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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조선을 만나다인사동, 운현궁, 청계천으로의 가을 나들이
  • 조주연, 전형준 수습기자
  • 승인 2012.12.20 14:55
  • 호수 181
  • 댓글 0

조선에서 대한제국,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서울은 꿋꿋하게 우리나라 수도 지위를 유지했다. 600여년 역사와 전통은 물론 현대적인 미를 가진 도시. 친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서울을 만나러 떠나보자.


친근한 전통과의 만남, 인사동

외국어로 쓰인 흔해 빠진 간판들이 없다. 커피향이 맴도는 카페보다 대추향을 은은히 풍기는 찻집이 더 많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면 일본어, 중국어, 영어 혹은 어설픈 한국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던가. 이곳은 서울 도심 한복판 인사동이다. 인사동이 자랑하는 찰옥수수 호떡을 한 입 물고 거리를 걸어보자.

인사동에는 전통이 살아있다. 조선시대 미술활동의 본거지였던 당시 역사 덕분에 80년대 이후부터 이곳은 전통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사동에 있는 다양한 골동품점과 민속공예품점에서는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많은 전시회 중 기자는 인사동 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덕원갤러리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날 여기서는 서울답십리고미술회 주최 ‘고미술과의 만남’ 전시회가 열렸다. 좁은 건물 틈 사이에 숨어있는 계단을 올라 전시관에 도착하자 듬직한 이불장부터 은은한 자태를 자랑하는 술병까지 옛 정취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됐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목기에는 옻칠이 좀 덜 됐다거나 청자의 비색이 바랬다던지, 곳곳에서 ‘옥의 티’를 찾을 수 있었지만 이것은 오히려 인간미로 작용하는 듯 했다. 전시회에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청자와 사람을 가로막는 유리가 없고 오리 조각상의 나뭇결을 손으로 느껴볼 것을 권한다는 것. 엄격한 보존을 추구하는 국립중앙박물관과는 달리 살가운 인사를 건네는 인사동의 매력이 느껴졌다.



아기자기한 데이트 코스, 쌈지길

인사동 거리를 걷다보면 커플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데이트코스는 어디일까? 통로를 따라 가운데가 뚫려있는 쌈지길이다. 차(茶)공방을 지날 때는 향긋한 국화차 향이 행인들을 반기고 도장공방에는 예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수제도장이 마련돼 있다. 연인과 함께 온 듯한 김 아무개씨는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이벤트가 많이 마련돼 있어 좋다”며 쌈지길을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 칭찬했다. 통로를 따라 맨 꼭대기 층에 도착하면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먹거리들을 발견하게 된다. 동네 문구점에서 사먹던 아폴로, 몇 백 원짜리 알사탕들, 그리고 녹인 설탕 위에 소다를 살살 뿌려가며 만들어 먹던 노란 달고나.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어린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쌈지길 꼭대기에서 인사동의 전경을 한 번 내려다보자.


고요한 궁궐로의 산보, 운현궁

오랜 역사를 대변하듯 서울에는 고궁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경복궁이나 창덕궁 모두 운치 있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하루쯤은 고즈넉하게 조용한 운현궁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안국역 4번 출구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운현궁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곳은 흥선대원군의 사저로 조선 26대 임금 고종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규모로 보면 사저라기 보단 궁궐 내전에 가까운 이곳은 한때 궁궐보다 더 큰 위세를 누렸지만 지금은 한적하기 이를 때 없다. 워낙 넓은 탓에 몇 명 있지도 않은 관광객들과 마주치기도 힘들다. 입장료 300원은 수익을 내기 위한 요금이라기 보단 운현궁의 모습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뤄 달라는 약속인 듯했다.



운현궁에 들어섰을 때 처음 보이는 것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나무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노안당(老安堂), 노락당(老樂堂) 등 다양한 운현궁 건축물들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흡족한 노년을 보내고자 하는 흥선대원군의 바람이 엿보이는 이름이다. 또 운현궁에서는 조선시대 전통 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운현궁 곳곳을 거닐며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단순히 옛 궁을 둘러보는 것보다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조선의 역사를 따라 거닐다, 청계천


청계천은 조선시대부터 서울의 중심 하천으로 조선왕조를 뒷받침한 명당수이자 백성들의 생활 하천이었다. 비가 많이 와 생활 오수들이 흘러내려가고 시냇물이 많이 불어난 날에는 아이들이 뛰쳐나와 물놀이를 하고 아낙네들은 묵은 빨랫감을 갖고 나와 빨래 방망이질로 가슴속에 삭혀 두었던 온갖 울분을 토해냈다고 한다. 지난 1958년 복개공사 이후 시민들에게 잊힌 청계천은 2005년 복원돼 다시 서울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나 말하지 못할 고민이 있거나 마냥 걷고 싶을 때 청계천을 들러보자. 청계천은 당신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어두워진 저녁에 찾은 청계천에는 등(燈) 축제가 한창이었다. 한양도성, 선조들의 이야기, 백성들의 일상, 열린 서울 총 네 가지 테마로 구성돼있는 등 축제는 서울의 뿌리와 선조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보여준다. 상류에서 한양의 사대문과 고궁들을 표현한 등을 본 뒤 물을 따라가면 붉은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종묘제례악의 관경이 펼쳐진다. 따스한 불빛을 포근히 내뿜는 등을 감상하며 길을 걷다보면 내 마음에도 등불의 온기가 전해진다. 등불을 보기만 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면 등불을 청계천에 띄워보자. 당신의 소망을 담은 작은 등을 만들어 물에 띄울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여유로운 옛 정취를 한 아름 안고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도시 중 하나다. 한편으로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수많은 궁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자동차 소리와 아스팔트 도로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날이라면, 그렇다고 무작정 시골 길을 찾아 떠날 용기는 나지 않는다면 도심 속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인사동 주변으로 가보자. 여유로움을 한껏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19~24세까지는 청소년 요금을 낸다. 성인 요금의 경우는 700원, 아동 및 노인은 무료이다.


글 사진 조주연, 전형준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조주연, 전형준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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