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상 최고의 시간과 최악의 시간을 함께 살고 있다.”

『거짓 신들의 세상』에 나오는 문구를 떠올리면 지난 몇 주간의 춘추가 일축되는 것만 같다. 응원과 조언, 대화의 시도와 좌절, 비판과 사냥이 난무하던 3월 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척하면서도 내심 망하기를 바라고, 약한 위치에 놓인 단체를 이용해 다같이 즐거워하는 익명의 얼굴들. 그들이 원하는 건 춘추의 발전인가, 혹은 폐간인가? 

춘추가 왜 필요한지, 춘추비를 왜 내야하는지에 대한 커뮤니티에서의 논쟁은 양호했다. 일주일 간 기자들의 노력이 온전히 담겨있는 결과물을 가리켜 ‘100원만 못하다’, ‘사비로 취재할 열정도 책임감도 없다’ 등으로 깎아내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완성도 높은 학보를 위해 건전한 비판을 하고자 한다면, 모니터 뒤에서 맹목적인 사냥꾼이 될 것이 아니라 평소 독자로서 꾸준한 피드백과 충고의 메세지를 주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몇몇 얼굴들은 학교로부터의 지원을 받는 일 자체를 비난하며 자치언론과 비교하기도 한다. 춘추는 월간도, 계간도 아닌 주간으로, 매주 16면 이상을 발행하며 세 곳의 캠퍼스를 커버해야 하는 학보다. 절대적인 예산의 금액중 인쇄비, 교직원 및 보직교수 임금, 본부에 내야하는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적 운영에 드는 돈은 17년 간 동결되거나 삭감돼 빠듯하게 살림해왔다.

또한 캠퍼스별 왕복 교통비, 설문지 대량 인쇄비, 외부기고비, 외부 지방 취재, 카메라 등 필수비품 구비, 연고전 취재 및 중계비 등등…이마저도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최소 3학기동안 휴학도 불가능한(학칙상 휴학이 불가능하다) 학생기자들이 추가로 알바를 뛰거나 빚이라도 내라는 것인가. 학보사의 기자들도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비싼 전공책 앞에서 움츠러드는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그럼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몇몇 취재는 개인적으로 감당해왔고 최근 사비로 인터넷 공사와 컴퓨터 수리를 하는 등 학교로부터의 지원은 최소로만 받아왔다. 이를 개의치 않아온 기자들에게 ‘열정의 문제’라든지 ‘책임감’ 운운하는 시선이  얼마나 구성원의 의지를 꺾는지 외부인은 모를 것이다.

 어느 특정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학교와 학생, 교직원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공공의 신문’인 춘추. 이러한 춘추의 역할에 모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익명의 사냥꾼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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