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순이는 고등학교 때 시립 청소년도서관을 다녔다. 시험기간만 되면 자리가 없어 한숨을 쉬는 여고생 세순이를 억울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청소년도서관에 버젓이 앉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었다. 세순이는 그들을 보며 내가 성인이 되면 청소년들이 공부할 공간을 빼앗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몇 년 후, 대학생이 된 세순이는 청소년도서관을 다시 찾아와 공부를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세순이가 과거를 잊은 것일까?

고등학생 : 대학생 = 청소년 : 성인 ?

흔히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의 신분 변화가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스무 살이 되면 성인이 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과 청소년의 구분은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


▲대한민국 민법 제4조(성년기): 만 20세로 성년이 된다.(민법이 개정됨에 따라 2013년 7월부터 만 19세로 변경)
▲청소년기본법 제3조 1항: 청소년이라 함은 9세 이상 24세 이하의 자를 말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청소년에 대한 적용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따로 정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 1항: 청소년이라 함은 만 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위의 법률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에 대한 정의는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만 20세라고 할지라도 민법에서는 성년이지만 청소년기본법에서는 청소년이 된다. 이렇듯 법적으로 볼 때 대학생은 청소년과 성년의 경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세순이의 고교시절 일화를 민법에 따라 생각해보면 대학생들은 청소년도서관에 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청소년도서관을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부모의 시선

법적인 기준 때문이 아니더라도 대학생은 어떤 때는 어른, 어떤 때는 미숙한 존재가 된다. 그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이중 잣대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로 집 안에서 대학생들은 완전한 어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자녀의 성장과정을 모두 지켜본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객체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어린 게 뭘 아냐’는 식으로 자녀들을 ‘진정한 성인’으로 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들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경제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크고 작은 면에서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이처럼 독립되지 못한 경제상황도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한몫을 하기도 한다.

학생과 성인, 아슬아슬한 줄타기

학생과 성인에 대한 외부의 기대가 다른 점에서 기인한 또 다른 이중 잣대도 있다. 대학생들이 혹여나 잘못을 하면 ‘다 큰 사람이 실수를 하느냐’는 말을 듣는 것처럼 성인으로서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다. 

반면에, 학생이라는 신분이 방패막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은 대학생들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어떤 신분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대학생들은 성인이 될 수도, 아직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대학생들의 정체성은 법적으로나 일상에서나 확실히 정의되지 않는다. 때로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성인의 모습, 때로는 미성년의 자세를 요구하는 사회의 잣대 또한 대학생의 정체성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때문에 온전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어른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 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천 번을 흔들려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라는 말이 들어맞는 것처럼 대학생들의 정체성은 확고히 서지 못하고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다.

글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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