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대학에 들어온 지 3년째인 지금, 나는 내게 과분하다고 느껴왔던 이 명문사립대 안에서 환멸과 함께 찾아온 첫 방황을 겪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 꿈에 다가가고자 언론학계의 선두주자인 연세대학교에 가겠다는 목표를 가졌고,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나름대로 그 계획을 착실하게 실행에 옮겨가며 4년을 공부해왔다. 닭장 같은 입시학원 속에서 정규과정보다 1년 더 공부하면서도 오직 한 대학만을 바라본 나에게 연세대 입학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입학하고 2년 가까이 지날 때까지도 나는 연세대를 사랑했다. 연세춘추에 보도국 기자로 들어와 바쁘게 취재와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내가 이 학교의 학생회장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학교의 교수와 교직원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번 설렜고 누군지 모를 존재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학교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작은 불과 3주 전 연세춘추의 예산문제로 학교 측과 충돌이 시작됐던 바로 그 시점부터였다. 1면이 백지로 나간 호외가 발행될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상황이었지만, 내 개인적인 관심의 초점은 예산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학교가 연세춘추에 보이는 태도, 사회의 축소판인 한 대학에서 대학 언론을 바라보던 그 태도는 내가 상상하던 연세대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도 언론학계에서 최고의 명문사학이자 수많은 언론인들을 배출한 연세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독서실 안에서 결심한 뒤 만 6년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언론인의 꿈이 이제 와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리신문사가 맞닥뜨린 이 상황이 사회현실이고, 내가 생각해오던 언론의 모습은 다 소설 같은 허상에 불과했던 것일까. 과연 이 길이 맞는 건지, 내가 꿈 속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한 것인지 끝도 없는 회의감과 의구심이 들었다. 대학교 1, 2학년 때에 남들은 다 한 번 쯤 겪는다는 진로의 고민 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처음으로 방황을 맞이했다.

그렇지만 정답은 뻔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내가 상상하고 꿈꿔왔던 대학, 그리고 언론의 모습이 무엇이었든 간에 지금 학교와 연세춘추가 겪고 있는 갈등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수많은 언론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충고했듯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다만 과연 연세대학교라는 현실 속에서 그 정답이 구현 가능할 지, 그에 대해서는 이제 예전과 같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연세대학교 학생이자 연세춘추 소속이기에, 끝도 없는 혼란 속에서 이 사태를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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