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어(poor)족이란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의미한다. 푸어란 용어는 그 공공연한 사용으로 인하여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시사, 경제적 용어로 정착될 정도가 되었다. 푸어의 종류로는 직장이 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워킹푸어, 자녀를 위한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에듀푸어, 무리하게 대출까지 하여 집을 샀다가 대출이자와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등,이 있어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신조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상은국가적 차원의 경제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궁핍한 가정 역시 점점 더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에너지푸어라는 새로운 종류의 푸어를 정의해보고자 한다. 에너지푸어란 우리가 시험 기간에 흔히 마시는 에너지드링크와 푸어를 결합한 신조어이다.

에너지푸어와 기존 푸어와의 차이점은, 에너지푸어는 실질적인 경제적 가난과 곤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체력적인 가난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푸어’라는 단어의 남용으로 인하여 실제와 달리 스스로 가난하다고 여기는 자가 늘어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극빈층이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음을 우려해 이를 경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에너지푸어라는 용어를 새로이 정의해 본 이유는, 대학생들이 정신적, 체력적 빈곤층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생들은 바야흐로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여전히, 그리고 직장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잦은 과제, 보고서, 퀴즈 및 시험에 의해 학교 내외에서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은 외국어능력, 자격증 및 봉사활동에 대해서까지 타인과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 삶의 여유를 누릴 틈이 없고 심신이 피로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이 정신적, 체력적으로 빈곤하다고 보았다.

남들과의 경쟁에 있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은 체력이다. 그러므로 남들보다 더 뛰어난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간파하여 우리에게 파고든 것이 바로 에너지드링크다.

에너지드링크가 흔해진 이후로, 시험을 앞두고 적어도 체력전에서만큼은 타인에게 밀리지 않겠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적어도 한 번쯤 에너지드링크를 마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험기간 내내 각 단과대와 중앙도서관 앞의 쓰레기통에 넘쳐나는 빈 에너지드링크 용기가 이를 방증해 준다.

우리는 남보다 더 오래 가는 체력을 얻고자, 그리하여 더 오랜 시간 노력하고자, 그로 인해 종국적으로는 남들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내고자 에너지드링크를 마신다. 하지만 문제는, 나 혼자만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예컨대 달리는 사람이 걷는 사람보다 앞서 나가게 되니,  모두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달리게 되었고 결국엔 모두가 힘들지만 앞선 자는 아무도없는 소모적인 경쟁이 된 셈이다.

필자 역시 경쟁 그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여유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한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푸어라는 용어를 들먹거릴 정도로 경쟁 일변도로만 흘러가는 현 세태가 씁쓸할 따름이다.

 

윤건준(컴퓨터·04)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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