 임기가 1년 정도 남아있던 KBS 정연주 사장이 축출됐고, 탐사보도 팀장이던 김 대표 역시 평기자로 발령받아 울산으로 좌천됐다.

『뉴스타파』의 탄생

탐사보도 전문매체의 필요성을 느끼던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하에 제 역할을 못하는 주류언론들을 보며 중요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어보자는 뜻으로 『뉴스타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뉴스타파』에는 해고되거나 탄압받은 언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곳의 전신이 됐다. 그렇게 결성된 『뉴스타파』는 투표소 문제, 4대강, 강정마을 투쟁뿐만 아니라 주류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던 삼성 노동희생자, 민간인 사찰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뤄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한시적 프로젝트로 끝내려던 『뉴스타파』는 18대 대선 이후 급격한 주목을 받으며 지난 2013년 3월 1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라는 하나의 언론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2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올바른 언론을 키우자’며 『뉴스타파』를 후원하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시민들의 기대를 못 본 척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해야 할 운명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당시 KBS에서 자신이 할 역할은 더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비영리 비당파 독립언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탐사보도저널리즘’은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의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는 언론보도방식이다. 즉, 원 자료를 이용해 직접 분석하고 누군가 감추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를 찾아 폭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병폐는 ‘상업주의’와 ‘당파성’이라며 제대로 된 언론을 위해서는 ‘비영리’와 ‘비당파’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뉴스타파』는 다수의 시민들에게 소액의 후원을 받으며 ‘비영리’를 실천한다. 또 ‘당파성’을 배제하고 진실만을 추구하기 위해 사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우리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심층적인 탐사보도를 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언론, 세상의 빛과 소금

김 대표는 “언론은 세상의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며 “언론이 권력에 아부한다면 이는 사회 암적인 존재가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선거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실현된다. 그러나 미흡한 정보를 토대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김 대표는 “오늘날 이런 상황이 된 까닭은 언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언론이란 ‘여유 있는 사람만을 위한 사치품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도구’이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언론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꼭 기성언론일 필요는 없다. 우리대학 여기저기에 비치된 「연세춘추」부터 읽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잘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 주변이 새롭게 다가올지 누가 알겠는가!

민선희, 박규찬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