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을 지키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느끼다

 당신은 ‘택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독특한 기합 소리와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 무술 택견은 오늘날 어떻게 이어져 오고 있을까? 딱딱한 ‘결련택견’은 현대에 와서 관중들이 쉽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 택견배틀로 새롭게 재해석됐다. 

우리 민족성이 담긴 택견의 움직임
 
 지난 5월 11일,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열린 ‘택견배틀2013’의 개막식을 찾았다. 택견배틀은 커다란 경기장이 아닌 작은 마당에서 열렸다. 배틀에 앞서 먼저 택견 의상을 곱게 차려 입은 두 명의 여성이 택견의 기본 동작을 시연했다. 두 여성의 움직임은 무술보다는 마치 풍물 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택견은 춤 같지만 순간적인 힘을 통해 신속하게 움직여 힘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실용적인 무술이에요” 결련택견협회 회장이자 우리대학교에서 택견수업을 진행하는 도기현 회장의 말처럼 아름답지만 절도 있는 움직임은 순식간에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국의 쿵후와 일본의 검도처럼 개인이나 각각의 문파가 발달한 무술들과는 달리 택견은 민족성이 담긴 하나의 문화라니 그 우수성을 짐작할 만하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긴장감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택견, 생소한 만큼 규칙을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을까? 전혀 아니다! 택견은 상대방의 얼굴을 발로 정확히 가격하거나 넘어뜨리면 승리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때문에 복잡한 경기 규칙을 가진 다른 무술들에 비해 경기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진행자의 간단한 설명을 들으니 경기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니 직접 경기를 봐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택견배틀 개막식에서는 ‘서울 강동전수관’과 ‘용인대학교’의 1경기와 ‘서울 종로패’와 ‘라이거’의 2경기가 열렸다. 경기 내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선수들이 택견 기술들을 보여 줄 때마다 환호성이 마당을 가득 메웠고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가 조금이라도 밀릴 때면 ‘아’하는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출전 순서가 특별히 정해져있지 않아 선수를 상대 선수의 특징을 고려해 즉흥적으로 뽑는다는 점 또한 택견을 관람하는 하나의 묘미 중 하나이다. 5명의 경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승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를 새로 내보내야 할 때마다 분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택견배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열기
 
 택견이 익숙하지 않은 당신, 이번 주말 인사동 문화마당을 찾아 택견과 친해져보자. 친구와 함께 택견배틀을 참관하고 택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우리대학교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이상희(지구시스템·09)씨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참가여부를 찾아보았지만 선수가 부족해 참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많은 학생들이 택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또한 “지금 택견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경기에 출전해 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전통 무술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택견배틀 2013’을 한 번 방문해 본다면,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 녹아있는 선수들의 강한 눈빛에서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다. 또한 한 경기 승리 후 힘차게 다음 상대를 부르는 선수들의 ‘섯거라!’ 목소리를 들으면 답답했던 마음까지 훤히 뚫리는 것만 같다. 쉴 틈 없이 연이어 이어지는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에 환호성을 지르고 탄식을 내뱉는 것도 관람의 또 다른 재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축 쳐져있다면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러 인사동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결련택견 : 마을끼리 편을 갈라 승부를 결정하는 민속경기놀이
 
 
김솔이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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