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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19세에서 끝나지 않았다
  • 김신예 기자
  • 승인 2012.11.12 00:18
  • 호수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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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겨울의 찬바람이 불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삼수생 세순의 페이스북 상태 업데이트

바야흐로 11월은 대학수학능력시험(아래 수능)의 계절이다. 매년 70만 명 안팎 수험생들의 ‘한방’을 결정짓는 그날, 그날의 이야기는 비단 수험생들만의 것은 아니다. 동생이나 아들, 딸을 수험장에 들여보내는 가족들은 당사자보다 더한 긴장감에 사로잡히고, 수능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수능을 아련하게 추억하며 왠지 모를 짠함을 느끼기도 한다. 윤선영(영문·11)씨는 “대학 와보니 별 거 아닌데, 그땐 뭐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을까”라고 하면서도 “공부라는 걸 그렇게 미친 듯이 한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라며 그때를 회상한다.

실전은 한 번 뿐?

한국에서 ‘고3’은 ‘중1’, ‘고2’ 등과 같이 학년을 나타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고유명사로 사용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의고사 폭탄에 하루 종일 쉬거나, 먹거나, 공부뿐인 일상을 보내는 독특한 계급. 그렇게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에 걸친 준비와 노력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김지인(정외·11)씨는 “한, 두문제 차이로 인생을 가르는 수능은 도박이고 한탕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11학번들의 수능은 지난 2010년 11월 12일 열린 G20 정상회의때문에 11월 18일로 한 주 연기됐다. 당시 이 사실이 발표된 후 수험생들 사이에는 여러 말들이 떠돌았다. ‘일주일이라도 더 공부하고 치르면 좋겠다’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일주일 공부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괜한 1억 80만 시간(24시간*7일*60만 수험생)의 자유만 빼앗겼다’고 투덜대는 학생들도 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수능 일주일 전에 한 공부, 그만큼 성적이 오를까? ‘2010년 11월 13일 첫 방송된 SBS 『시크릿가든』을 시청한 수험생과 일주일동안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 중에 어느 쪽이 더 성적이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그 누가 당당하게 후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은 이미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안 될 놈은 안 되고 될 놈은 돼

어른들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배신당하고 작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능을 겪은 사람이라면 알게 된다. 중, 고등학생 때까지는 이 말을 어느 정도 믿다가도 ‘해도 안 되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수능 쪽박’의 주인공이 된다면 아름답다고 믿었던 세상이 알고 보니 쓰디쓴 맛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모두가 서울대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성형한다고 김태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수험생들은 수능을 겪으며 이렇게 ‘더러운’ 세상으로의 첫 발을 내딛는다.
한편, ‘정신을 차렸더니’ 성적이 올랐다거나 ‘열심히 했더니 정말로 서울대 가더라’는 사람들은 일생일대 짜릿한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된다. 이것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성공하는 습관’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건 한방, 수능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수능만큼은 인생을 알아가는 데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수하면 인생을 알고, 삼수하면 철학을 알고, 사수하면 출제경향을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수능은 인생을 가를 뿐 아니라 인생을 가르치기도 한다. 노력의 대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작은 실수가 대박과 쪽박을 가르고, 또 ‘운칠기삼’, 즉 운이 7할이고 기술이 3할이라는 인생의 법칙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수능이라는 관문이 아닐까.

20대들에게, 수능은 끝나지 않았다. 복잡한 인생의 원리, 그리 평등하고 정의롭지만은 않은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첫 번째 시험이었을 뿐이다.

글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사진 네이버 이미지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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