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기업부터 로펌 인턴까지, 다양한 인턴의 세계로!

*본 기사는 취재원들의 인턴 생활을 재구성한 부분이 있음을 밝힙니다.

깔끔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를 걸치고 작게 난 구멍에 단추를 하나씩 채워 넣는다. 깔끔한 양복 바지와 벨트는 필수다. 다시 한 번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고한준씨는 출근 준비를 한다.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김앤장 변리사 본부에 9시까지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한다.
이보다 이른 시간, SK이노베이션 인턴 윤태균(금속·07)씨는 회사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이제야 조금씩 잠이 깨는 듯하다.
같은 시각, A씨는 아직 집이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일반적인 인턴과 달리 롯데아사히주류에서 일하는 A씨는 점심시간 즈음해 회사로 향해 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A씨의 하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분부가 떨어질 때까지 스탠바이

사람이 미어터지는 ‘지옥철’에 끼여 혹은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에 갇힌 채 묵은 체증 같은 도로를 지나 사무실에 도착하면 전쟁 직후의 병사마냥 다시금 피로가 밀려온다. 법무법인 김앤장의 변리사 본부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고씨는 숨 막혔던 출근길을 잊기 위해 멘토 변리사*로부터 일이 주어질 때까지
잠깐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 쉬다 책을 집어 들었다. 그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기도 한다. 점심시간인 12시 30분까지 고씨의 오전 일과다. 
SK이노베이션 윤씨는 두 달 동안 설비팀에 배정돼 일하게 됐다. 8시에 출근해 한 시간 정도는 인사팀에서 내준 과제를 하거나 직원들이 하는 일들을 관찰하며 보낸다. 이때 과제는 기업 문화는 물론 회사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써내는 등 대부분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란다. 이 과정이 끝난 9시부터는 공장 주변 다양한 설비들을 견학하거나 다양한 전문분야에 대해 직원들이 설명하는 세미나에 참석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설비를 설치하고 정비한 다음 설비와 관련된 사항을 점검하고 확인해 예방 정리 목록표를 작성하면 퇴근 시간에 이른다. 하지만 설비가 고장이 나는 등 문제가 생기면 퇴근은 꼼짝없이 미뤄진다. 평소 퇴근이 빨라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설비팀 인턴에게도 고충은 있게 마련이다.

“맥주 팔러 왔습니다!”

남들이 점심시간 동안 식사를 끝내고 커피를 한 잔 ‘때렸을’ 때쯤에야 롯데아사히주류에서 일하는 A씨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주로 MD를 맡은 A씨는 8주 동안의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주 고객인 업소의 오픈 시간 때문에 A씨의 출근은 오후 1시쯤으로 늦을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4시경까지 A씨는 전날 업무를 정리하고, 인턴들은 직원들의 공지사항을 바탕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이후 각자 맡은 지역의 직원과 함께 10시까지 아사히나 롯데 일본주를 취급하는 업소를 방문해 판촉 활동을 하는 등 업무가 끝난 뒤 바로 현장에서 퇴근한다. 3일뿐이긴 했지만 주류 도매장을 관리하는 PS라는 직책의 업무를 맡은 적도 있다. 이런 일들은 롯데아사히주류의 직원 및 인턴뿐만 아니라 대부분 주류 기업의 직원들도 하는 일이다.
경복궁역 바로 근처에 있는 본부에 있는 동료들과의 짧은 점심시간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고씨. 드디어 멘토 변리사가 고씨를 불러 임무를 부여했다. 오늘의 할 일은 바로 최근 핫 이슈인 애플과 삼성의 소송과 관련해 애플이 삼성에 보낸 탄원서와 그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번역하는 것이다. 집중해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와 있다.

때로는 생각보다 간단한 과정

인턴이 되기까지 과정이 험난하진 않았을까. A씨의 경우 1차로 서류 심사를 거치고 그 이후 인성검사를 거쳤단다. 최종 관문은 ‘다(多):1’ 심층 면접. 이에 대해 고씨는 “면접분 2분이 계셨고 혼자 30분가량 면접을 봤다”며 “시간이 길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거나 사실보다 과장한다면 들통 나기 때문에 솔직하고 진솔하게 말했던 것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A씨에 비해 윤씨와 고씨는 비교적 수월했다. 윤씨는 공대생이다 보니 다양한 스펙으로 승부하는 문과 계열 지원자들과 달리 학점과 전공지식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된다면 인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이니 만큼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김앤장의 경우 생각보다 인턴 선발이 간단하게 이뤄졌다. 고씨의 말에 의하면 “지원서를 제출하고 그 후에 바로 전화가 와서 잠정적 합격이라 알려줬다”며 지원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받은 보수보다 양복 사는 비용이 더 비싸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인턴이 됐다 해서 그걸로 만족스런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윤씨는 “위계질서가 심하지 않은 SK만의 기업문화가 자유로워서 좋았지만 한 편으론 인턴이 방치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씨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외부로 업무를 나가 윤씨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때 외부인이 와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다고 한다. 즉, 인턴에 대한 확실한 지침이 정해져있지 않아 인턴으로 일하면서 비는 시간이 꽤 많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턴 업무 평가 및 평가 방식에 대해 ”부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적용된다면 부서에 따라 달리 적용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A씨는 ”롯데아사히주류에서 주로 판매하는 맥주에 대한 지식은 물론 일본에 관련된 지식이 부족한 인턴들이 초기에 바로 현장에 투입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주류 관련 지식에 대한 교육이 좀 더 긴 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A씨 역시 인턴 교육 방침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고씨는 대학과는 달리 다소 경직돼있고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일반 기업과 달리 늘 조용해 옆 사람과 잡담하기도 어려울 정도여서 같은 변리사 본부에서 일하는 직원과도 말 한마디 하기 힘들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업무 외의 사소한 부분에서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꼈단다. 바로 ‘출근 시 양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바로 퇴사’라는 김앤장의 업무 규정 때문이었다고. 고씨는 “인턴 기간 동안 일하면서 받은 보수보다 양복을 사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턴의 품격’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력서 한 줄 더하기라면 ‘No!’

배낭여행이다, 동아리 활동이다 조금 더 여유롭고 대학생활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다른 대외활동을 놔두고 굳이 인턴활동을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단지 취업을 앞두고 이력서를 한 칸 더 채워 넣기 위해서? 모두 다른 일을 했지만 세 사람은 단호히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윤씨는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해 생각하지도 않은 회사에 들어가 인턴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인턴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자기 자신의 성장에는 물론 기업에 자기소개서를 낼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사람이라면 모두 자신의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그린다. 특히 이제 갓 독립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기 위한 발걸음을 뗀 20대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인턴이라는 하나의 경험은 아직 선명한 풍경보다 흐릿한 풍경이 더 많은 그들의 청사진에 터닝 포인트로 새겨질 수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경험을 쌓은 누군가는 그들을 걱정스럽고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하지 않으면 남에게 뒤쳐질 것만 같은 기분에 울며 겨자 먹듯 인턴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사회라는 곳을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것.

*멘토 변리사 : 변리사 본부 직원 중 인턴 교육 및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사진 네이버 이미지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