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한잔 생각나는 밤~♬. 낮술을 빼먹으면 섭섭하기는 하지만 술은 역시 밤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대학생이 돼서 술을 마시다 밤샌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특히 3월에는 개강총회, 오티, 혹은 새내기 배움터(아래 새터)를 거치며 술로 밤새는 것에 어느덧 익숙해지곤 한다.
술자리에서 신입생들이 밤새기 전 살짝 일어나려고 눈치보고 있으면 선배들이 “3월 아니면 언제 이렇게 밤새 술 마시겠니?”라는 말을 던지며 가는 길을 잡는다.
이들은 과연 누구 말을 믿어야할까? 과연 이들이 밤새 기울이는 소주 잔 속에는 그때의 순간적인 즐거움과 쌓여가는 허무감 중 무엇이 더 클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취해보겠어?

밤새 즐거운 술자리. 몸은 지쳐가지만 기분만큼은 좋아져 간다. 알코올이라는 밤의 묘약이 주는 즐거움 속에 정신을 맡기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그 순간, 내일에 대한 걱정은 이미 사라져있다. 술 냄새 풀풀 풍기며 내일을 맞이할 그들에게 누군가 건네는 한마디가 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취해보겠어?’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신입생들은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학 역시 또 하나의 도전이고 경쟁이며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특히 등록금도 높은 편에 재수강 기회도 3회로 제한한 우리대학교에선 말이다). 그 속에서 ‘3월’은 그들에게 일 년 중 마시고 취해도 한심하게 여겨지지 않는 특별한 한 달이다. 술자리에서 선후배를 만나 술 게임을 배우고 그렇게 마시며 주사도 부리고 토도 하며 보내는 한 달. 그 속에서 밤샘 술자리는 새내기들의 자유로운 일탈이자 하나의 낭만이다. 술 게임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술 한 잔과 함께 이야기가 오가며 대학 와서 새로 만난 인연을 알아간다. 밤샘술자리를 즐긴다는 김지태(경영·13)씨는 “비록 밤샘 술자리 한 번으로 아주 친해지긴 어렵지만 동기들과 선후배 간의 친목을 다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3월에 꼭 경험해 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허무함만 가득하더라

하지만 3월이 지나고 밤샘술자리의 축제가 이젠 한 풀 꺾일 때쯤 몇몇 학생들은 “부질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그렇게 학과 내의 술자리, 특히 밤샘 술자리는 점점 피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옛날에 밤새 술 마셨던 기억조차 ‘부질없는 것’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밤새 술을 마시며 서로 친한 친구가 됐다가도 다음날 아침 다시 어색한 사이로 돌아온 적이 있는가. 또 술자리에서 봤던 사람을 학교에서 다시 만나면 어색해서 인사를 할지말지 고민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지 않은가. 결국 밤샘 술자리에서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도 결국엔 그냥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볼 때면 전에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했던 밤샘 술자리가 허무할 정도다. 평소 밤샘 술자리를 피하는 이아무개씨는 “친해진 후에 술자리를 갖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선후배 간에 밤샘 술자리를 통해 친해진다는 것이나 어색한 사람들끼리의 밤샘 술자리를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낭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몇몇 사람들은 술자리를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그치는 돈 버리고 시간도 날리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기사를 쓰는 내내 기자 스스로도 밤샘 술자리에 대해 혼란스러울 신입생들에게 답을 주고 싶었다. 물론 술과 살든 술 없이 살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건강이나 자기주도에 관한 이야기를 떠나 밤샘 술자리 역시 개인의 선택이다. 기자 주변에도 역시 아직도 밤샘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둘 다 있고 누구의 삶이 더 재밌거나 값지다고 말할 수 없기에 무엇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후회할지 안할지는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밤새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술 한 잔에 보다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에겐 술은 즐거움의 묘약이고 친구 간의 우정이고 그들만의 낭만이다. 반면 밤샘 술자리에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들의 일상에 보다 많은 의미를 둔다. 그들에겐 보다 맑은 정신으로 지내는 일상이 밤샘 술자리보단 몸의 휴식을 가져다주는 잠 몇 시간이 보다 값진 의미가 있다. 가장 고민스러운 사람은 무엇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모른 채,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한 채, 남들이 하는 대로 분위기대로 방황하는 사람들이다.
이젠 신입생들도 몇 번 밤을 새가며 술을 마셔봤을 터. 오늘밤에도 누군가는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겠지만 누군가는 이제 다 마신 채 비어있는 술병에 허무함을 느낄 것이다. 어디에 어떤 의미를 둘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당신의 몫이다.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그림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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