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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표, 이 밤의 끝을 잡고50대 총학생회, 25대 총여학생회 개표 현장에 뛰어들다
  • 최지은 기자
  • 승인 2012.12.04 13:28
  • 호수 181
  • 댓글 0

밤 9시, 9시부터 개표가 시작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학생회관(아래 학관)에 도착했다. 학관에 가니 개표 시작이 밤 11시로 변경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선본원들과 중앙선거관리위원(아래 중선관위원)들은 아무도 없고 연세교육방송국(아래 YBS) 관계자들만이 분주하게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관에 자리를 잡은 기자는 가지 않는 시간과 추위를 탓하며 늦은 개표 시작을 기다렸다.

밤 11시가 다가오니 학관 1층에 선본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학내 언론사 관계자들만 모여 있어 다소 휑했던 학관이 왁자지껄해졌다. 선본원들은 유세를 할 당시 사용했던 선거용품들, 돗자리를 펼치면서 개표상황을 지켜볼 자리를 잡았다. 긴장된 상황인데다가 추운 날씨 탓에 몸이 빳빳하게 굳어가기까지 했지만 선본원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사람이 없어서 사람이 휑했던 학관 1층이 사람들의 온기 덕에 조금 따뜻해졌다.

잠시 후, 중선관위원들이 투표함을 들여왔다. 개표가 다가오자 학내 언론사 관계자들도 개표를 중계할 준비를 서둘렀다. “YBS 모일게요!”라는 우렁찬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개표에 사용될 테이블과 스크린도 점차 모양새를 갖춰갔다. 시간이 흐르자 <Focus on Story> 선본원들이 기타연주에 맞춰 부르는 노랫소리도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선본원들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밤 12시, 하루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시간이 다가오자 후보자들은 앞으로 나와서 앉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 “작년에 선본 부후보 출마자로 이 자리에 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제가 중선관워윈장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한 중선관위원장 안자올(주거환경·08)씨가 “개표를 시작합니다”라며 개표의 시작을 알렸다.

총여학생회 개표가 먼저 시작됐다. UIC, 간호대, 치과대, 의과대, 체육대, 교육대, 생과대, 음악대, 법과대, 사회대, 신과대, 생과대, 공C, 공B, 공A, 과학원, 과학관, 상대(별관), 상대(본관), 위당관, 외솔관, 국제캠퍼스, 종합관, 학관, 중앙도서관(아래 중도)순으로 <The 好>, <루트> 선본의 득표수를 집계했다.


중선관위원들과 각 선본에서 나온 2명의 선본원들이 표를 집계하는 사이 나머지 선본원들은 동그랗게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눴다. 선거기간동안 겪었던 고생을 모두 날려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술 한 잔씩을 나눠 마시기도 했다. 고요하고 경건한 자리를 생각한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많은 선본들이 술자리를 가졌다. 알고 보니 개표 때마다 술자리가 벌어졌다고 한다. 치킨, 족발 등 음식들이 줄줄이 배달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개표가 진행되는 자리는 긴장감이 돌기보다는 즐거운 모임 같았다. 개표 전부터 들렸던 노랫소리도 종종 들려왔다.

후보들은 선본원들과 달리 일렬로 앉아 개표를 잠자코 지켜봤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는 후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끌벅적한 선본원들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새벽 3시, 3시간여의 개표 끝에 제25대 총여학생회는 총 유권자 4406명의 68%인 3016표를 얻은 <The 好>선본(정후보 윤소영(식품영양·09), 부후보 김예은(경영·10))이 당선됐다. 당선이 확정되자 선본원들은 “당선 축하합니다~♬”라며 노래를 불렀다. 정후보 윤씨는 “당선돼서 기쁘다”며 “2013년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총학생회 선거 개표가 시작됐다. <Focus On Story> 선본원들이 후보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려는 듯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One More Step> 선본원들도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선본원들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는 듯 보였다.

총여학생회 개표 때와는 다르게 총학생회 선본원들은 개표가 진행되는 테이블 근처로 나와 개표를 지켜보기도 했다. 자리에 앉은 선본원 중에도 긴장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몇몇이 눈에 띄었다. 각각 단과대별로 개표 결과가 공지될 때마다 학관 안이 적막해지기도 했다.

새벽 4시가 지나자 일부 선본원들이 자리에서 잠들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잠을 자려는 모습에서 고단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표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환호하거나 아쉬워했다. 초반에도 보이지 않았던 서 있는 선본원들은 개표가 진행될수록 늘어났다.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는 선본원들을 보니 선거과정은 후보들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꽤나 큰 의미임을 알 수 있었다.

점차 동이 터오자 당선자의 윤곽이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선본원들은 너도나도 개표가 이뤄지는 테이블 앞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학관과 중도 개표만 남아있는 상황.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개표를 지켜봤다. 쏟아지는 표를 보고서는 고생하는 중선관위원들과 개표에 참여하는 선본원들을 위한 응원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마침내 아침 8시 20분경, 마지막 중도 투표구 개표마저 끝이 났다. 제50대 총학생회는 총 유권자 9848명명 중 43%인 4258표를 얻은 <Focus on Story>선본(정후보 고은천(토목·10), 부후보 도진석(국문·09))이 당선됐다. 당선자는 다른 선본의 후보들에게 다가가 “수고하셨다”며 악수를 건넸다.

당선자 확정 후, 각 선본의 후보들이 나와 마지막 이야기를 털어놨다. 낙선한 후보들은 대체로 무덤덤해 보였지만 선거기간동안 함께 뛰어준 선본원들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한 가지 감정으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총학생회 당선자 고씨와 도씨가 사람들 앞에 나서자 뒤에 있던 선본원들은 “제50대 총학생회, Focus on Story!"라고 외쳤다. 학관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의 외침이 당선의 기쁨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나게 했다.

총학생회장 당선자 고씨는 “완벽한 리더가 되기보다는 낮아지는 리더가 될 것이고, 연세대학교의 총학생회장이 되기보다는 학우 한 분 한 분의 총학생회장이 되겠다”며 “학생들이 1년 뒤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총학생회장 당선자 도씨는 “함께해준 선본원들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우리가 바라왔던 실천의 총학생회를 만들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소감이 끝나자마자 선본원들은 케이크를 들고 와 당선을 축하했다. 선본 플랑이 걸려있는 중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선본원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유쾌해 보였다.

늦은 밤 시작된 개표는 아침이 돼서야 끝이 났고, 후보들은 길을 함께 걷다가 당선과 낙선의 길로 나눠지게 됐다. 그래도 후보들은 함께 고군분투했던 지난 선거기간을 떠올리며 축하와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개표장은 훈훈함이 넘쳐났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암모나이트처럼 몸을 웅크리고 앉아 밤새도록 떨었던 지난밤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글, 사진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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