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천혜의 항구 관광지, 소래포구

 봄이 어느덧 작별을 고하고 있다. 여름이 오려면 아직 여유가 있음에도 우리의 몸은 벌써 잔뜩 들떠 있다. 이제 당신은 들뜬 몸을 식혀줄 시원한 바다를 원한다. 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바다는 많은데 부산은 너무 멀고, 속초는 어쩐지 겨울에 가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리저리 골치 아픈 검색은 그만두고 지금 당장 새우가 통통 튀는 소래포구로 가보자.

소래포구, 그 속이 궁금해!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소래포구는 일상에 지친 도심 사람들이 소래대교를 통해 차로 약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혹시 자가용이 없더라도 지하철이 있으니 실망하지 말자. 4호선 오이도역에서 수인선으로 갈아타 두 정거장만 지나면 소래포구가 당신을 반길 것이다. 
 소래포구역에서 15분 정도 걷다보면 젓갈의 짠 내와 어물들의 싱싱한 내음이 느껴지는데, 그곳이 바로 소래포구 종합 어시장이다. 어시장 옆 바닷가에는 10톤 미만의 작은 어선들이 조업을 기다리며 정박 중이다. 어선들과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보니 정말로 어촌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커다란 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길 양옆으로 늘어진 350여 개의 좌판에서 활어나 젓갈 등 다양한 어물들을 비롯해 각종 구이와 튀김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광경이 마치 일품요리 전에 맛보기로 나오는 전채요리 같았다. 그 건너편에서는 각종 횟집과 술집들이 저마다 온갖 서비스로 손님들을 끌기 바쁘다. 싱싱하기로 유명한 소래포구의 횟집들은 갓 잡아 올린 산지의 회를 저렴하게 맛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이렇게 푸짐한데 다 합해서 얼마라고요?
 
 양 손 가득 싱싱한 해산물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하다. 행인들 옆으로는 5월이 제철이라는 살이 꽉 찬 키조개와 다양한 크기의 새우들이 가득히 쌓여있다. 단단한 껍질 속 부드럽고 탱탱한 속살이 기대되는 꽃게들이 앞발을 치켜들고 있다. 꽃게를 대야에 가득 담아 가격을 물어보자 주인아주머니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을 부른다. 가격의 비결이 궁금했던 기자에게 주인아주머니는 “산지에서 수산물들을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단계에서 생기는 가격거품을 없앨 수 있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덤으로 몇 마리를 더 얹어 주신다는 아주머니에게서 어시장의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날씨 좋은 날, 바다 보러 온 김에 저렴하고 싱싱한 꽃게까지 사간다면 꿩 먹고 알 먹기 아닐까.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먹고 보자!
 
 소래포구가 젓갈로 유명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소래에서 나는 양질의 소금과 소래상인들만의 축적된 비법은 최고 품질의 새우젓을 보장한다. 이밖에도 소래포구에는 우리를 유혹하는 바삭한 새우튀김이나 담백하고 고소한 조개구이와 생선구이가 가득하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오동통한 새우튀김을 정신없이 먹다보면 불판 위의 조개들이 슬슬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달궈진 조개 속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이 댈 수 있으니 조심하길!
 당신의 위장이 바다 속 보물들로 충분히 따뜻해졌다면 이젠 시원하게 입가심을 할 차례다. 최근 소래포구를 찾는 많은 젊은이들이 해산물과 곁들어 먹을 맛있는 음식들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그들의 입맛에 맞춰 차별화된 메뉴를 내놓는 가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레몬에이드 가게다. 생선들 사이에서 마시는 레몬에이드가 비릿할 거라는 착각은 금물! 상자 가득 쌓인 싱싱한 레몬들로 갓 짜낸 레몬에이드 한 잔은 해산물과는 또 다른 신선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수인선, 서민들의 애환과 아픈 과거를 싣고
 
 배부르게 먹고 다시 어시장 입구 쪽으로 걷다보면 ‘소래역사관’을 찾을 수 있다. 소래역사관에서는 지금까지 소래가 걸어온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소래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시대별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은 역사공부를 위해 찾은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공간 외에도 전시장 곳곳에서 수인선 협궤열차 속 비좁은 통로에서 흔들리던 서민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어촌의 활기와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한 소래포구지만, 사실 그 속에는 아픈 과거가 있다. 1995년 영업을 중지하기 전까지 송도 일대에서 운행되던 수인선은 본래 소금을 수송하기 위해 개통된 열차였다. 소래포구의 시작을 알리는 수인선의 개통이 지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1930년대 일제의 수탈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열차 개통과 동시에 서민들 또한 염전에서 강제 노역을 행하면서 지치고 고된 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해방 후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실향민들로 소래포구는 포화상태가 됐다. 아무 밑천도 없던 실향민들은 새우젓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소래포구는 예부터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돼 주었다. 역사관 앞에 전시된 열차에 내려앉은 녹에서 세월의 흔적과 함께 당시의 애환이 느껴졌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와 천장의 조명들이 오후 어시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본격적인 저녁 장사에 들어가기 전 상인들은 수조에 달린 산소 호스를 재정비하고 있었다. 호스를 통해 수조 속으로 전달되는 산소와 상인들의 영혼. 분명 고된 일임에도 자긍심을 느끼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진정 살아있는 삶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새벽을 여는 상인들의 모습처럼 이제 소래포구도 아픈 과거는 뒤로하고 생생한 내일을 향해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기 전, 봄을 앓느라 지쳐버린 당신. 가벼운 가방하나 메고 여기 소래포구에 들러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아 보자.

 
*협궤열차(협궤철도) : 궤도 간격이 표준궤간(標準軌間:1,435mm)보다 좁고, 소형의 기관차나 차량을 사용하여 운용되는 철도
 
소래역사관((032)-453-5630)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680-2


김회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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