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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길을 걸어라[만나고 싶었습니다] 인생을 연출하는 인간극장 지현호PD를 만나다
  • 손준영, 이선민 수습기자
  • 승인 2014.05.12 00:11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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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람들의 삶, 그 자체가 영화나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비록 매순간이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이 모인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는 그 어느 영화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그러한 재미난 일상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위해 산골이면 산골, 섬이면 섬으로 직접 떠나는 사람이 있다. 편안한 옷차림에 푸근한 미소 그리고 넉넉한 여유를 품은 남자, 진솔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고 당부하는 그는 바로 ‘인간극장’의 지현호 PD이다. 그가 지난 2년 동안 인간극장 PD로서 지낸 나날들을 함께 되돌아봤다.

‘인간극장 PD’로 산다는 것

어떤 이는 눈앞에 놓인 것을 좇는데 몰두해 바쁜 걸음 안에 자신을 가두고, 어떤 이는 가진 것이라곤 시간밖에 없는 듯 유유자적 살아간다. 이처럼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 그리고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 삶에 대한 지PD의 왕성한 탐구심이 그를 지금의 삶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가 대학시절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으로 공부했던 것 또한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여러 나라와 민족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며 다큐멘터리 감독을 할 수 밖에 없던 천성적인 면을 드러냈다.
그에게 전국을 돌며 각양각색의 삶을 마주하는 것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일장일단’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법이다. 그는 “약 3주 동안 출연자 가족들과 종일 붙어 있게 되면 불편하고 때론 사람에 대한 피로감이 생긴다”며 “그래도 열심히 촬영한 것이 방송에 나간 뒤 출연자들과 시청자들로부터 ‘잘 봤다’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다시금 카메라를 들고 일어설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방송이 나간 후 촬영 중에 겪었던 불편함과 힘들었던 것들이 좋은 작품 ‘한 편’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출연자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마지막까지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극장 한 편이 나오기까지

‘인간극장’의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될 수는 없다. 특히 대다수 도시인들은 정해진 생활패턴이 있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시간이 부족하다. 반면 시골 사람들은 보다 여유 있고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들만의 삶의 철학을 카메라에 담기가 쉽다. 인간극장 제작진은 제보가 들어오면 먼저 가족관계, 제보사연 등 기본적인 질문을 한다. 실제로 방송에 실릴 만한 스토리와 분량이 나오는지 1차 취재를 한 뒤, 내용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다. 이때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 여러 개를 미리 구상해 놓는다. 그래서 촬영 초기에 출연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들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지PD는 촬영방향이 잡히지 않은 촬영 초기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연자 가족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관계나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중요한 사건이나 맥락들을 잡아낸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면 원하는 스토리나 전개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른 소재로 변경해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출연자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과 내면의 이야기를 빠르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극장에서 ‘진짜’ 인생을 보다


그는 “인생과 삶엔 정답이 없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등 삶의 깊은 굴곡에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자신의 인생관을 밝혔다. 지PD는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한 사연을 소개했다. 19살 차이가 나는 심마니 남편과 젊은 도시처자의 부부생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남편은 사업 실패로 빚쟁이에게 쫓겨 산에 숨었다가 심마니가 됐다. 그리고 젊은 처자 송희진 씨는 어릴 적 폭력적인 가정 탓에 늘 아버지의 사랑이 고픈 사람이었다. 힘든 일만 계속될 것 같던 삶은 두 사람이 결혼한 후 행복하게 바뀌었다. 지PD는 “나이를 비롯한 수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 생활이 가능할까, 고생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들의 삶에 들어가 하나하나 관찰해 보니 많은 것들이 이해가 됐다”며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자신의 인생관을 재차 강조했다.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라


진로에 대한 고민과 대학생활, 그리고 군대 생활에 치여 20대를 개운하게 보내지 못했던 지PD는 “대부분의 20대들이 이러한 애로사항을 겪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내 20대 시절에는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도 않았고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직업 특성상 해외취재에 나갈 기회가 많았던 덕분에 나중에 외국의 젊은이들을 보고서야 도전적으로 일찌감치 자신의 삶을 설계해나가는 개척자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청춘의 삶은 세상이 원하는 스펙이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선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루트인 양 여겨지지만 지PD에게 그러한 삶은 오히려 기계와 다름없을 뿐이다. 그는 “꽉 막힌 사고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나의 존재감과 나만의 특성이 드러나는 일을 하라”고 젊은이들에게 충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흔한 충고는 보통 마음속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는 말을 얼마나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가. 하지만 다양한 인생을 마주하고 인생의 심오한 면을 끊임없이 탐구했을 ‘그’였기에 흔한 충고도 신선한 깨달음을 준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이의 발걸음은 당당하고 힘차다. 때론 힘들고 외롭기도 하지만 인간극장의 주인공들처럼 자기만의 인생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다보면 지PD처럼 마음에 넉넉한 여유 한 폭 정도는 남겨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나의 인생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진제공 지현호PD

손준영, 이선민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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