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아래 페북)에 신설된 페이지인 ‘백양로님 많이 당황하셨어요?’가 우리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페이지 소개글과 게시물에 따르면, 이 페이지는 ‘백양로 프로젝트에 관해 학내/외 구성원들이 함께 이야기하며 백양로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공간’으로, ‘백양로 졸속 사업 중단 요구가 끊임없음에도 졸속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학교의 움직임에 재학생 몇몇이 함께 모여 제작'했으며 ‘좋은 대안이 만들어 질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춘추를, 또 나를 당황케 한 부분은 이 페이지에 개제된 한 게시물이었다. 8월 27일 자로 해당 페이지에는 ‘이 페이지는 (중략) 총학, 춘추, YBS 등의 학내 여러 기구가 함께 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함께 할 예정입니다만, 한 집단에 의해 소유되거나 독점되지는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페이지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이 게시물이 올라온 지 3일 뒤에서야 지인의 제보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상황이라 당황했던 것도 있었지만, 춘추가 함께 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함께 할 예정이라니? 춘추는 해당 페이지 관리자로부터 어떠한 행동에 대한 논의는커녕 연락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 당황한 것은 춘추만이 아니었다. 총학생회 및 YBS 관계자와 연락해본 결과, 지난 8월 29일에 총학생회가 페이지 댓글을 통해 밝힌 것처럼 ‘YBS와 연세춘추, 그리고 총학생회는 '백양로님 많이 당황하셨어요?'와 함께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모두 해당 페북 관계자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어쩌면 위와 같은, ‘우리는 그 페이지와 함께하지 않고 있으며 접촉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는 춘추의 입장 표명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학내구성원들에게 ‘춘추는 학교의 백양로 프로젝트 사업에 찬성하는 것인가’ 또는 ‘춘추는 이런 상황을 관망하는 소극적 단체인가’ 라는 비판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딱 잘라 말하자면, 연세춘추는 이러한 페이지와 ‘함께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함께해서는 안 되는’ 단체다. 춘추는 연세대의 학보사다. 학내 전 구성원을 독자로 하는 신문으로서 학보사가 중심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또 지켜야 하는 가치와 책임이 있다. ‘어떤 입장에도 치우치지 않고 진실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평론하며 최대한 학내의 다양한 여론을 폭넓게 수용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다. 이번에 쟁점이 된 백양로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연세춘추는 백양로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의 전모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을 목표로 해당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 학내 중재자로서 공정하고 바른 평론에서 벗어나 춘추가 어떤 사안에 대해 특정 입장에 치우친다거나 나아가 이를 표명하는 것은 중립성·객관성을 견지해야 하는 언론기관으로서의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궁금하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여러 단체의 동의도 없이 동의 혹의 동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이렇게 도용하게 된 건지. 뭐 이런 부분이야 개인적인 의문점이기에 잠시 접어두더라도, 다음은 분명히 하고 싶다. 학내 구성원들과 관련된 사안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특정 입장을 내세우고 설득하고자 하는 단체라면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히고 어떤 근거로 이러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지를 확실히, 또 신중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나의 경우와 같이 정말 ‘저 당황했어요!’라고 생각하게 되는 주체가 백양로가 아닌, 연세 구성원 중 누군가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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