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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들을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눈다!시각효과 합성가 김종겸을 만나다
  • 이준호, 이하은 수습기자
  • 승인 2014.02.27 20:37
  • 호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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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화려한 액션 장면이나 영화 『설국열차』의 배경이었던 빙하기 지구의 모습, 그리고 최근 개봉했던 영화 『화이』의 추격전과 총격전. 이 장면들을 기억하는가? 관객들이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치 현실 같은 장면들,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은 영화 장면들은 바로 시각효과 합성가(VFX compositor)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를 ‘다시 만들어내는’, 가짜를 진짜같이 만드는 시각효과 합성가 김종겸 씨를 만나봤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영화 『스토커』, 『베를린』, 『감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한국 블록버스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완벽한 영화를 탄생시켜주는 VFX는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모든 영상효과’를 일컫는다. CG효과를 포함해 VFX에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 촬영된 장면에 찍힌 촬영장비, 스텝들의 그림자, 위험한 장면들의 안전장치들을 화면에서 지우거나 보정하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다. 뿐만 아니라 장면 속 장소나 간판, 때로는 지역이나 지형지물도 감독이 원하는 모양대로 바꾸고 합성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들고 있는 휴대폰 화면까지도 합성할 수 있다”며 자랑스레 말하는 그. 어떠한 장면이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바뀐다.

네가 무엇이 되든 두려워 마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VFX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 단지 컴퓨터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에서 멀티미디어학과를 전공했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프로그램, 디자인, 게임, 모바일 등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전공수업과는 별개로 영상과 영화, 디자인 관련 수업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공부만으로 부족함을 느꼈던 그는 휴학을 결심하고 작은아버지가 계신 작업실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미술공부 후 복학한 그는 응용작곡과를 부전공하며 영화음악 분야도 공부했다.
영상·영화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길을 준비했던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바로 그가 4학년이 되던 해, 운 좋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관한 VFX 영화 합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VFX 분야로 진로를 정해, 그동안의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녹여내 VFX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밤샘, 너 나 못 이겨!”

사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 속 한 장면에도 얼마나 많은 손길이 필요한지 잘 모른다. 단 1초의 장면이라도 세밀하고 민감한 작업이 이뤄져야 해서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그에게 밤샘 작업은 익숙한 일상이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일을 사랑해서 시작하지만 육체적인 피로를 이겨내지 못해 그만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작업한 장면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좋은 평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할 때 느끼는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김씨는 전했다.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를 생각했을 때, 그에게 ‘밤샘’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VFX를 보여주갔어”

VFX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VFX 시장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현재 우리나라 VFX 기술력은 할리우드에 못지않지만 영화 시장의 규모가 작고 투자가 적어 이 분야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최근 세계 영상·영화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으로 최근 해외업체 경력자들이 국내업체로 이직해오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을 들며, 기술력이나 근무환경, 국내 시장 상황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종사자들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함을 당부했다.

어려운 용어들을 써가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듯했다. 김씨는 “VFX뿐만 아니라 폭넓게 영상이라는 분야를 더 배우고 싶다”며 “적어도 10년 후에는 영상 분야의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영화 속 장면들을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대로 관객들의 몰입도는 똑같이 더해지고 곱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를 요리하는 그가 또 어떤 ‘진짜 같은 가짜’로 우리를 매료시킬지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이준호, 이하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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