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백양 콘서트홀 앞에서도 학교의 일방적 통보 행정에 반발하는 공동행동이 있었다. 백양 콘서트홀 대관 제한 및 대관료 인상으로 소중한 공연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동아리 사회의 연합 행동이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연세대학교 중앙 뮤지컬 동아리 로뎀스는 전국 유일의 대극장 뮤지컬 동아리로서, 대학생들이 질 좋은 공연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년에 두 번 정기공연마다 기획, 연출, 음악, 안무 및 무대와 의상 준비까지 모든 부분을 학생들 스스로 꾸려가면서 공연진들은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교훈과 가치를 얻는다. 뿐만 아니라 매 공연마다 찾아오는 이천여 명의 관객들은 오천 원 정도의 비교적 싼 가격에 대극장 뮤지컬이라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

로뎀스뿐 아니라 연세대학교 내의 많은 공연 동아리들 역시 그러하다. 우리 학교의 많은 동아리들이 우리 나라 공연 예술 각 분야를 대표할 만한 예술인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그들에게, 또 우리들에게 시설은 노후했을지언정 백주년기념관은 훌륭한 무대가 되어주었다. 백주년기념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시설이 개선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이유로 학생들의 이용을 제한하게 된다면 장차 이같은 훌륭한 인물들이 자라날 토양 자체를 없애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지난 2회의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장소 문제로 심한 홍역을 치렀다. 8회 정기공연 때는 리모델링 착공이 늦춰져 겨우 백기관에 공연을 올릴 수 있었고, 제 9회 정기공연 때는 공연 일주일 전까지도 대관 문제가 불투명했었다. 그리고 겨우 정해진 공연 날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시공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백양 콘서트 홀을 대관하기로 한 동아리들 전체가 무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학교 측에서는 백양 콘서트 홀을 전문 클래식 공연장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이유로 학생단체의 대관 제한을 정책으로 제시했다. 또한 대관을 외주로 맡김으로써 대관료의 대폭 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학교 측에서 백번 양보하여 클래식 관련 동아리를 제외한 다른 학생단체의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의 기준도 애매할뿐더러 클래식 공연이 아닌 공연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가치관이 기저에 깔린 것이다. 모든 학생단체가 백양 콘서트 홀 사용과 합리적인 대관료 책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중이나 학교 측에서는 묵묵부답일 뿐이다.

기존의 백양 콘서트 홀 대관료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기준으로 하루 20만 원 가량에서 50만 원 정도까지 올라 온 상태였으나 이번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면 최대 하루 120만 원 정도까지 치솟게 된다. 로뎀스의 경우 학교측이 제시한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매 공연마다 380만 원이 넘는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동아리의 정기공연은 정통 ‘클래식’ 공연이 아니므로 더 이상 백양 콘서트 홀에 올릴 수 없게 된다. 공연 동아리들은 연세대학교 재학생들로서 교내 무대에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정기공연들을 올려왔으나 그 권리를 학교의 독단적 결정으로 빼앗기게 됐다. 연세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서 당연히 누리고 보호 받아야 할 권리가 사라진 것이다.

글로벌 융합에 목매는 학교에서 진정한 융합을 원한다면, 학생들의 가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 더 힘써주는 게 옳은 일 아닐까. 학생들이 꿈을 이루는 바탕에 연세대학교가 있길 기대한다.

 이용학(전기전자·07)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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