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만나고싶었습니다
고백 받을 거 같죠?
  • 김신예 기자
  • 승인 2012.11.11 23:49
  • 호수 177
  • 댓글 0

http://www.tvcf.co.kr/YCf/View_pop.asp?Code=A000155655 (첨부하면 좋음!)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런 너에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세상엔 마음을 나눠야 할 사람이 참 많습니다

이 CF를 보는 순간 뭔가 아니꼽고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면. 당신, 솔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다 CF의 반전에 격한 동의를 하면서 ‘그래! 줄 곳이 없어 남아도는 내 사랑과 돈을 아이들에게!’라고 생각했다면. 애석하게도 당신은 CF의 의도에 제대로 낚인 모양이다.

잘 살고 있는 솔로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계절이 왔다. 찬바람에 손이 시리고 옆구리가 시린 건 좀 참겠는데 눈꼴 시린 건 도무지 참기가 힘들다. 편의점엔 뭘 벌써 그렇게 빼빼로를 들여놓는지. 저건 다 상술이라고 혀를 끌끌 차고 ‘크리스마스가 50일, 100일 되는 날’을 의미하는 고백데이는 유치하다고 말하면서, 당신……. 그런데 뭘 기다리고 있나.

솔로지옥 커플천국

11월 5일. 세상과의 연을 끊지 않은 사람이라면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트 판, 실시간 검색어 등을 통해 한 번쯤 오늘이 ‘고백데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오늘 고백하면 크리스마스가 사귄지 50일째 되는 날이라는 설명에 그대는 아마 ‘고백데이도 참 많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게 뻔하다. 그런데 왜 오지도 않을 문자와 전화를 기다리고 12시가 지나면 실망하는가? 뭘 기대했냐는 말이다.

어차피 A.S.K.Y(안생겨요)일 걸, 솔로들은 괜히 행복한 커플들 때문에 더 외롭다. 연애사회에서 루저(loser)라고 불리는 솔로들이 위너(winner)인 커플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낭만적이고 행복한 날인 크리스마스가 되면 오히려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생은 원래 힘든 거’라며 힘들어도 꾸역꾸역 참아내다 ‘나만 빼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사람들은 흔한 행복이 자신에게만 ‘박탈’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처럼 고백데이도 남들에게는 흔한 ‘고백’이나 ‘애인과의 행복’과 같은 것들이, 나에게만 없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마미라피나타파이!

그렇다면 고백데이는 왜 만들었고, 왜 존재하는 것일까. 만난 지 50일째 되는 날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인가.

남아메리카의 티에라델푸에고라는 섬에서 쓰이는 언어 중에 ‘마미라피나타파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두 사람이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말을 꺼내지 못하는 마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런 단어가 따로 존재할 만큼 세상에는 서로 좋아하지만 먼저 말하지 못하는 사이가 많다. 『건축학개론』의 서연(배수지 분)과 승민(이제훈 분)도 서로가 첫사랑이었지만 고백을 못해 시작도 못해보고 헤어져야 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이숙(조윤희 분)의 첫사랑도 알고보니 이숙이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모르고 10년이나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바로 고백 때문에!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 쉽지, 고백에 실패했을 경우의 어색함과 민망함과 깎여버리는 자존심이라는 위험부담을 안고서 고백할 마음을 먹기가 참 어렵기는 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고백데이가 하나의 계기랄까, 핑계가 돼줄 수가 있는 것이다. 『건축학개론』의 이제훈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이숙이에게 고백데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쪽은 고백하고 한쪽은 고백 받을 준비가 돼 있었다면.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결혼정보회사 ‘듀오’(http://www.duo.co.kr)가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일까지 미혼남녀 232명(남성 97명, 여성 1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남성은 10명 중 1명(9.3%), 여성은 10명 2명(18.5%)이 ‘발렌타인 데이에 사랑 고백 해봤다’고 답했다. 확률은 적지만 고백하는 사람이 있으니, 고백 받는 사람도 어딘가 있다는 말이다.
솔로들에게 고백데이는 외로움을 가중시키는 날인 것은 맞지만, 만약 그 주인공이 내가 된다면 부러움과 질투를 온몸으로 받아도 좋을 만큼 행복한 날이 되지 않을까.

당신은 ‘마미라피나타파이’한 사이가 있습니까?
이 날을 핑계 삼아 용기 내 보지 않으시렵니까?

(소곤소곤)생길 거 같죠? 안생겨요^^

글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사진 CF 캡쳐화면, 네이버 이미지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