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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강남거리 사이에서 찾는 독서의 여유토끼와 낙엽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 김경윤 수습기자
  • 승인 2012.12.20 15:16
  • 호수 181
  • 댓글 0

이번 학기 읽은 책 목록을 읊으며 손가락을 접어보자.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멀어지고 코 끝 시린 겨울이 찾아오는데 당신,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가. 이번 '오늘은 어디路'에서는 시끄럽고 분주하기로 유명한 강남역에서 감성이 샘솟는 조용한 독서명당을 찾아가본다. 북카페는 과제와 발표에 치여 책 읽을 여유를 잃어버린 연세인들에게 걷기만 해도, 방문만 해도 불타오르는 독서 욕구를 선사한다.


포근한 북카페 ‘토끼의 지혜’

버스를 타고 강남역 12번출구로 나와 걷다보면 왼쪽에 팬시점 아트박스를 끼고 있는 골목의 입구가 보인다. 이 곳으로 들어서기 전에 잠시 멈춰 심호흡을 하시길. 골목의 초입엔 양 옆으로 주점이 늘어서 있어 책을 읽으러 왔다 취해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 꾹 참고 걸어가다 보면 초록색 토끼모양의 작은 간판이 하나 보인다. 그 곳이 추잉이 독서를 위해 방문한 첫 번째 오늘은 어디路, 북카페 ‘토끼의 지혜’다.

강남역의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책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소리에 두통만 얻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북카페 ‘토끼의 지혜’는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과 정숙해야 하는 곳이 나뉘어있어 집중해서 책을 읽거나 과제를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또 토끼의 지혜 벽 책장에는 사장이 직접 엄선한 여행, 잡지, 소설, 자기개발서, 예술서적 등 분야별 책들이 빼곡해 읽을 책을 가져오지 않아도 풍부한 독서가 가능하다. 스텐드, 무릎담요, 키보드 등 독서에 필요한 물품들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니 큰 맘 먹고 이것저것 챙겨오지 않아도 가볍게 들러 독서를 할 수 있다. 책으로, 필기도구로 가방을 무겁게 채워 온 사람도 걱정은 금물.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작은 사물함과 키를 3일까지 대여해준다.


토끼와 함께하는 휴식시간

카페를 둘러보니 책장에서 책을 뽑아 읽는 사람들 외에도 과제를 하는 사람, 사진앨범을 정리하는 사람,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 등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 집중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토끼의 지혜에선 음료 하나만 시키면 시간제한 없이 쉬었다 갈 수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책을 읽다 보니 문득 특이한 카페 이름, '토끼의 지혜'의 뜻이 궁금하다. 카페 이름은 우리나라 설화 『토끼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재치만점의 발상으로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 토끼전의 토끼처럼,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지식’보단 삶의 위기를 재치있게 넘어갈 수 있는 ‘지혜’를 얻어 가길 바라는 사장의 마음이 녹아 있다.

책을 읽다 배가 고프면 카페의 대표 메뉴인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로 배를 채우고 산책을 할 겸 잠시 카페를 나서 보자.


지난 가을을 부여잡고

카페에서 나와 길을 따라 좀 더 걷다보면 아직 다 지지 않은 낙엽을 단 단풍나무가 환영하는 역삼공원의 입구가 보인다. 이 곳 역시 강남의 정신없는 분위기가 비껴간 듯 한산한 곳이다. 혼자 공원의 계단을 올라 사진을 찍건, 그림을 그리건, 오늘의 목적인 독서를 하건, 어떤 일을 해도 공원의 낙엽과 바람이 분위기를 더해줄 것이다. 공원 곳곳에는 칠이 벗겨진, 그래서 더 운치 있는 벤치가 놓여 있고 오랜 세월 공원과 함께 했음을 짐작케 하는 큰 나무들이 많다. 무엇이든 빠르고 깨끗한 것을 선호하는 요즘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장소로 적당하다. 벤치를 하나 골라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새빨갛고 샛노란, 그리고 알록달록한 낙엽이 융단처럼 발 밑에 깔려있을 것이다. 지난 가을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음을 떠올리게 하는 낙엽융단을 사뿐 사뿐 밟으며 지난 가을의 근심들을 털어내보자.



타오르는 독서의 욕구를 Take Out

그런데 낙엽을 밟다 보니 카페에서 읽다 말고 나온 책의 뒷이야기가 계속 궁금하다. 북카페에서는 책을 대여할 수는 없어서 이미 불지펴진 독서에 대한 욕구를 집에까지 가져가고 싶을 때 난처할 수 있다. 그럴 땐 다시 골목 입구 큰길로 나와 중고서점 '알라딘'을 찾아가면 된다. 일반적으로 중고서점이라 하면 먼지 쌓인 선반과 오래된 책이 떠올라 운치 있기는 하지만 선뜻 방문할 용기는 나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알라딘은 들여온 책을 카테고리별, 상태별로 꼼꼼히 분류하고 관리하며, 서점의 규모도 커서 정말로 필요한 책을 싼 값에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토끼의 지혜에서 읽다 말고 나온 책의 제목을 도서검색컴퓨터에 입력해보자. 책의 위치를 작은 종이에 프린트할 수 있으니 종이를 들고 책꽂이를 찾아 더듬다보면 아까 아쉽게 내려놓고 나왔던 책이 다시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글,사진 김경윤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김경윤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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