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씨를 피우기 위한 그들의 바쁜 하루를 함께하다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가 원하는 건~ 작! 은! 불! 씨!”

등교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바로 신촌캠 50대 총학생회(아래 총학)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작은불씨>(정후보 김성익(신학·06)씨, 부후보 송영우(생명·09)씨) 선본의 목소리다. 우렁찬 아침유세로 시작된 작은불씨의 유쾌한 하루를 함께 했다.

 

AM 8:55 @공과대

8시부터 시작된 아침유세를 마친 선본원들이 바삐 짐을 꾸린다. 수업시작 전 강의실 발언을 하기 위해서다. 열심히 뛰어 한 강의실에 들어선 김씨, 앞서 도착한 선본의 발언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기자에게 먼저 말을 건다.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설 때마다 떨리지만 같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학생들 앞에 서자 핵심공약에 대해 당당하게 발언한다.

 

AM 9:17 @학관

잠시 여유가 생기자 선본원들은 아침을 먹으러 학관으로 향한다. 평소에는 저녁 한 끼만 먹기 일쑤인데 오늘은 운이 좋은 편이다. 식탁에 앉은 채 잠시 눈을 붙이는 김씨. 연이어 계속된 선거운동 때문에 피곤한 눈치다. 그래도 출마결심에 대한 질문을 하자 친근하게 답한다. 김씨가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은 10월 중반으로 실질적인 준비기간은 짧은 편이다. 그러나 출마를 결심하기 전 7개월 동안 총학생회 후보자로서 자신의 자질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출마를 결심한 후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작은불씨’라는 선본명과 ‘와일드카드’ 정책이다. 와일드카드는 총학생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소통의 창구다.

 

AM 10:50 @대강당 앞

아침식사가 끝나자마자 여러 단과대를 바쁘게 오간 김씨와 송씨가 대강당으로 향한다. 학생들에게 인사하던 부호보 송씨가 춥지 않느냐며 핫팩을 건넨다.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송씨는 “지난 목요일에 있었던 정책토론회가 힘들었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다시 힘차게 유세에 나선다.

대강당 유세를 마친 선본원들이 “우리의 평균나이는 25세고 4학년 2학기인 사람들이 선본원의 절반이상”이며 “오랜 학교생활동안 학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온 것이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김씨가 “처음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을 때 70명 가량이 도와준다고 나섰다”며 말문을 연다. 그리고 “정(情)만으로 선본을 꾸리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해 선본원들과 함께 총학의 역사와 의의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을 잇는다. 개인의 참여를 통해 살아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선본원들에게 사명감과 열정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AM 11:50 @간호대

다시 한 강의실에 들어선 김씨와 송씨가 와일드카드를 들고 발언을 시작한다. “여러분 제 손에 있는 이 카드가 뭔지 아십니까?” 다른 선본과는 차별화했다는 공약이 학생들의 기억에 남았는지 “와일드카드요!”라는 대답이 나온다. 이에 힘을 얻은 김씨가 발언을 마치자 학생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PM 12:30 @상경대

김씨와 송씨가 팀을 나눠 강의실 발언을 한 뒤 상경대 앞뜰에 모여 사람들에게 리플렛을 나눠 준다. 다른 선본에 비해 여유 있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말에 한 선본원이 “선거는 축제니까요”라고 답한다. 선거는 학생사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축제이므로 굳이 경쟁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초기에 ‘상생과 화합’의 선거를 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선거는 전쟁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축제일 수 있다.

자신이 입은 옷이 마치 작은 불씨 같다며 사진을 요청한 한 선본원. 기자가 성냥 같다고 말하자 “바로 그거에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김씨에게 다가와 자신의 의견을 적은 와일드카드를 내민다. 김씨가 진지한 눈빛으로 학생이 발동한 와일드카드를 읽어 내려간다. 실제로 와일드카드를 받으니 입이 귀에 걸린 김씨. 그 카드를 선본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김씨에게서 기쁜 마음이 엿보였다.

PM 2:40 중앙도서관 앞

발언을 하러 떠난 송씨 일행과 나뉘어 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앞서가는 선본원들을 보며 “흰색이 너무 예쁘다”는 김씨의 말에서 선본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걷던 김씨가 “지금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고 큰소리로 말한다. 식탁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피곤해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선본원들과의 대화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이 작은불씨에 화력을 더하는 듯 보였다.

중앙도서관 앞에 도착한 김씨와 선본원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리플렛과 와일드카드를 나눠준다. “궁금한 것 없으세요?”, “와일드카드가 뭔지 아세요?”라고 물으며 지나가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붙이는 김씨는 “한 명씩 이야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PM 4:50 @스포츠센터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정문유세를 하기 위해 정문에 가기 전, 스포츠센터로 향한다. 학생들이 많이 듣는다는 강의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동안 다른 선본이 도착한다. 보통 앞서 도착하는 선본이 먼저 발언을 하지만 김씨는 순서를 양보한다. ‘상생과 화합’의 선거를 원한다는 그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발언 전 작은 생일축하가 있었던 강의실,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하자 학생들이 크게 웃는다.

PM 5:00 @정문 앞

김씨는 미리 정문유세를 시작한 송씨와 선본원들과 합세해 하교길 정문유세를 시작한다. 송씨와 김씨는 학생들이 본 체도 하지 않고 지나가도 굴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작은불씨입니다!”라며 인사를 건넨다 . 선본원들은 몸이 들썩이는 노래를 부른다. ‘와일드카드’라는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선본명보다 와일드카드가 더 유명해 조금 걱정이 된다”는 김씨가 그래도 “작은불씨는 철학은 담은 이름이고, 와일드카드는 철학을 실현시키는 강력한 무기”라고 말하며 웃어 보인다.

추운 날씨에도 지치지 않던 목소리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사그러든다. 마지막으로 “Fire!”를 외치는 모습에서 단결이 느껴진다.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유세를 시작해야하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그득하다.

유세 소감을 묻는 말에 김씨는 “개인의 작은 불씨와 더불어 공동체의 불씨들이 점점 타오르는 것이 느껴지는 유세였다”며 “다시 한 번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불씨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연세는 작은불씨의 발화점에 도달했을까. 그들의 ‘작은불씨’가 연세사회 전체로 퍼져 활활 타오를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글, 사진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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